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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선생님과 함께 먹는 부추전
과학선생님과 함께 먹는 부추전 ⓒ 이선미
"아니, 이거 웬 거예요? 오늘 간식이 부추전인가 봐요?"

아이들보다 더 신난 나의 말. 비좁은 주방에는 가스레인지 위에 번갈아 부칠 프라이팬 두 개가 놓여져 있었다. 감기약을 잘못 먹었는지 속이 안 좋아 교회 사모님이 부치는 부침개 근처로 가지도 못하고 안방에서 이러저러한 일을 보고 있는데, 사모님이 첫 '개시'를 한 부침개를 나에게 가지고 왔다.

부추전 사진
부추전 사진 ⓒ 이선미
"일단 맛보고 일하세요!"

밖에서 시험주간이라 아이들이 '비상 대책 공부'를 교대 선생님들과 하고 있는데 나는 감기가 걸렸다고 염치없이 컴퓨터 자판만 몇 번 두드리다가 부추전을 날름 받아먹게 되었다.

밀가루보다 부침가루 넣으면 더 맛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는 사모님을 앞에 두고 부추전을 젓가락으로 마구 난도질하면서 양념간장에 찍어먹었다.

주방 너머에는 서늘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데 이런 날씨에 부추전은 제격이었다.

아이들 공부시간이 끝나고 간식시간이 왔다. 부추전을 한 접시씩 가지고 나와 모둠별로 공부방 선생님들과 부추전을 찢어 먹었다. 덩치 큰 아이들이 밀집된 고학년 모둠은 벌써 부추전 하나가 뚝딱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계속 계속 만들어지는 푸짐한 부추전. 아마 배부르도록 먹었을 것이다. 덕분에 사모님은 기름 냄새를 많이 맡으셨지만.

비오는 날, 부추전!

일주일에 한번은 '전'의 날로 지정해 간식으로 김치전, 감자전, 부추전, 파전 등등 각종 '전'을 만들어먹을까 심각하게 고민한 맛나는 오후였다.

부추전 앞에 두고 아직도 문제를 다 못 푼 안타까운 모둠
부추전 앞에 두고 아직도 문제를 다 못 푼 안타까운 모둠 ⓒ 이선미

덧붙이는 글 | 이선미 기자는 평화와 참여의 공동체 <춘천시민광장>에서 꾸러기어린이도서관, 꾸러기 공부방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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