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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입구 첫번째 집 마당에 핀 목련화
우리 동네 입구 첫번째 집 마당에 핀 목련화 ⓒ 이덕림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박목월의 시 '4월의 노래' 첫 절과 둘째 절의 첫 구절입니다. 김순애 작곡의 가곡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목련은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핍니다. 거기엔 남다른 인고가 숨어 있습니다. 남먼저 화신(花信)을 전하기 위해 얇은 겉껍질 속에 봉오리를 여미고 겨울을 납니다. 눈보라와 찬바람을 견디어내며 간절히 봄을 기다리는 목련꽃 봉오리. 그러기에 목련은 어느 꽃보다 더 화사한 미소로 봄을 맞이하는가 봅니다.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길잡이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佳人)과 같고…' 김동진 작곡으로 귀에 익은 노래 '목련화'의 한 대목입니다.

밤에 본 목련.
밤에 본 목련. ⓒ 이덕림

목련이 처음 꽃잎을 열 때면 집안 가득 상서로운 기운이 넘치는 듯 합니다. 정결하면서도 창백하지 않은 유백색의 꽃잎들. 결코 화려함을 내세우지 않기에 더욱 단아하고 고결한 기품이 돋보입니다.

비 개인 뒤 말갛게 씻긴 하늘을 배경으로 바라보는 목련의 자태는 더 한층 고아합니다. 달빛 아래 목련의 모습은 또 얼마나 고혹적인지요. 소박함과 우아함을 함께 갖춘 아름다움에 가슴이 설렙니다.

목련은 몇 가지 별명이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꽃들이 해를 바라보며 남쪽을 향해 피는 것과는 달리 목련 꽃봉오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햇볕을 많이 받은 남쪽 방향의 꽃잎이 북쪽 방향의 꽃잎보다 먼저 열려 위로 우뚝 서게 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목련을 두고 북향화(北向花)라고 부르는 연유입니다.

우리 옆집 목련.
우리 옆집 목련. ⓒ 이덕림

'양지쪽으로만 고개를 돌리는 꽃과 달리/ 봄이 와도 찬바람 불어오는 쪽을 향해 /의연히 서있는 목련처럼' 도종환 시인의 '십년'의 일부분입니다.

꽃봉오리가 붓처럼 생겨 목필(木筆)이라고도 불리는 목련은 불가에서도 사랑을 받습니다. 목련꽃과 연꽃의 생김새가 닮아서입니다. 산사에 가면 크게 자란 목련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순천 송광사와 선암사의 목련이 특히 유명하다지요.

백목련을 따로 '신이(辛夷)'라고 부릅니다. 이는 한방에서 축농증에 쓰는 목련꽃 봉오리를 말린 약재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정동의 한 오래된 교회 정원의 목련.
정동의 한 오래된 교회 정원의 목련. ⓒ 이덕림

목련꽃이 필 무렵이면 적어도 한 두 차례 어김없이 비가 내립니다.

대지의 잠을 깨워 새싹을 움돋게 하는 고마운 비지만 목련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안타까움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그렇잖아도 개화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움이 큰 데, 때 맞춰 내리는 비가 목련꽃의 낙화를 재촉하기 때문입니다.

연약하고 순결한 만큼 비에 젖어 떨어진 목련꽃잎은 참혹하기까지 합니다. 가인박명(佳人薄命)인가요. 목련과의 짧은 만남이 애연(哀然)하고 꽃잎을 떨굴 때의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지난 밤 목련꽃 세 송이 중/ 한 송이 떨어졌다/ 이 우주 한 모퉁이에/꽃 한 송이 줄었구나'

생전 목련을 좋아했던 한학자 김달진의 '목련꽃' 시의 끝 연입니다.

화석에서도 볼 수 있는 오래된 식물, 목련. 목련의 꽃말은 '연모(戀慕)'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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