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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제 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라칭거 추기경이 성 베드로 광장 앞에서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480년 만에 독일출신 8번째 교황이 탄생하다.”

19일 오후 5시 50분 경(로마 현지시각) 새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알리는 교황청 굴뚝의 흰 연기가 올라갔다. 이어 새 교황으로 뽑힌 라칭거 추기경이 모습을 나타내자 독일사회는 기쁨과 함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신임교황 후보군 가운데 유력한 차기 교황으로 평가되었지만 독일에서는 골수보수주의자로 평가받아왔던 라칭거(78세)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된 것은 독일에서는 크게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던 것.

라칭거는 일부 국가에서는 가톨릭 보수주의 가치를 지키는 인물로 환영받았지만 독일에서는 ‘교조주의’, ‘보수주의’의 전형이라는 강한 비판을 받아 그의 교황선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또한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청소년 단체였던 히틀러유겐트에서 활동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출되기 전날인 18일 독일의 뉴스전문채널 < N-TV >에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가 라칭거의 교황선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가적 경사! 엄청난 재앙?

19일 독일 현지 언론은 480년 만에 탄생한 독일출신 교황 소식을 특집으로 다루며 라칭거추기경의 교황 선출에 따른 독일, 세계의 반응을 상세하게 전했다.

연방대통령 쾰러, 연방수상 슈뢰더를 비롯한 독일의 여야 정계는 독일인 교황이 탄생한 것에 대해 국가적 영광이라며 기쁨을 나타냈으며 프랑스, 폴란드 등 독일의 주변국을 비롯한 영국, 미국, 등 세계 주요국 또한 독일출신 교황 탄생에 대해 축하와 환영을 표시하고 있다고 일간지 <쥐트도이체짜이퉁>은 전했다.

독일 개신교협의회 대표 볼프강 후버 또한 라칭거 교황 선출에 대해 환영을 표시하며 새로운 교황이 교회간의 일치운동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희망했다.

독일 교황을 맞이한 독일인들은 종교적 영향력을 넘어서 정치적으로도 적지 않은 ’힘’을 갖고 있는 교황으로 독일인이 선출된 것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신임 라칭거 교황의 출생지인 마크트 인 암 은 교황을 배출한 것에 대해 큰 기쁨을 나타냈으며 바이에른의 뮌헨 등에서는 교황선출을 축하하는 종소리가 도시를 가득 채웠고 교황선출을 감사하는 발걸음으로 가톨릭교회가 가득차기도 했다.

예상치 못했던 독일출신 교황에 기쁨과 환영의 표시를 나타냈지만 일부 교회 개혁그룹에서는 ‘울트라보수주의자’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된 것에 대해 ‘바티칸이 교회 내부개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 뉴스전문 채널 < N-TV >에 의하면 라칭거의 교황선출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던 교회개혁그룹(Kirchenvolksbewegung)의 대변인 크리스천 바이스너는 “라칭거 신임교황이 전임 교황과 같은 신앙노선을 밟지 않기를 희망한다, 새 교황이 해야 할 일 가운데는 교황청을 개혁하는 일도 포함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개혁그룹(Initiative "Kirche von unten")의 수장 괴링은 “우리는 라칭거의 교황선출을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라칭거가 교황으로 선출됨에 따라 더 이상 바티칸의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이번 교황의 선출은 지금까지의 교황청의 신앙적 노선이 계속 유지될 것을 확인해 준 것이다. 이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부터 등을 돌릴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튀빙엔대 알버트 비징거 교수(종교교육)는 이번 라칭거의 교황선출로 독일 가톨릭계의 보수진영에 더욱 강한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하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정계 또한 골수보수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는 라칭거 추기경의 교황선출이 독일정치에 미치게 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 녹색당 대표 로스 클라우디아는 “새로운 교황은 피임, 에이즈 퇴치, 남녀의 권리 동등 인정, 동성연애 인정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해 줄 것을 희망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쥐트도이체짜이퉁>은 새 교황 또한 반유태주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를 희망한다는 이스라엘의 입장과 함께 나치 소년단(히틀러 유겐트) 경력을 갖고 있는 새 교황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응을 전했다. 또 남미 출신 교황을 희망했던 라틴아메리카 지역이 실망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라칭거는 누구인가

1927년생 지방경찰의 아들로 태어난 바이에른의 마크틀 암 인 출신 라칭거 신임 교황은 어려서부터 추기경이 되기를 소원했던 인물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독일출신의 추기경.

신학, 철학을 공부한 후 1951년 사제의 길에 들어선 라칭거는 30세에 교수자격취득 과정을 마치고 프라이싱어 대학의 교의학 교수가 되었다.

이후 본, 뮌스터, 튀빙엔 등에서 가르친 후 77년 뮌스터의 대주교가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추기경으로 추대되었다.

전임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 선출된 후 1981년, 라칭어를 바티칸의 요직에 기용하면서 그는 바티칸의 핵심사상가이자, 실세로 자리잡았다.

신앙적으로 보수주의 노선을 추구했던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같은 성향이었던 라칭거 신임교황은 전임 교황의 최측근 가운데 한 사람이 이었으며 전임 교황과 주로 독일어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바티칸의 신학자들은 라칭거 신임교황을 마틴 루터 이후 독일교회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교계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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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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