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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사슴
엘크사슴 ⓒ 성락
한동안은 토종닭이 큰 인기를 누렸다. 농장 한 편에서 방사한 토종닭은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특유의 맛으로 퍽퍽한 양계장 닭에 길든 도회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닭고기 요리법이 등장하자, 토종닭의 인기는 서서히 떨어지게 됐다.

그 때부터 강원도 두메산골의 특징을 살리기로 했다. 팥고비·고사리·취나물·두릅·다래순·머우나물 등을 활용한 산채정식을 주 메뉴로 정했다. 때에 따라 산더덕이나 도라지 그리고 추억의 두부찌개가 곁들여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름철 별미 보양식 사슴갈비 우거지 해장국
여름철 별미 보양식 사슴갈비 우거지 해장국 ⓒ 성락
아침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도 문제였다. 계곡 물소리와 더불어 모처럼 젊음을 발산하다 보면 필시 과도한 음주가 뒤따르게 되고, 그 속을 달래줄 아침상을 간절히 원할 테니 말이다.

선지 해장국, 북어 해장국, 콩나물 해장국 …. 갖가지 메뉴를 떠올려 보지만 사슴농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딱히 권할 만한 것이 없었다. 언젠가 관심 있게 보았던 사슴요리 책자를 들추어보았다.

'사슴고기 우거지탕? 그래, 바로 이거야.'

사슴고기로 우거지탕을?

사슴갈비
사슴갈비 ⓒ 성락
이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사슴갈비 우거지 해장국'이다. 살점이 넉넉히 붙은 갈비를 밤새 은근한 불로 달이고 여기에 된장과 고추장, 무시래기를 넣어 끓여내는 비교적 간단한 요리다. 그러나 그 맛과 개운하게 속을 풀어주는 해장효과는 단연 일품이다.

갈비에 붙은 살은 밤새 부드럽게 삶아져, 따로 꺼내 양념장에 찍어 맛보는 묘미도 만끽할 수 있다. 사슴 뼈와 고기는 지방이 거의 없고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아 깔끔한 느낌이다. 음주로 거북한 위를 자극하지 않는다. 또 무시래기는 최근 한국식품연구원 연구 결과 간암, 빈혈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아 동맥경화증도 예방할 수 있는 '만능식품'으로 밝혀졌다.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 성락
사슴고기와 뼈에는 인, 칼슘, 단백질과 무기물, 각종 미네랄이 풍부히 들어 있어 어린이 성장발육과 노인의 노화를 예방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연구 결과 녹용 내에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신체기능유지 활성물질 강그리오사이드가 사슴고기와 뼈에 상당량 함유된 것으로 밝혀져 말 그대로 보양식임을 알 수 있다.

약한 불로 오래 끓이세요.
약한 불로 오래 끓이세요. ⓒ 성락
그리고 어제, 올해 선 뵐 '사슴갈비 우거지 해장국' 자체 요리 시연을 했다. 올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정보쯤은 이미 요리계획에 반영됐다. 더위마저도 이길 수 있는 보양식으로 만들기 위해 살점이 좋은 갈비를 절반 정도 더 넣기로 했다.

'만능식품' 무 시래기
'만능식품' 무 시래기 ⓒ 성락
이른 새벽부터 만 12시간 이상 고은 사슴갈비 국물이 뽀얀 모습을 드러냈다. 계속 끓이면 더 진한 국물이 우러나는 것이 사슴 뼈의 특징이다. 살점을 한 입 베어보니 역시 연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된장과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는 것은 요리경험이 풍부하신 어머니의 몫.

연한 고기맛이 일품
연한 고기맛이 일품 ⓒ 성락
아차, 실수가 나왔다. 냉동 무시래기를 진작 꺼내 놓아 자연 해동되도록 해야 했는데 된장을 풀고 나서야 냉동실에서 꺼낸 것이다. 끓는 물 속에서도 시래기는 잘 녹지 않는다. 마침 시장기가 극에 달한 늦은 저녁시간이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 그릇을 퍼냈다. 텃밭에서 뜯은 부추와 매콤한 맛의 다진 풋고추, 향이 좋은 대파와 약간의 고춧가루를 얹었다.

이렇게 올 여름 무더위를 이겨낼 별미 보양식 '사슴갈비 우거지 해장국'을 요리할 준비를 마쳤다.

올 해 혹자는 100년만의 무더위가 찾아온다고 하고 혹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여하간 여름은 몸이 축나기 쉬운 계절이다. 올 여름 '사슴갈비 우거지 해장국'으로 몸보신 하는 것은 어떨까?

'사슴갈비 우거지 해장국' 만드는 법

1. 사슴 갈비(살점 붙은 것) 1kg을 찬 물에 12시간 이상 담가 핏물을 뺀다(흐르는 물이면 더욱 좋다).
2. 큰솥에 물을 넉넉히 부어 센 불로 끓인다.
3. 끓기 시작하면 물을 따라 버리고 새 물을 채운다.
4. 약한 불로 12시간 이상 끓인다.
5. 5∼6인이 먹을 수 있는 분량으로 물을 조절한다.
6. 된장과 고추장을 적당량 넣는다.
7. 무 시래기를 적당량 넣는다.
8. 개인용 그릇에 담은 후 부추와 대파, 고춧가루, 다진 풋고추 등을 넣어 먹는다.
* 살코기가 많을 경우 가위로 베어 새콤한 간장양념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 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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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지키며 각종 단체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는 지역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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