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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현경초 어린이들이 인라인을 타고 있다.
무안현경초 어린이들이 인라인을 타고 있다. ⓒ 김두헌
전교생이 180여명에 불과한 전남 무안의 한 시골학교 교장선생님이 학생, 교직원, 학부모들과 함께 직접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 화제가 되고 있다.

무안현경초등학교 홍원표 교장이 그 화제의 주인공. 지난 2003년 9월 이 학교에 부임한 홍원표 교장은 이듬해 3월 '소외되고 궁벽한 시골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어린이들의 여론을 수렴해 보니 단연 관심사는 '인라인스케이트'.

홍 교장은 이때부터 학생들이 가장 타고 싶어 하고, 갖고 싶어 하는 인라인스케이트를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에 골몰했다.

먼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라인스케이트 소유자를 조사해보니 1/4 정도인 40여명의 학생들만이 인라인스케이트가 있었다.

이어 홍 교장은 인라인스케이트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대도시처럼 근처에 인라인스케이트장이라도 있으면 고민거리가 안 되지만 시골에서 그런 시설을 기대하는 일이란 요원한 일.

홍 교장은 그래서 서삼석 무안군수를 찾아가 저간의 사정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다행히 시골학교라서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은 충분했던 것. 홍 교장은 시멘트로 포장된 교내에 폭 6m, 길이 140m의 아스콘 포장의 트랙 신설을 서 군수에게 부탁했다.

서 군수는 홍 교장의 소요예산 2천만원에 대한 협조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홍 교장의 뇌리에는 고민거리가 하나 앙금처럼 남아 있었다. 40여명의 어린이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인라인스케이트장이 교내에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나머지 학생 140명은 구경만 해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 그 고민의 주요 내용.

대도시처럼 학부모들의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농사에 매달리는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사달라고 졸라대는 일은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일.

홍 교장은 전 교직원들과 협의해 소규모학교의 작은 예산을 쪼개 스케이트화, 헬맷, 보호대 등 기본 장비 100명 분을 구입했다.

이같은 문제가 모두 해결되자 홍 교장의 가슴 한 편에는 학생들의 안전문제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대두됐다. 홍 교장은 그래서 올 3월 초 학부모 총회 자리에서 인라인스케이트와 학생들의 안전문제에 대해 학부모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학생들과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홍원표 교장
학생들과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홍원표 교장 ⓒ 김두헌
"설령 보호장비를 철저히 하더라도 무릎이 조금 까지고 손바닥에 상처를 입는 일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우리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씩씩한 어린이가 되길 바라신다면 조그만 상처에 일희일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렇게 해서 올 4월 초 모든 시설과 장비를 완비한 다음 홍 교장은 기초 기본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국가대표출신의 인라인스케이트 강사를 초빙해 강당에서 1주일 동안 전교생들과 전 교직원들에게 인라인스케이트 교육을 철저히 했다.

홍 교장은 "훌륭한 강사의 철저한 교육 덕분인지 전 교직원들과 전교생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탄 지 한 달이 다 됐지만 자그마한 안전사고 한 번 나지 않았다"며 "강의를 시작하자마자 제대로 넘어지는 교육부터 실시한 강의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어린이 날을 하루 앞둔 5월 4일 기자는 무안 현경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운동장에는 중간 놀이 시간을 이용해 전교생들이 보호색 장비와 헬맷을 착용하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자신들의 인라인스케이트를 학교에 가져올 수도 있고 학교에서 마련한 100켤레의 인라인스케이트와 제반 장비를 빌릴 수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홍 교장이 학생들과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홍 교장 자신도 학생들, 전 교직원들과 함께 기초 기본부터 철저히 배웠다고 한다.

홍 교장은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생들, 선생님들과 함께 배웠습니다. 비탈길에서 엉덩방아를 한 번 찧는 일을 빼놓고는 아직까지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은 걸 보면 저도 운동신경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홍 교장은 "어린이들이 저보고 시합을 하자고 졸라대기도 하고 저학년 학생들이 제 허리띠를 잡고 '교장 선생님, 같이 가요'하는 걸 보면 인라인스케이트장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조만간 도움을 주신 분들을 초청해 개장식도 열고 싶다"고 말했다.

홍 교장은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논일, 밭일을 해질 무렵까지 하다보니 학부모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싶어도 여의치 못한 것 같다"면서 "야간조명시설이라도 설치된다면 학생들에게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고 싶다는 학부모들이 많지만 예산이 여의치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같은 교육활동을 통해 "지구력, 평형능력, 근력, 유연성 등 어린이들의 체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면서 "방과 후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지내거나 하루 네다섯 곳의 학원을 밤늦게까지 '순례'하는 일보다는 모르긴 몰라도 아마 백 배 정도는 나을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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