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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발생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집창촌 화재 현장.
지난달 27일 발생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집창촌 화재 현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화재사건 후 일각에서는 경찰의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비극이 발생한 것 아니냐며 성매매여성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박순자 광주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은 "집창촌 화재사건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그들의 현실을 잘 반영해주는 사례이다.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들은 쉽게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에 성매매종사자들이 집창촌 여성들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집창촌 여성들만 보호 장치를 해줄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또한 그녀는 "법이 구조 자체가 많이 변형된 성매매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하며 법체계가 현실에 맞게 하루 빨리 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에 등을 돌리고 있던 사회에 이러한 집창촌 화재사건은 그들의 실태를 공개함으로써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선불금'이라는 족쇄

대체적으로 성매매 여성들이 집창촌까지 들어가는 유입 경로를 보면 그들은 어린 나이에 가출로 시작해 오갈 데가 없어 이리저리 방황하다 다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다방에서 월 100만원을 보장하며 선불금을 주기 때문에 그들은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선불금이라는 올가미에 걸리게 된다. 그들은 선불금으로 화장품, 옷 등을 사서 일을 하며 출퇴근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순자 계장은 "비록 성매매 여성들이 출퇴근을 하며 표면상으로는 자유롭게 보이지만 업주가 그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도망갈 수 없다"며 "이것은 무언의 커다란 협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또한 생리 중이거나 몸이 아파도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만약 아파서 못나갈 경우 그들은 30~50만원 상당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것은 그들이 돈을 영영 갚을 수 없는 구조로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시작된 성매매로 그들은 선불금이라는 족쇄에 손과 발이 묶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끊임없이 인권침해를 받게 된다. 거의 매일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별도로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해야 하는 인권유린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대 김난희 교수는 "업소의 인권유린이 1차적인 것이라면 2차적으로는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냉대적인 시각"이라며 "대다수 우리는 성을 파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스스로가 이미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인권침해를 받는 원인으로는 바로 이러한 선불금이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여성부와 타 기관의 연계 필요

현재 성매매 여성들은 대부분 금전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으며 부인과 질병 역시 앓고 있다. 여성부에서 그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시행 중이긴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진료 역시 잘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광주광역시 성매매여성 상담소 '세뚜리' 김기순 대표는 이에 대해 "그들이 탈성매매를 하든 안하든 의료서비스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 성매매 특별법은 현재 여성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다른 부서와의 연계 없이는 완전히 실효되기는 어렵다"며 행정자치부, 법무부, 검찰을 비롯한 모든 부서가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는 인신매매라는 의식 가져야"
[인터뷰] 김기순 광주사랑어머니회 부설 성매매여성지원상담소 '세뚜리' 대표

19일 광주 성매매여성지원상담소 '세뚜리' 김기순 대표를 만났다.

-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2003년 2월 23일 이 곳을 창립하여 한사랑나눔터로 해오다가 성매매 보호시설 세뚜리로 개명하였다. 우리 상담소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상담의뢰를 받고 현장상담과 전화상담을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선불금 및 그들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홍보하며 탈성매매 여성을 위해서는 직업훈련기관에 안내해주거나 쉼터안내․법률지원을 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직업훈련, 의료서비스도 하고 있으며 광주지역의 성매매 실태조사까지 병행하고 있다."

-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상담은 전과 비교해 늘어난 편인가?
"법 시행 이후 NGO단체와 여성부의 홍보로 상담은 많이 늘어났으며 탈성매매 여성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예전에는 월산동․대인동이 성매매 집결지였지만 지금은 상무지구나 첨단으로 집결지가 집창촌이 아닌 유흥주점과 같은 산업형으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최근 증가하고 있는 성매매 여성은 예전과 달리 신용카드 불량으로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써서 이를 못 갚고 사채업자들의 괴롭힘으로 성매매의 길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사채업자와 직업소개소가 연계해 성매매 여성을 팔아넘기는 식이다."

-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유린․ 피해사례는(어떤 식으로 성매매 여성들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지).
"얼마 전 성매매 집결지에서의 화재사건과 같이 그들은 2평 정도의 방에서 7~8명이 다같이 기거하면서 감시 아닌 감시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선불금이 2000만원일 경우 업주는 A와 같은 성매매여성인 B를 A와 연대관계에 있게 하여 서로 감시하게 만든다. 이것이 첫 번째 인권유린이다.

그리고 업주는 그들을 물건처럼 돈으로 사고판다. 성매매 특별법에서는 성매매 알선과 또 그들을 사고파는 것을 금지하는 법규가 있는데 현재 성매매 여성들은 인간이 아니라 물건처럼 사고파는 형식의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지각비, MT비, 옷값, 화장품값을 비롯한 모든 벌금을 강요당하고 선불금 또한 그들이 빚을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이것은 그녀들로 하여금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장한다. 이것이 두 번째 인권유린이다. 서로 감시받고 감시하면서 그들은 죽은 시체처럼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탈성매매를 결심한 한 여성이 기술을 배우러 학원을 다니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업주에게 다시 끌려간 경우도 있었다. 우리 사회는 아직 힘 있는 자들의 연계성이 뿌리박혀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그들의 계속되는 횡포와 폭력,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업주들은 '여성단체를 가봐야 너희들만 이용당한다'는 식으로 말하며 성매매 여성들에게 세뇌교육을 시킨다. 얼마 전에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던 한 성매매 여성이 경찰에게 연락받은 업주에게로 다시 끌려간 적도 있었다. 이렇듯 일부 경찰관들은 업주와 유착관계에 있기도 하다."

-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가 스포츠마사지 등과 같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그러한 곳에서 인권침해가 더 심각해지지는 않을까?
"특별법 이후 이발소나 스포츠마사지 등에서 음성적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고 이것은 원래부터 있었다. 요즘은 이를 병행해서 하는데 이를 막을 근거법안이 없다."

-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어떤 것이 있나(그들을 위한 사회적 보호 장치)
"우선 여성부와 법무부 및 타 관계기관이 성매매 알선방지법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침해를 막기에 NGO단체와 여성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여성부뿐만 아니라 각 지방단체에서도 자기 지역의 실태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부분도 논의하여야 한다.

성매매는 전국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각 기관에서 성매매가 인신매매라는 인식을 가지고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모든 국민들이 성매매 특별법을 인식하고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매매 여성 중의 일부는 탈성매매를 마음 먹어서 쉼터에 입소해 1년 동안 재활을 하였지만 갈 곳이 없어 다시 성매매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그들이 재활이 끝나고 나서 어딘가에 직장을 가지고 정착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여성부에서 그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관계부처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한다."

- 성매매 여성들이 사회의 약자라고 생각하나
"검찰과 동행해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구조하러 갈 때 보면 경찰관들은 그들을 약자로서 대한다. 그들은 약자로서 업주한테 짓눌리며 살아가고 있다."

- 성매매 특별법은 기존의 윤락법과는 달리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로 보는데요. 이러한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나.(성매매 특별법 시행이후 7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들의 그들에 대한 의식의 변화는 있었다고 보나.)
"의식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성매매 여성들에게 접근도 못했지만 요즘은 업주들이 상담을 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들을 만나 의약품을 주기도 하고 상담을 한다. 이것은 작년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한 일이다. 특별법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국민들 또한 적극적인 여성부의 홍보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그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들에 대한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서영화 기자

덧붙이는 글 | * 현재 광주성매매여성상담소 '세뚜리'에서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도울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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