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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화덕헌'
사진가 '화덕헌' ⓒ 한창훈
사진가 '화덕헌'이 부산 '서면메디컬 센터'(서면 롯데호텔 건너편) 지하 아트 룸에서 '길에서 천국으로'란 주제로 7일까지 1990년대 부산역에서 만난 이들의 삶을 전시하고 있다. 서울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치고, 부산에서 전시회를 가지고 있는 그를 만났다.

-사진을 시작한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스스로 예술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사진가'라기보다는 '사진 쟁이'라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카메라는 80년 대 부터 만지작거리고 아르바이트로 단순히 '사진을 찍는 일'을 하였으며, 본격적으로 '사진 쟁이'의 마음으로 촬영을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쯤 된다.”

- '전시중인 90년대 부산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작업기간이 약 7년간의 긴 시간을 담았다고 하는데.
“전체 작업 기간을 보면 90년 초반부터 시작하여 2000년 초까지의 사진들이니까 10년 정도의 그들의 삶이 담겨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진작업을 위해 그들을 만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작업 기간'이라고 표현을 한다면 너무 살벌하다.”
ⓒ 화덕헌

- 지금도 '부산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작업은 계속 중인가?
“그렇지 않다. 내 작업속의 '부산역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좁은 세계마저 빼앗긴 사람들이기에 나의 '부산역'이란 지리적 공간을 90년대 후반 IMF 사태 때 없어져 버렸다.”

-작가의 '부산역'이란 공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 작품들 속의 '부산역'과 '부산역 사람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의 이웃을 지칭하는 것이다. 다만 그들이 머문 곳이 부산역이었고 내가 그들을 만나서 그들과 함께 작업을 한 곳이 부산역이다. 그런데 90년대 후반의 IMF 사태로 부산역을 점령한 소위 '노숙자'들로 인해서 내 작품속의 이웃들의 생활공간은 그들 '노숙자'에게 점령을 당하였다. 내 작품 속의 이웃들은 '노숙자가 아니라 가난한 이웃'일 뿐이다. 그 이웃들이 생활한 공간의 내 작품 속의 '부산역'이다.”

ⓒ 화덕헌
-그렇다면 전시된 작품들이 사진작업을 일관된 작업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 그들과 나는 이웃이었고 친구였다. 짧은 만남의 이웃은 몇 달이 되는 사람도 있고, 이승호씨 같은 이는 1992년 처음 그를 만났다. 그리고 2000년 4월 20일 그가 천국으로 갈 때까지 지속적인 만남이 있었고 내 삶의 일부에 이웃으로써 그가 있었고 그의 삶에 이웃으로 간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를 바라보며 '비둘기와 고장 난 시계, 쓰레기로 변한 무역관련 서류로 가득 찬 그의 배낭' 다음으로 귀한 취급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를 대했다. 지금 전시된 사진들은 내 카메라에 담긴 내 이웃의 삶은 일부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 화덕헌

-부산역 사람들'과의 만남에 작업적인 의미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실제로 그들의 생활 속에 들어가 있었기에 접촉한다는 면에서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그들의 마음과 몸은 항상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내 자신이 스스로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언제나 어려움 점이었다.

당시에 시간적으로 사진작업을 하기보다는 급식소나 이발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었고 사진은 그들과 친해지는 또 하나의 도구로 활용된 면이 많았다.

손톱이 너무 두꺼워서 손톱깎이가 잘 들어가지 않았던 이북 할배나 게 중에는 남보다 좀 더 건강해 보인다는 것이 '적선을 받는 입장'에선 핸디캡이 되어서 '동료들이 구걸해 온 것을 구걸하는' 이들….”

- '부산역 사람들'과 비슷한 작업을 다시 할 계획은?
“어려운 이웃들과의 작업은 이제…. 내 마음속에 그들은 항상 이웃이지만, "내 카메라를 팔아서 가난한 자에게 나눌 수 없는" 내 마음의 한계 때문에 유사한 작업을 다시 하기엔 내가 너무 약은 것 같아서….”

ⓒ 화덕헌
기자와 대화중에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말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웃에 대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였다. 그리고 그가 현재 작업 중인 사진 활동이나 계획에 대하여는 '신비로움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공개하기는 거부했다.

그가 전시된 그의 작품속의 인물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 그리고 저 할매를 빼고는 모두 '길에서 천국으로' 갔다"고 한다.

대화를 마치고 아트 룸을 나오는 기자에게 그는 기념으로 사진집을 한 권 쥐어주었다. 표지를 포함하여 18페이지로 된 '직접 만든 사진집'의 맨 뒤 페이지에 500원짜리 동전이 비닐 포장되어 붙어있었다.

가는 길에 500원짜리 동전하나가 꼭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주라는 것이었다.

사진집 '길에서 천국으로'
사진집 '길에서 천국으로' ⓒ 한창훈

마침 지하철 입구 계단에 500원짜리 동전이 필요한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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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진가로 주로 여행 및 스포츠 사진을 촬영함. 2. 평소 사진을 촬영하면서, 또 여러 행사 등을 참관하면서 밝고 맑은 면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 3. 여행과 스포츠에 대한 소식을 널리 전하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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