무대 정면에는 가운데가 뻥 뚫린, 무너진 벽돌담이 있다. 눈에 띌 만한 것이라곤 그 앞에 서 있는 발걸이가 있는, 높은 의자 하나와 스탠드 마이크뿐. 그곳에서 한 남자가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짧지만 긴 이야기를….
조승우의 출연으로 더욱 화제가 된 <뮤지컬 헤드윅>이 정식 공연 하루 전날 언론에 공개됐다. <뮤지컬 헤드윅> 제작사인 제미로는 지난 11일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프레스콜을 가졌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주요 출연자들이 약 1시간 가량 주요 곡을 불렀다. 본 공연과 똑같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실제보다는 많은 부분이 생략됐다. 프레스콜을 통해 <뮤지컬 헤드윅>을 미리 들여다 봤다.
영화와는 다르다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을 한, 한 록커의 이야기다. '헤드윅'은 자신이 어떻게 소년에서 여자가 되었는지, 동독에서 미국으로 오게 되었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때론 음악을 통해 들려 준다. 솔직담백하지만, 매우 '낯선' 이야기다.
영화 <헤드윅>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상황과 갈등을 보여주면서 실감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것이 뮤지컬 무대로 옮겨지면서는 단 두 명의 배우로 등장인물이 압축된다. 바로 주인공 헤드윅과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이다.
<뮤지컬 헤드윅>은 이츠학의 소개로 헤드윅이 등장하고 헤드윅은 노래를 부른다. 헤드윅이 노래를 하면 이츠학은 코러스를 넣어 준다. 둘의 눈빛이 교차하고 갈등이 보이기도 하지만, 음악이 끝나면 헤드윅은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연 내내 헤드윅은 때로는 대사로, 때로는 노래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츠학은 헤드윅과 갈등 관계에 있는 인물이자, 진행상 헤드윅을 도와 주는 역할이다. 헤드윅의 이야기를 도와 주고 음악의 코러스를 넣어 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드윅이라는 배역이 차지하는 무게와 중요성 때문에 <뮤지컬 헤드윅>은 헤드윅 1인의 내레이션에 가깝다. 때문에 <뮤지컬 헤드윅>은 헤드윅을 맡는 배우의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을 수 없다.
콘서트 같은 뮤지컬
이미 영화 <헤드윅>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헤드윅>은 노래를 통해 많은 부분을 전달한다. 무대 위에 밴드와 배우가 함께 올라가고, 노래와 대사가 반복되기 때문에 배우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것인가, 음악이 제대로 들릴 것인가가 큰 관심사였다.
이 점에서 봤을 때 공연장 세팅은 거의 완벽했다. 관객을 향한 스피커는 무대 양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나머지 스피커는 어디에 숨겼는지 보통 콘서트 장에서 보이는 스피커의 가로막음도 보이지 않았다.
어수선한 프레스콜 상태에서도 노래를 부르다가 이야기를 하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음향은 어느 콘서트장보다 깨끗했다.
원작 못지 않은 <뮤지컬 헤드윅>
프레스콜을 통해 본 한국의 <뮤지컬 헤드윅>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단 여느 뮤지컬보다 체력 소모가 큰데다 한 배우에게 모든 것이 달려 있기 때문에 배우들이 석달 동안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는 문제가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최고의 배우라 불리는 조승우, 오만석, 김다현, 송용진 '네 명'의 헤드윅이 캐스팅되었으니 그런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제 남은 건 한국의 <뮤지컬 헤드윅>을 제대로 즐기려는 관객의 마인드. 헤드윅을 보러 갔다면, 물을 뿌리거나 배우가 내 머리 위로 온다 하여도 당황하지 말고 즐겨라. 함께 즐겨야 재밌게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뮤지컬 헤드윅(http://www.hedwig.co.kr)
4월 12일부터 6월 26일까지. 대학로 라이브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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