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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도 지방선거 당시 여당의 거물급 정치인이 날 찾아와 ‘시장님, 우리 당으로 오십시오’ 했어. 공천 주겠다는 얘기지. 그 정도의 좋은 조건이면 얘기 끝난 거라고 주위에서 그러대. 근데 그 자리에서 내가 그 제안을 거부했어. 귀찮아진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그럼 우리하고 대결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였어. 그래서 ‘내가 대결이 뭐고 그런 얘기 하지 마라. 당신네들 싫어서 안 들어가는 게 아니니까. 자치단체장만은 정당하게 해서 들어가고 싶어서 그런다’ 했지. 그래서 그 지역은 다른 사람이 연합공천 후보로 나왔어. 내가 지금 지방자치와 관련해 내는 목소리는 학술적인 용어로 정리하기보다도 체득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훨씬 사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지방자치 문제와 관련, 뚝심에 가까운 소신으로 열린우리당 내에서 전문가로 통하는 심재덕 의원의 말이다. 심 의원은 요즘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가 평소 주장해왔던 기초자치단체장 공천배제 문제와 3선연임제한 철폐 문제가 사실상 당론으로 굳어지면서, 그의 역할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최근 국회에 결의안을 제출해 눈길을 끌었던 행정체제 개편논의가 여야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당내 TF팀의 리더로서 그 책무가 막중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심 의원은 당 지방자치특위 위원장으로서 전국을 순회하며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지방정치제도 개선과 관련해 조직 인사권 독립문제, 도시계획의 자주성 확보 문제,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공론화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듣고 논의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시민일보>는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심 의원을 만나 지방분권과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기자 주>

- 심 의원은 국회 지방자치연구회장으로서 특히 단체장 3선 연임제한철폐와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배제 문제에 유독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수원시장을 두 번 하면서 단체장으로서 느꼈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지역발전과 지방자치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서는 정당으로부터 단체장이 자유로워야 하고, 연임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 이를 국회에서 실천하려는 것뿐이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장시간을 요하는 것이지만 정당공천 배제 문제는 의지만 있으면 조기에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야당에서도 찬성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지방선거 전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 그러나 단체장의 정당공천을 배제할 경우, 정당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없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3선연임 제한을 철폐할 경우 단체장의 독재와 전횡을 막을 길이 없지 않는가
"이는 지나친 기우다. 그럴 가능성은 없다. ‘정당책임정치’를 운운하는데 과거 지방선거 있기 전에도 정당은 건재했었다. 정당공천제 배제 문제만큼은 내년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내가 앞장서서 추진하겠다. 3선연임제제한 철폐도 마찬가지다. 연임을 법으로 제한하는 국가들은 남미 등 후진국에서 많다. 독단의 우려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나 정치적 성숙도가 높다. 따라서 제한하지 않아도 자연스런 견제장치가 마련된다. 우리의 경우 주민소환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고 하니, 연임제한 철폐해도 된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정당공천까지 배제하게 되면 주민소환을 둘러싼 정당간의 알력도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니, ‘일석이조’아닌가."

- 지금 심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논의가 정치권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적용되는가
"내년 지방선거에 적용되기는 힘들다. 또 아무리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행정개편문제와 지방선거를 관련시키지 않을 것이다. 먼저 공론화 과정을 통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사실 지금의 행정체제는 100년 전 제도다. 그때하고 지금하고는 생활권이나 행정권 등이 많이 변한 만큼 조정을 해줘야 한다.

100년 전 제도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은 자치에 역행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행정효율도 극히 떨어진다. 행정효율을 높이고 자치발전을 위해 3단계를 2단계로 축소하는 것과 인구문제를 얼마로 하느냐 하는 것들에 대해 지금부터 토론을 해야 한다.

인구가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생활이라든가, 문화, 교통, 정서 여러 가지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국가 100년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인 만큼 ‘쾌도난마’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연구가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에서는 TF팀을 만들어 추진할 것이다."

-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임동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지방의원 유급화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급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지방의원의 자질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까 유급화해서라도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당 대표가 약속을 하는 것은 안 된다. 그런(유급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정도의 얘기가 적당하다.

박 대표가 너무 앞서 간 것 같다. 사실 지방의원은 어디까지 두느냐가 문제다. 행정구역 개편논의와 관련 자치구의원을 선출하는 대신 구청장을 임명제로 하자는 방안과 구청장을 선출하는 대신 구의원을 없애자는 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 결과가 먼저 나와야 유급화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 지방감사제도와 관련, 중복감사 등으로 인해 일부 자치단체에서 감사를 거부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개인생각으로 볼 때 국가의 돈이 들어간 것이나, 광역자치단체의 돈이 들어간 것에 대해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가 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자치가 아니라고 본다. 감사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다만 중복적 감사가 많은 것은 문제인 만큼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력 격차가 심하다. 이에 대한 해소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지방자치단체를 광역화해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수원, 화성, 오산이 옛날에는 수원 하나였다. 그런데 이들이 각자 떨어지면서 수원시, 화성시, 용인시가 됐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수원은 재정이 넉넉한 반면 땅이 좁다. 화성은 재정이 열악하지만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을 통합하면서 같이 조정하는 거다. 자치도 좋지만 재정자립을 하지 못하는데 무슨 자치인가.

행정체제 개편에는 이런 이유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간 경쟁을 유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우리는 선진국들에 비해 국세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만큼 미국이나 일본 수준인 6대 4 정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일보(www.siminilbo.co.kr) 4월 21일자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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