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이양하님의 '신록예찬'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5월은 신록으로 가슴을 채울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5월이 가기 전에 한라산으로 떠나 보세요.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오는 바람 때문에, 이 산 저 산 나날이 푸른 오백장군 모습으로, 빈한한 마음을 가득 채울 것 입니다.
5월 14일, 토요 휴무제로 한라산을 다녀왔습니다. 한라산 영실 입구에서 만난 '녹담만설'은 바위 틈으로 시원스럽게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1600고지에서 바라보는 오백장군. 오백장군 너머엔 전설처럼 서귀포 시가지가 구름에 싸여 있고, 범섬이 바다에 떠 있습니다.
카메라의 초점을 조금 당기면 신록은 오백장군의 얼굴까지 물들어 있습니다. 마치 오백장군 콧수염을 파랗게 물들인 것 같습니다.
병풍바위 앞에는 초록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합니다. 병풍바위 앞에서 커피 한잔에 초콜릿을 입에 물어 보면 세상이 모두 달콤해 보입니다.
1600고지 전망대에서 뒤를 돌아다보면 어슬렁 오름, 노로오름, 노꼬메 오름, 볼래오름, 그리고 산방산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집니다.
이때 '야-호'를 외치면 구름이 몰려온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오름과 오름을 보면 바다에 떠 있는 배처럼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