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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훈 남양알로에 대표이사
ⓒ 남양알로에 제공
"맨 아래 직원이 무슨 업무를 했는지를 체크하기 전에 오늘 점심에 밥은 먹었는지를 먼저 묻는 것이 바로 CEO다."

'인간적인 리더십'의 전도사 이병훈 남양 알로에 사장이 17일 오후 다소 머쓱한 표정으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위치한 서울과학종합대학원(총장 데이비드 스미스)의 강단에 섰다.

이 대학원에서 비즈니스 리더십 강의를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강의명은 이름하여 '글로벌경영과 인간관계관리'. 거창했다. 하지만 그가 준비해 온 프리젠테이션 파일의 제목은 간명하고 따뜻했다. '기업의 소명과 꿈 그리고 사랑'. 흡사 연애편지 첫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소명의식이고 소속원의 꿈, 그곳을 관통하며 흐르는 사랑이다."

그의 강의는 정말 연애편지 첫구절처럼 시작됐다. 세계화와 사랑, 얼핏 들어도 모순적인 두 단어가 그의 입을 통해서 전해질 때 10여명의 수강생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강의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의 인간적 리더십론은 계속됐다.

"88년 26살의 나이에 처음 경영을 시작할 때 나는 선순환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과 이 기업에서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관념적인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말한 선순환적 기업이란 '생태주의와 휴머니즘'이라는 가장 비영리적인 요소로 '영리추구'라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목적을 충족시키는 기업의 형태를 의미했다. 환경파괴와 착취라는 일반적 악순환의 영리형태를 극복한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그의 소신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곧 그는 '인간적인 모습을 한 기업'이 탄생하기까지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병훈 남양알로에 사장은 누구

▲1986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졸업(사회학),
▲1987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원 졸업,
▲1988 ~ 1998 미국 알로콥(ALOECORP) 설립 및 대표이사
▲1995 ~ 1998 미국 유니젠 생명과학 (Unigen Pharmaceuticals) 설립 및 대표이사
▲1996년 ~ 현재 (주)남양알로에 대표이사
▲2000년 ~ 현재 (주)남양 대표이사, 미국 유니베라 홀딩스(Univera Holdings) 설립 및 대표이사, (주)유니젠 설립 및 공동대표이사.
▲2002년 8월 세계경제포럼 (WEF) 아시아 차세대 리더 (AYL)로 선정
▲2003년 8월 세계경제포럼 (WEF) 차세대 리더 2004 심의위원 위촉
"89년이었다. 멕시코 농장에 100년만의 냉해가 찾아왔다. 그날 나는 한숨도 자지 않고 밤을 새웠다. 다음날 새벽 6시였던가. 농장으로 들어오는 1㎞ 남짓한 도로에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강하게 망막을 때렸다. 나는 화생방 경고거니 했었는데 직원과 가족 250여명이 냉해 피해를 막기 위해 트럭을 타고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때 '회사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감동적인 이 일화는 그가 '4:3:2'라는 보기 드문 분배원칙을 일궈내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익의 40%는 기업에게, 30%는 임직원에게, 20%는 사회에 분배한다는 것이 이 사장이 말하는 4:3:2 분배원칙이다. 이는 지금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지켜지고 있다고 확언했다.

그는 "성공은 분배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4:3:2 분배원칙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성장과 분배 이분법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실제로도 남양알로에는 이러한 원칙에 따라 모아진 기부금으로 희귀병과 난치병 질환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성금 1500만원을 한민족 복지재단에 쾌척하기도 했다.

이병훈 사장이 발해의 땅 연해주에 600여만평에 달하는 농장을 사들인 이유도 이러한 기부철학의 연장선에서 비롯됐다.

"연해주 농장은 중국과 30㎞, 북한과 20㎞ 떨어져 있다. 우리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 중국의 원료를 결합한다면 이 곳 농장은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이익금 일부를 북한 지원에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81년 대학 시절부터 그를 옭아맸던 국가보안법이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꿈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그는 386 출신 CEO다. 이 사장은 "남한 사람이 북한 사람을 고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때문에 농장에 취직을 시킬 수가 없어서…"라며 아쉬워했다.

강의가 끝난 뒤 이어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소 민감한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회전반에 만연해 있는 반기업정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선배 세대들은 룰이 없는 게임을 해 왔는데 그 후유증이 아니겠느냐"며 기업인들에게 1차적 책임을 물었다. 이어 "시대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성장한 것에 대한 죄값이라고 본다"며 반기업정서의 책임을 국민과 정부에 돌리는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사장과의 대화는 직원들의 열정에 대한 믿음과 도덕적 해이가 충돌했을 때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질의와 응답으로 끝이 났다. 그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일부의 문제나 태도도 전체가 선을 택하고 있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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