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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쪽 장터 풍경
천막 쪽 장터 풍경 ⓒ 이선미
5월 21일 낮 12시 30분. 아침 나절에는 구름이 뿌옇게 끼고 바람이 제법 세게 불어 걱정을 했는데, 점심 때가 되니 해가 방긋 나와 따뜻하게 반겨 주었다.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아이들이 설레하던 바로 그 잔칫날, 꾸러기어린이장터가 바로 오늘 부안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다.

춘천시 후평동에 소문난 잔치 '꾸러기 어린이 장터'는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이전에 비해 가게 수도 배로 늘어나고, 각종 부대행사를 함께 넣어 내용이 더욱더 풍부해지면서 많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이날 장터에서는 어린이장터, 음악공연,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떡메치기, 북녘어린이영양빵후원모금, 나무목걸이(생명의 숲 협찬) 나눔, 빵모양 엽서 쓰기 등의 행사가 열렸다.

옷을 파는 지민이
옷을 파는 지민이 ⓒ 이선미
이 가게는 과연 얼마나 벌었을까?
이 가게는 과연 얼마나 벌었을까? ⓒ 이선미
춘천시민광장 부설 꾸러기어린이도서관은 인근에 위치한 등대교회와 함께 꾸러기 공부방을 공동운영하면서 활동의 폭이 더 넓어졌고, 지역주민들도 더 많이 만나게 되었다. 반년 넘게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살다 보니, 어린이장터가 마치 반가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즐거운 잔칫날이 되었다.

행사 규모가 커지면서 장터 장소도 동사무소 앞 주차장에서 부안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바뀌었다. 동네 분들은 누구나 '꾸러기어린이장터'에 대해 들어보거나 언뜻 본 적이 있기 때문에 행사 2주일 전부터 아이들과 엄마들은 "장터 언제 해요?"라는 말을 나에게 자주 물어왔다.

'가게이름은 뭐라고 할까? 누구랑 같이 장사를 해볼까? 집에 있는 무엇을 내다가 팔지?' 아마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이었을 것이다.

예주네와 다솜이네 가게
예주네와 다솜이네 가게 ⓒ 이선미
가격 흥정하는 아이들
가격 흥정하는 아이들 ⓒ 이선미
장터를 시작하고 30분 정도 지나자 장터 가게 주인들도 다들 돗자리를 깔아 자리를 잡고, 물건 팔기에 한창이었다. 이번 장터가 3회째 행사다 보니, 3번 내리 장터 경험이 있는 베테랑 친구들은 어떻게 물건 값을 정할지, 어떤 물건이 잘팔리는지 눈치가 아주 빨라졌다.

반면 간판도 아주 이쁘고 크게 준비해 오고, 꼼꼼하게 영수증도 프린트 해서 가지고 온 친구는 정작 물건을 많이 팔지 못해 불만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잘 안팔려요!"
"왜? 물건 값을 너무 비싸게 한 거 아니니? 아니면 물건이 너무 낡은 것은 아니고?"
"아니예요! 이거 정말 괜찮은데...(장사를 같이 하는 언니를 쳐다보며)언니 우리 돌아다니면서 한번 팔아볼까?"

떡메치기
떡메치기 ⓒ 이선미
여기 저기 흥정의 목소리가 드높아질 무렵, 가장 인기가 좋은 '떡메치기'가 진행되었다. 떡살을 "쿵쿵" 소리를 내면서 찧다 보면 어느새 소리를 듣고 하나 둘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자칫 밥풀이 튀어버리면 "에그!" 하고는 아이들이 한 걸음 물러서 뺨이며 이마를 닦았다.

어린이도서관 사서 자원활동을 하시는 채순임씨와 춘천시민광장 회원인 이선녀씨는 떡살에 돌려가며 물을 묻히랴, 콩고물을 입히랴 양쪽에서 정신없이 분주해졌다.

떡메치기가 어느정도 끝난 뒤, 공부방 아이들의 공연이 있었다. 장터가 있기 하루 전날, 저녁 8시까지 노래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간 아이들이 긴장이 되는지 무대 뒷편에서 제 볼을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리면서 얼굴표정이 긴장되어 있었다.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후원거리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후원거리 ⓒ 이선미
공부방 아이들의 '시종일관' 공연
공부방 아이들의 '시종일관' 공연 ⓒ 이선미
우리 처음 만날 때 느낌처럼 늘 사랑할 수 있겠니
그 설레임과 기쁨 간직한채 아직 남아있는 날들을

우리 처음 노래한 눈빛으로 늘 노래할 수 있겠니
그 아름다운 멜로디 하모니 다정스럽던 눈빛으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 유행따라 변해가지만
그리 어렵지 않을거야 마음만 하나가 된다면~ 시종일관~


아이들의 첫 곡은 여행스케치의 <시종일관>. 쑥쓰러워 하던 아이들이 리듬에 꼼지락거리던 손을 흔들고, 어깨도 흔들면서 씩씩하게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 노래 소리를 들으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함께 부르는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서로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게 하는 위력을 지닌다는 것을 오늘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 공연에 이어 한림대 놀이패 '한뫼울림'의 사물놀이, 꾸러기 공부방 선생님들이 만든 임시 밴드 '정전밴드'의 노래 공연을 하고 나니, 어느덧 시간이 두 시가 훌쩍 지나 있었다.

어린이 장터 가게 주인들이 하나둘 물건을 다 팔고,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후원 모금함>에 수익금의 일부를 내고는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후 세 시가 되니 장터는 모두 사라지고 자원봉사자들이 남아 천막을 걷고, 떡메를 나르고, 플랑과 장식 풍선을 때고 다들 정리를 했다.

늦은 점심을 같이 먹고 나서야 서로 헤어졌는데, 아마도 이 날의 장터는 우리 모두 잊지 못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선미 기자는 춘천시민광장 부설 <꾸러기어린이도서관>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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