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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대화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며, 그는 지난 4월 11일 오후 6시경 출입국직원들의 단속에 걸려 강제 추방될 위기에 있었다. 누응틴은 검거된 후 3시간 반 동안 출입국 직원들이 단속하는 현장으로 끌려 다니며 심각한 심적 위협을 느끼고 있었는데, 검거된 당일 밤 10시, 취침에 앞서 자신을 'Mr.Lee'라고 소개한 출입국 직원으로부터 “불법체류자 명단 20명만 알려주면 풀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검거된 지 이틀째 되던 날(12일) 오전 10시 누응틴은 “도망가면 때려죽인다”는 협박을 들으며, 다시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고, 강제추방에 대한 불안감을 견디지 못한 누응틴은 출입국직원들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Mr.Lee를 비롯한 서울출입국 직원 일곱 명은 누응틴을 차에 싣고 다니면서, 누응틴이 알고 있는 외국인노동자가 살고 있는 곳을 가리키게 하였고, 그 과정을 통해 16명을 검거하였다. 그 후 단속에 나섰던 출입국 차량 한 대는 출입국관리소로 돌아간 반면, 누응틴을 태운 차는 다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누응틴이 가르쳐주는 공장과 장소를 확인하고 기록하였다.
Mr.Lee는 오후 5시경 안양시 호계동 인근에 누응틴을 내려주면서 “너는 한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하고 떠나면서 자신의 전화번호(011-****-****)를 적어주었다.
현재까지 누응틴의 밀고로 단속에 걸린 사람은 18명으로 드러났다. 이 일로 누응틴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나는 누응틴의 말을 들으면서, 그가 밀고자라는 낙인이 찍혀 친구들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이지만,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녹화사업' 피해자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강제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그를 단속 과정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폭언과 협박을 일삼으며, 한편으론 ‘체류보장’이라는 미끼를 던진 것이었다.
불법체류자 단속차량에 싣고 다니면서 회유 대상자를 겁주고, 친구들 이름만 대면 ‘너는 빼줄게’하는 부정한 거래를 제안하여, 강제 추방될 위기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밀고자’라는 낙인을 찍은 것이다.
그런 그에게 "친구들이 너를 밀고자라 욕할지 모르지만, 우리사회까지 너를 욕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다. 과거 우리역사에 그런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너를 밀고자로 만든 부당한 권력이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네게 친구들에게 속죄하는 최선의 길이 아니겠니"하고 설득하자, 그는 '자신이 나서서 한 명이라도 풀려날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서겠다'고 하여 기자회견장까지 동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밀고하게 함으로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인간성을 좀먹게 하는 프락치 공작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앗아간다는 점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반인권적인 범죄인 것이다. 그렇기에 ‘협박과 회유’라는 프락치 공작의 고전적 수법을 통해 불법체류자 단속 실적 쌓기에 급급한 법무부 서울출입국 관리사무소의 행태를 보면서 우리는 이 땅의 인권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군사정권하에서 학생, 민주화세력들을 대상으로 했던 프락치 망령이 이제는 우리사회의 가장 약자라 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슬픔과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출입국 직원들의 녹화사업식 단속은 이주노동자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적 범죄행위를 유발할 것이고, 우리사회를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병든 사회로 만들 것이다. 또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신분 노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피해를 당해고도 말할 수 없는 공포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나라가 아시아 각국, 세계 각국으로부터 인권탄압국이라는 지탄을 받는 지름길이 될 것이며, ‘KOREA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길이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녹화사업식 단속정책은 즉각 사라져야 하며, 관련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녹화사업식 단속으로 단속한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사면을 허락하여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인 누응틴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지난 19일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국가인권위에서는 현재까지 서울출입국관리소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관련자들을 조사했다. 그리고 이 건과 관련하여 인권위 상임위원회가 곧 열린다는 말을 들었다. '죽고 싶다'고 할 만큼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는 누응틴의 마음의 짐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도록, 우리사회의 암울했던 망령을 떠올리게 하는 이번 사건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