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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0일 저녁,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최고위원들이 여의도 중앙당사 상황실에 모여 어두운 표정으로 재보궐선거 투표중계를 보고있다.
ⓒ 권박효원

이번 4.30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진입의 높은 벽을 다시한번 실감했다. 가장 당선가능성이 높았던 성남 중원의 경우, 막판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형주 후보가 1위로 올라서자 민주노동당은 연일 스타급 의원들을 대거 투입해 대대적인 유세를 펼쳤지만, 결국 당선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중앙 및 지역에서 쟁점을 만들지 못해 열린우리당에서 이탈한 개혁층 끌어모으기에 실패했다"는 내부 평가다. 중앙당 차원에서 선거를 의식한 의제 선점을 하지 못한 데다가 지역에서도 차별성 있는 전략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최고위원들이나 주요 당직자들의 분석이다.

한 최고위원은 "중앙당이나 각 광역시당에서 지역에 대한 정보나 분석이 미흡했고 지역정치활동의 기본이 안돼있다"며 "3당, 3당, 하는데 우리 자신부터 3당으로서의 준비가 안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향후에도 민주노동당의 지역구 돌파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당내 분석이다. 민주노동당의 특성상 이후 지방선거나 총선에서도 다른 당과 같은 개발 위주의 지역공약을 낼 수 없고, 지역기반에 호소해 표를 조직할 수도 없으며, 당선가능성을 위주로 후보 공천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역사업 '우향우' 해서 중산층 지지 끌어냈어야"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지역전략의 부재이다.

이번 선거에서 성남 중원에서는 다른 당과 비슷한 내용의 '서울공항의 이전 혹은 폐쇄, 시립병원 설치, 순환식 재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워 후보간 차별성을 꾀하지 못했다. 이나마 공약도 정 후보의 소개자료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나 비정규직 문제 등 중앙 중심 의제에 가려져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성남 중원에 파견되어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최기영 의원단대표 비서실장은 "미리 지역정치사업을 '우향우' 해서 시민사회적 의제를 과감하게 도입하고 지지층을 기층 민중에서 중산층으로 확대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지역을 돌파하지 않고 비례대표만으로는 당의 미래가 밝지 않다"며 "중앙당에서 펼치는 무상의료·무상교육 사업과 맞물려 지역에서도 법 개정운동은 물론 지역내 의료 및 교육현안에 대응하는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양당 구도를 깰 수 있는 틈새전략이 없었다"며 "다음 선거를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생활문제와 관련된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당의 지역개발공약에 대응해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대안시장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 복지체계를 경제활동과 연관시키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 지방선거, 분회당 1명씩 1000명 후보 발굴하겠다"

후보발굴과 지역 조직화도 이후 지방선거와 총선의 주요한 과제로 꼽힌다.

민주노동당은 각 지역마다 지역위원회 및 산하 분회가 조직되어있지만 후보로 나서겠다는 분회장은 아직 많지 않다. 민주노총이나 전농 등의 대중단체는 자체적으로 인물을 발굴해 민주노동당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방침이지만, 자칫 후보 자격문제가 생길 수 있어 검증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재영 조직실장은 "당에서 경쟁력 있는 대중정치인을 길러야 한다"며 "전국적으로 1000여개 분회가 있는데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분회당 1명씩 후보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오 실장은 "분회장들은 당의 읍면동 책임자가 되고 2008년에서는 핵심 지역 조직가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총장 역시 "기초의원 선거는 각 분회가 책임져야 한다"며 "의식적으로 분회장들을 후보로 키워내고 지역사업 전면에 내세워 당원과 국민들에게 신뢰받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분회가 주민회, 풍물모임 등 다양한 형태로 주민들을 조직해나가야 한다"며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주민들과 함께 지역현안을 놓고 공동의 실천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민주노동당은 조만간 지방선거를 위한 '2006년 위원회'를 구성해 선거 전략전술, 지역조직화 방침을 마련하고, 오는 21일에는 전국 분회장 수련회를 통해 지역사업과 후보발굴 문제를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최기영 실장은 "적어도 오는 6월 안에 내년 선거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며 "전략수립이 더 늦으면 현재 체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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