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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진 옥탑방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옥탑방이라는 걸 본 적이 없으니 알 턱이 없었죠. 몇 년 전 이회창씨가 옥탑방이 뭔지 모른다고 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요. 옥탑방이 있을 리가 없는 고급 주택가에만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옥탑방들을 한 번 휘 둘러보면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집들이지만 나름대로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마당 없는 집에서 살다보니, 옥상은 마당의 구실을 하기도 하고, 집 주인이 취미 생활을 하는 장소로 쓰이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갖가지 공간들을 집안으로 끌어들입니다. 아파트 베란다를 확장해 거실을 넓게 쓰는 개념이 아니라, 대문 위 공간을 채소밭으로 만들기도 하고, 옆집과의 사이에 남는 공간에 비가 들지 않게 지붕을 달아 창고로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와 다세대, 빌라로 가득찬 오늘날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사각형 꽉 짜인 구조 속에 빈 틈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옥탑엔 작은 공간이나마 더 알뜰히 써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그 공간을 이용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 사진 1
ⓒ 이갑순
사진을 찍는 날이 날씨가 좋아서 빨래가 많이 널려 있습니다. 베란다가 없는 다세대집에선 빨래 말릴 만한 알맞은 곳이 없는데요, 옥상에 빨래줄이 걸려 있다면 누구라도 올라와 쨍쨍한 햇볕에 빨래를 말릴 수 있습니다.

이 옥상은 옥탑방에 사는 사람보다는 집 주인을 위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오른쪽 귀퉁이엔 야외 테이블이 보이는데요, 아마 집 주인이 가끔씩 올라와 쉬는 자리인가 봅니다. 그 덕에 옥탑방 세입자도 가끔씩 이용을 하겠네요.

옥탑방 옆엔 알루미늄 새시를 덧대어 창고를 만들었습니다. 이 공간이 버려진 공간을 활용한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창고 역시 세입자가 아닌 주인집 창고 같군요. 옥탑방 세입자에겐 저렇게 많은 짐이 있을 리가 없거든요. 저 작은 공간이나마 세입자가 쓸 수 있게 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요. 세입자는 세탁기 놓을 자리도 없어 집 밖에다가 놔 뒀습니다.

▲ 사진 2
ⓒ 이갑순
두 번째 집은 첫 번째 집보다는 옥상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집 주인은 옥탑을 거의 이용하지 않나 봅니다. 이 옥탑은 파란색 방수코팅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요, 옥탑방 창문 아래까지 방수코팅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1번 집과 마찬가지로 알루미늄 새시로 창고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창고 안에는 가스보일러와 노란색 물탱크가 보입니다.

▲ 사진 3
ⓒ 이갑순
3번 집도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빨래대와 빨랫줄이 보입니다. 또 알루미늄 새시를 옥탑방에 덧대어 새 공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공간은 1, 2번 공간과는 달리 창고가 아닙니다. 창문 안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집은 얼마전 누군가가 이사를 왔습니다. 그때 이 집 구조를 볼 수 있었는데요, 왼쪽에 있는 작은 문을 열면 바로 앞에 방문이 있습니다. 기와지붕이 얹혀 있는 네모난 그 크기만한 방입니다. 방이 꽤 작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그리고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공간엔 작은 싱크대가 있고 오른쪽 끝엔 작은 화장실이 있습니다.

옥탑방 중에서도 썩 좋지 않은 방입니다. 새시문 앞에는 낡은 의자가 놓여져 있는데요, 문이 잘 닫히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집을 나갈 땐 꼭 이렇게 해 놓고 싶은 세입자의 마음일까요?

이 옥상은 단 차이가 있습니다. 70∼80년대 우리네 집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마당이라 하더라도 단 차이를 두어 장독을 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었죠. 그런 모습을 여기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옥상에 단 차이를 두어 장독을 놓아 두었습니다. 노란색 물탱크도 눈에 띕니다.

▲ 사진 4
ⓒ 이갑순
같은 집을 며칠 후에 찍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낡은 의자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작은 시멘트 벽돌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여전히 궁금합니다. 정말 문이 잘 잠기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야 어떠했든, 나란히 놓인 시멘트 벽돌 두 개가 참 정겹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옥탑방 둘러보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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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만큼 남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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