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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선언한 420공동투쟁단의 공식적인 일정이 모두 종료되었지만 충청북도에서는 아직도 충북도청(도지사 이원종)과 '420장애인차별철폐 충북투쟁단'(공동대표 송상호, 아래 420충북투쟁단)의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

▲ 22일 충북도청 앞에서 도지사 면담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는 420충북투쟁단
ⓒ 이철용
420충북투쟁단은 지난 14일부터 장애인 이동권, 자립생활, 교육권 등을 요구하며 충북도청 인근에 위치한 상당공원에서 이원종 도지사와의 직접 면담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 첫날인 14일에는 도청 서문 앞에 천막을 설치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된바 있다.

단식농성 12일, 도지사 면담요구 충돌

420충북투쟁단의 지난 14일 농성에 들어가며 뇌성마비 1급장애인 이응호씨와 이종일씨, 성인장애인야학 자원교사 문상현씨가 단식농성에 돌입한데 이어 15일 장애인인 충북자립생활센터 이규석 사무국장과 이선미씨, 사회당 충북도당위원회 송상호 위원장 등 3인이 동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420충북투쟁단은 단식농성 9일째인 지난 22일 오전 11시경 충북도청을 방문하고 이원종 도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면담이 거절되자 단식농성중인 1급중증장애인 이응호씨를 비롯한 장애인들이 2층 도지사실을 향하기 위해 기어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고 이것을 저지하기 위해 도청 총무계 직원들이 계단 중간에서 이들을 막아섰다.

순식간에 좁은 구청 계단은 도청 공무원들과 청원경찰, 장애인과 활동가 등이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다. 양측이 대치된 상태에서 여성장애인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도청 측은 여직원들을 전면에 배치했고 장애인들은 계속적인 진입을 시도했다.

이러한 충돌과정에 여직원들은 중증장애인 이응호씨를 비롯한 농성단을 저지하며 이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손과 발로 장애인들을 누르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대치는 1시간여 동안 지속되었다. 이 와중에 중증장애인 이응호씨가 계단 아래로 구르는 일이 벌어졌고 실신한 이씨는 긴급출동한 119에 의해 인근 한국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농성단, "공무원들이 이응호씨를 무릎으로 누르고 계단에서 밀었다"
충북도청, "양측의 대치 과정에서 발생한 일. 우리도 부상자 발생했다"


▲ 중증장애인 이응호씨를 도청 여직원이 양 손과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 420충북투쟁단
이후 긴급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농성단은 해산되었고 이 와중에 청년인권연대 문상현 대표, 청년인권연대 배형찬 회원, 어깨동무봉사대 이문호씨 등 3인이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420충북투쟁단은 도지사실 진입 과정에서 도청 공무원들이 중증장애인들을 1시간여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발로 누르고, 중증장애인 이응호 씨를 계단 아래로 밀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있었던 충북도청 총무계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중증장애인들을 누르거나 계단 아래로 밀어낸 적은 없고 양측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공무원들도 농성단에 의해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420충북투쟁단이 제시한 사진에 의하면 여자공무원이 이응호씨를 손과 무릎으로 누르고 있는 장면이 나타나고 있다.

420충북투쟁단은 22일 오전 사태와 관련해 오후 4시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을 폭력적으로 저지한 일과 관련해 도지사의 직접사과를 요구하며 면담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청년인권연대 조승희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성인장애인교육모임 유경희 대표는 "도청의 여직원들이 9일동안 단식한 중증장애인을 계단에 눕혀놓고 한시간 이상 짓밟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중증장애인을 계단으로 밀어버렸다. 나는 그 참혹한 현장을 바라보면서 정말로 이 나라 국민으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불행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울먹이며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장애인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420충북투쟁단 송상호 공동대표는 "여러 차례 도지사와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나주지 않다가 오늘 이응호씨가 굴러떨어져 사고가 나니까 이제야 29일에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일주일 남았는데 그 말은 우리보고 굶어 죽으라는 것이다"라며 분노를 쏟아놓았다.

▲ 집회에는 중증의 장애인 당사자들이 나와 충북도청의 무성의를 성토했다.
ⓒ 이철용
한 여성장애인은 "우리도 인간입니다.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고 하는데 왜 만나주지도 않습니까? 장애인도 인간입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하자 참가자들은 하나 둘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성인장애인교육모임 이미연씨는 "나는 아이가 셋이다. 남편은 청각장애인이다. 일자리가 필요한데 공무원들은 '당신같은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하느냐?'라고 말한다. 일자리를 한 번 줘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오후 6시 10분경 도청측은 도지사를 대신해서 부지사 급이 대표단을 만나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대표단이 면담을 위해 도청으로 들어갔다. 20여분 지난 후 도청을 나온 대표단은 "부지사급이 아니라 보건환경국장이 나왔다. 나와서 하는 말이 우리보고 먼저 사과를 하면 자신들도 사과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결렬을 선언하고 나왔다"라고 밝혔다.

경찰,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형사 투입 4명 연행

10분쯤 경과 후 집회 참가자들은 직접 도지사를 만나겠다며 도청 진입을 시도했다. 도청 입구는 집회 전부터 청주동부경찰서 병력에 의해 차단된 상태였다.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병력간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자 갑자기 나타난 형사들이 송상호 공동대표를 포함한 4인을 순식간에 연행했다.

▲ 추가로 4명의 집행부가 연행되자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늦은 밤까지 집회를 열고 있다
ⓒ 이철용
420충북투쟁단은 오전 4명, 오후 3명 등 총 7명이 경찰에 연행되자 도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며 연행자 석방을 요구했다. 경찰은 한차례 먼저 해산을 할 경우 풀어주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농성단은 먼저 석방을 요구했다. 시간이 지나도 석방과 관련한 소식이 없자 농성단은 직접 연행서인 동부경찰서에서 석방을 요구하겠다며 도로를 따라 행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참가자 중 이미연씨가 탈진해 쓰러졌고 다른 용무로 현장을 지나다 현장을 보고 합류한 신석준 사회당 대표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경찰은 농성단의 행진을 저지하지는 않았다. 농성단은 "연행동지 석방하라", "장애인 차별철폐"를 연호하며 거리의 시민들에게 시위의 내용을 알리기도 했다. 1시간 가량 행진을 마치고 동부경찰서 앞에 도착한 농성단은 노래와 구호, 발언을 통해 연행자 석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서 정문은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그 뒤로 경찰병력이 이중으로 막아서 있었다. 10여분 집회가 진행되자 경찰은 대표단과 대화를 제시했고 대표단이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집회 참가자들은 김밥으로 저녁을 대신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두차례 걸쳐 연행자 7인 전원 석방

이 와중에 경찰서 안에서 유치인이 병원을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줄 것을 요구했도 집회 참가자들은 인도적 차원에서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차량이 빠져 나가기 위해 경찰서 정문이 열렸고 차량이 빠져 나가자 집회참가자들은 일제히 경찰서 진입을 시도했다. 이 와중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고 한 참가자는 문을 넘어 경찰서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다.

▲ 도청에서 청주동부경찰서로 옮겨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420충북투쟁단
ⓒ 이철용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계속적인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시 40분경 일차로 이문회씨를 포함한 4인이 석방되었다. 석방자들은 발언을 통해 "밖에서 집회를 통해 지지해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11시경에 석방될 것으로 보였던 나머지 3인이 석방되지 않자 참가자들은 더욱 거세게 구호와 노래로 경찰을 압박했고 결국 밤 11시 15분경 남은 3인이 석방되었다. 송상호 공동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사과한다고 해놓고 또 연행했다. 약속도 지키지 않고 도의도 모르고 사람을 죽일뻔 하고도 잘났다고 하는 충북 그대로 놔둘 수 없다. 오는 5월 10일 장애인체전 막아내자. 끝까지 싸우자"라고 강한 결의를 밝혔다.

420충북투쟁단의 도지사 면담요구와 관련해 충북도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도청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조율 없이 무조건 도지사를 만나자고 해서 만남이 어려워진다. 현재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420충북투쟁단의 공식적인 요구사항은 ▲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서 3년 안에 저상버스 30%, 5년 안에 50% 도입, 특별교통수단 콜택시 확대 운영, 편의시설 실태조사와 시설확충 제도화 ▲ 자립생활과 관련해서 충북지역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위해 지원금 지급, 중증 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한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 시설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유린 실태 조사 진행 ▲ 장애인 교육과 관련해서 성인장애인 교육시설 재정 지원, 제도 교육 내 장애학생들의 교육여건 실태조사 실시, 제도권 교육시설 편의시설 확충 등이다.

지난 22일 도청에서 낙상해 한국병원으로 실려간 중증장애인 이응호씨의 상태와 관련해 병원 의료진은 경추염좌, 요추염좌, 뇌진창, 다발성 타박상, 단식으로 인한 탈진 등의 증상으로 치료중에 있으며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요추 경추 등이 안좋은 상태에서 외부의 충격이 가해지면 만성적인 통증으로 유발 될 수도 있다며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420충북투쟁단, "5월 10일 시작되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온몸으로 저지하겠다"

▲ 청주시 곳곳에 나붙은 제2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관련 깃발
ⓒ 이철용
충청북도와 420충북투쟁단의 강한 충돌로 인해 2주 앞으로 다가온 제2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비상이 걸렸다. 오는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진행되는 청주종합경기장을 비롯한 청주, 충주, 청원 지역에서 벌어지는 제2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전국에서 선수 감독을 포함한 18개 종목 25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420충북투쟁단은 22일 사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저지하겠다"고 밝힌 상태이고 이러한 충북지역 싸움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서울의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도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http://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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