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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대통령 산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위)가 추진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비롯해 검·경간 수사권 조정 문제, 정치권의 공직부패수사처 신설 등으로 검찰 존재와 위상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검찰은 사개추위가 추진중인 형소법 개정안 초안대로 갈 경우 검찰의 수사권 폐지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검찰 조직 전체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때문에 김종빈 검찰총장으로서는 지난 4일 취임한 지 한달도 안된 시점에서 총수로서 맞는 첫 위기이자 리더십과 추진력을 평가받는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김 총장이 지난 27일 대검찰청 수뇌부를 비롯해 수도권 지역 검사장이 참석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게 할 정도로 검찰 내에 '심각한 위기'와 '초비상의 긴장감'을 주고 있는 '사개추위 형소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 정리해봤다.

[사개추위 형소법 개정초안 무엇이 문제인가]

사개추위는 오는 2007년 시행을 목표로 국민의 사법참여 확대 및 미국식 공판중심주의로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배심·참심제 혼용방안의 도입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과 기존 형사소송법 개정초안을 마련하고 추진중이다.

이대로 추진될 경우 기존 형사재판제도에 커다란 변화가 초래되기 때문에 형사재판의 기본법인 형사소송법의 손질이 불가피하고, 결국은 '형사재판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개정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사개추위가 추진중인 형소법 개정안 중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피고인 부동의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불인정, 법정 제시 및 낭독 불허 ▲참고인진술조서 법정제시 불허, 참고인의 법정진술만이 증거 활용 ▲공판 시 검찰의 피고인 신문제도 폐지 등이 핵심이다.

다만 사개추위는 검사나 검찰 수사관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증언할 경우 이 증언은 판사의 판단에 따라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외에도 경찰 단계의 조서는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찰관이 법정에서 진술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차단하고 있다. 피고인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부인하면 한마디로 '휴지조각'과 다름없게 된다. 이것은 결국 검찰의 수사권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참고인 신문조서의 경우는 피고인이 부인하면 검사 등의 법정 증언 절차조차도 마련해 두지 않았다. 참고인이 검찰에서 시인했다가 법정에서 부인을 하게되면 검찰 입장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되는 등 수사기관에게는 더욱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검찰 주장] "공판중심주의 공감, 그러나 사개추위 추진안 보완책 마련해야"

검찰은 사개추위가 추진중인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공감하고 그 자체는 반대하지는 않지만, 현재 논의대로 진행될 경우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 비춰 유례없는 것으로써 사법정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공판중심주의적 제도와 거리가 멀고 오히려 형사사법제도를 파탄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수사권의 약화를 불러오고 결국 정말 중요한 사법질서나 피해자의 인권이 오히려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앞서 지적한 대로 피고인·참고인의 신문조서가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하기만 하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뇌물사건이나 조직폭력범죄, 성범죄 등 부정부패 수사는 불가능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검찰은 사개추위가 배심·참심제 혼용 방안을 도입하면서 법원이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선택해 다른 국가의 재판제도와 다른 기형적 재판구조를 낳고 있으며, 이른바 '짜깁기'식의 재판구조는 안된다는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미국의 배심제의 경우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혜택을 피고인에게 주는 대신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 ▲자백한 공범에게 형을 면제하거나 낮춰주는 증언면책제도 ▲법정에서 허위진술시 엄하게 처벌하는 사법방해죄 등을 갖추고, 반면 사개추위 개정 초안에는 이런 부분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검찰은 사개추위 개정안에는 미국과 같은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 등의 보완책을 30일 오전부터 열리는 사개추위 합동토론회에서 형소법 개정안 보완을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취재수첩] 사법체계 민주화를 위한 개편은 시대적 대세
검찰총장, 조건부 수용의사 밝혀... "국민의 입장에서 해결하길"

현재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사개추위의 형사재판 개혁 방안에 대해 '수사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자신들의 입지가 대폭 줄어들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져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으로 언론을 통해 비춰지고 있다.

검찰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지금까지 수사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 발견'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이와 함께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고, 이에 따른 사법절차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모두 의견을 모으고 있다.

더구나 김종빈 검찰총장도 지난 4일 취임식부터 '인권 수사'를 가장 강조할 만큼, 이제는 사법체계의 민주화 달성에 대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검찰이 긴급히 사개추위 논의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진정으로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나선 것이라면 국민들은 검찰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검찰이 사개추위의 개정안 초안대로 법제화 될 경우 검찰 수사권이 크게 축소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만을 맡는 기관으로 전락하게 되는 등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표면적인 이유로 반발하고 나섰다면 국민들은 검찰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한편 김 검찰총장은 29일 기자들과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초비상 사태'까지 초래한 논란에 대해 "형사소송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획에 대해 저지하고 반대할 생각은 없다"며 "다만 균형된 수사와 재판을 위해서는 사개추위 개정안에 대한 보완작업이 필요하다"고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원로 법조인은 "검찰은 사법제도 개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보다 국민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잘 파악하고 생각하길 바란다"며 "이런 자세에서 개정 및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을 설득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임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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