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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학생 학부모들이 3일 저녁 빈소를 찾았다. 이들이 빈소를 찾자 일부 유가족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울분을 터트리기도 했다.
가해 학생 학부모들이 3일 저녁 빈소를 찾았다. 이들이 빈소를 찾자 일부 유가족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울분을 터트리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기적이 일어나야 식물인간으로라도 살 수 있다는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걸었는데 끝내는 이렇게 됐다. 죽으면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못하게 됐으니…."

같은 학교 선배와 친구, 후배로부터 1시간여 동안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한 이아무개(16)양의 큰아버지 이광옥(50)씨는 낮은 목소리로 흐느끼듯 말했다.

2일 저녁 숨진 이양의 빈소가 차려진 전북 순창 보건의료원. 3일 오후 이 곳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이양의 친인척, 이양의 학교 교사들, 선후배·친구들은 보였지만 이양 부모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족들 "어떻게 이런 일이...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이에 대해 한 유족은 "너무 기가 막히니까 며칠동안 잠도 못자고 숟가락도 제대로 들지 않아서 몇번이나 실신을 했다"며 "우리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부모들이 오죽하겠냐"고 말하면서 긴 한숨을 토해냈다.

빈소에서는 이양의 부모를 대신해 이양의 큰 아버지 이씨가 문상객을 맞고 있었다.

이씨는 "학교폭력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면서 '저런 일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길지는 꿈에도 몰랐다"면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부터 지켜봤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쓰러져 있는 아이를 보니까 너무 끔찍해 차마 보기도 힘들었다"며 "쓰러졌을 때 빨리 병원에 옮겼다면 살았을텐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어 가해 학생들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정당한 조치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살아만 있다면야 내가 어떻게든 다 정리하겠지만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선처를 바란다고 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이양을 추모하기 위해 가슴에 검정리본을 단 순창 S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도 찾아와 침통한 얼굴로 빈소를 지켰다. S고 교정에서 만난 양아무개(고2) 학생은 "평소에 친하게 같이 잘 다녔다"면서 "(학교는) 그냥 조용하기만 하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빈소를 찾은 S고 한 교사는 "친하게 지낸 사이로 알고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서 당황스럽다"며 "그러나 가해학생들이 불량서클을 만들어서 활동하는 아이들은 아니다, 우발적으로 생긴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 교사는 "학교에서 노력했지만 이런 일이 생겨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빈소에서 울음 터뜨린 가해학생 부모들... "용서 못한다" 유족들 울분

시종 차분한 분위기에서 문상객을 맞고 있던 유족들은 이양을 폭행한 강아무개양 등 가해 학생 학부모 6명이 저녁 7시경에 빈소를 찾자 흥분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가해 학생 부모들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 , (이양의 상처 사진을 보이며) "이 사진을 봐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개를 떨군 채 무릎을 꿇고 한 동안 앉아있던 가해 학생 부모들은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부모는 "(이양의 이름을 부르며) 미안하다, 좋은 나라에 가서 잘 살아라, 미안하다"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유족은 "다 물어 뜯어도 속이 안풀린다, 당신들 너무하는 것 아니냐, 이제는 용서할 수 없다"며 흥분하기도 했으며, 이양의 큰 아버지는 "집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는 애를 불러서 때려 죽인 것이 우발적인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가해 학생 한 부모는 "어떻게 고개를 들겠느냐, 이양 부모에게 너무 죄송하다"면서 "언론에서 보도하는 흔히 말하는 학교폭력과는 다르다,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저녁 8시경 빈소를 찾은 이양 아버지와 어머니는 침통한 표정으로 간혹 이양의 사진을 쳐다볼 뿐 말문을 열지 못했다.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무슨 말을 하겠느냐, 말할 힘도 없다, 이런 일이 없어야지"라고만 답했다.

한편 순창경찰서 한 관계자는 "아직 국과수에서 부검 결과를 알려오지는 않았다"면서도 "뇌에 큰 손상이 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해 학생 4명에 대한 조사를 벌여 상해치사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양의 장례식을 4일 오후 치를 예정이다. 이번 상해 치사 사건에 대해 전북도교육청은 순창교육청 등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문제가 드러나면 관련자를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나... 참 활달한 아이였는데"

다른 관계자는 "조사결과 가해 학생들이 일진회 같은 불량 서클을 만들거나 활동하는 학생들은 아니었다"고 말했으며 경찰은 이번 사건이 폭력 서클 등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있다.

또 큰 아버지 이광옥(50)씨와 다른 유족, 학교 관계자들은 이양이 "평소에 활달한 성격이어서 왕따를 당하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학생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양의 아버지 이아무개(40)씨를 대신해 이광옥씨에게 유가족들의 심경을 들었다.

- 결국 목숨을 잃게됐는데 부모님들은 어떤가.
"병원에 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잠도 제대로 자지못하고 숟가락도 제대로 들지 않아서 어머니는 몇번 실신하기도 했다. 애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부모 심정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게냐"

- 병원에 계속 함께 있었다는데.
"기적이 일어나야 식물인간으로라도 살 수 있다는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걸었는데 끝내는 이렇게 됐다. 죽으면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못하게 됐으니…. 부검을 해야하니까 장기기증을 못했다. 병원에 갔더니 뇌의 2/3는 다 죽었다고 하더라. 가족들이 회의를 해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기로 해서 호흡기를 떼기로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억장이 무너지고 피 눈물이 난다."

- 이양이 병원에 있을때 상태는 어땠나.
"뇌에 큰 손상이 있어서 죽게됐다. 쓰러졌을 때 빨리 (큰)병원에 옮겼다면 살았을텐데 이 점이 너무 안타깝다. 맞으면서 반항을 했는지 여러 곳이 멍들어 있었는데 찢어진 곳은 없었다. 그런데 죽고 나니까 맞은 곳이 파랗게 변하는데 끔찍했다."

- 평상시에 이양은 어땠나. 혹시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았나.
"야무지고 쾌활했다. 선생님들, 친구들과도 잘 지냈다고 들었다. 친구들도 많은 편이어서 그런 일은 없었다. 부회장 선거에도 나갔다."

- 가해 학생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눴나.
"우리는 피 눈물을 삼키고 있다. 너무 괴롭다. 가해자 학생 부모들도 마음이 안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애들이 살아있다.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나. 답답하다. 아직 합의는 되지 않았다. 경찰에서 정당한 조치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살아만 있다면야 내가 어떻게든 다 정리하겠지만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선처를 바란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

- 이번 사건이 나자 교육청과 학교측 책임을 묻는 사람들도 있다.
"솔직히 교육청, 학교, 경찰서에 다니면서 소리를 지르고 싶다. 그래서 울분을 풀고 싶었다. 노력은 했겠지만 섭섭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고생을 많이했다. 선생님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다른 학생들은 좋은 추억만 만들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 가해 학생들과 이양이 친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친하게 지냈다고 들었다. 집에도 서로 놀러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우발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집에 있는 아이를 밖으로 불러서 숨지게 했는데 단순하게 우발적인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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