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100주년은 단순히 100년의 나이를 자축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과 함께 한 100년의 영광을 감격해 하는 것이다. '민족고대'에서 '세계고대'의 100년을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비전과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
- 어윤대 고려대 총장의 개교 100주년 기념사 중에서
'글로벌 고대'를 선언한 고려대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식이 5일 오전 10시30분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어윤대 총장과 김병관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원기 국회의장, 박종구 교우회장, 이명박 서울시장, 김종빈 검찰총장 등 내외빈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어윤대 총장은 기념사를 통해 '글로벌 KU 프로젝트'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한국의 지성이 세계의 지성이 되고 고려대가 민족의 대학에서 세계의 대학으로 거듭나는 실질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획"이라면서 '대학구조의 세계화'와 '학문의 세계화'를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어 총장은 "고려대의 지성이 곧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나아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대인이 견인해 나갈 것"이라며 "자유·정의·진리의 고대 정신은 민족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의 정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을 축하하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지난 한 세기 동안 행동하는 지성으로 민족과 함께 했고 자유·정의라는 고대 의지가 큰 힘이 됐다"며 "이제는 세계 속의 대학으로, 우리 대학이 어디로 가야할지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고려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고대인의 날' 행사를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열고 ▲'자랑스런 고대인상'에 윤주영 사진작가와 구두회 LG그룹 창업고문 ▲'사회봉사상'에 유우금루시아 메리놀수녀원 수녀 ▲'영진교우상'에 김종빈 검찰총장과 송철호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이근표 한국공항공사 사장, 이화언 대구은행장 등을 선정해 상을 수여했다.
이학수 삼성구조조정본부장 "서로 누되지 않는 관계 됐으면"
한편 이날 오전 9시 30분 열린 '100주년 기념 삼성관' 준공식의 경우 지난 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고대 명예박사 학위수여식 사태로 인해 준공식을 반대하는 고대생들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고대생들의 충돌이 예상됐으나 별다른 마찰없이 치러졌다.
지하 1층 지상 5층의 '100주년 기념 삼성관'은 삼성의 후원으로 삼성물산(대표이사 이상대)이 지난 2002년 10월 착공해 2년 6개여월간의 공사 끝에 '개교 100주년 기념식'에 맞춰 준공식을 가졌다.
준공식에는 삼성측에서 이학수 삼성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과 이상대 삼성물산 대표가 참가했고 고려대측에서 어 총장과 김 이사장이 대표로 나왔다.
30여분간 진행된 준공식 일정이 끝난 뒤 취재기자들의 관심은 지난 2일 이 회장의 학위수여식 사태 때문인지 이학수 본부장에게 몰렸고, 고려대 학생들이 보여준 행동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했다. 이에 이 본부장은 "고려대와 (삼성이) 서로 누가 되지 않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며 "개교 100주년을 축하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앞서 김병관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이 기념관의 모라토리움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통과 세계화의 만남을 상징하고 새로운 천년을 앞장서 만들어갈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며 "거액을 쾌척하신 이건희 회장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어 총장도 "과거의 미래가 함께 숨쉬는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고 세계로 나가는 기념비적인 건물이 될 것"이라면서 삼성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