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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네거리 '조흥 금융박물관' 앞쪽에 있는 서울 도로원표.서울과 국내외 각 도시 사이의 거리가 표시돼 있다.
광화문 네거리 '조흥 금융박물관' 앞쪽에 있는 서울 도로원표.서울과 국내외 각 도시 사이의 거리가 표시돼 있다. ⓒ 이덕림
광화문 네거리를 걷다보면 '도로원표'라고 쓴 꽤 큼직한 원석 형태의 비석을 만나게 된다. 광화문 지하도 남서쪽 출구를 나와 동화면세점앞 2차선 횡단보도를 건너면 조흥은행 금융박물관앞 작은 광장에 이른다.

광장 한가운데 화강암으로 된 원추형 표석이 세워져 있고 그 둘레엔 12지신상(十二支神像)이 돋을새김 되어있는 12개의 입석이 늘어서 있다. 원추형 표석은 서울과 국내외 주요 도시 간의 거리를 잴 때의 기준점인 도로원표(道路元標)이고 12개의 입석은 각각 방위를 가리키는 표지이다. 도로원표를 가운데 두고 방사형으로 전국 53개, 세계 64개 도시의 거리를 적은 동판을 원근(遠近)에 맞춰 지면에 박아 놓았다.

먼저 퀴즈 몇 개를 풀어보자.

1.지구상에서 서울과 가장 먼 도시는?
2.서울에서 로마, 파리, 런던은 어디가 가장 멀까?
3.서울에서 부산까지와 서울에서 신의주까지는 어느 쪽이 더 멀까?
4.서울~평양, 서울~강릉은 어느쪽이 더 가까울까?
5.서울~함흥, 서울~대구는 어느쪽이 더 멀까?


정답은 다음과 같다.

1.서울로부터 1만9606km 떨어져 있는 남아메리카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 지구둘레가 대략 4만km이니 서로 대척점(對蹠點)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셋 중 파리가 가장 멀고 런던이 가장 가깝다. 서을~파리 8976km. 서울~런던 8871km. 파리보다 런던이 100km이상 가깝다. 서울~로마는 8974km. 서울에서 파리와 로마는 거의 같은 거리에 있다.
3.부산이 신의주보다 멀다. 456km 대 360km.
4.평양이 더 가깝다. 193km대 219km.
5.대구가 훨씬 멀다. 269km 대 306km.


도로원표의 거리 표시를 살펴보고 나서 평소 내 지리상식에 헛점이 많음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것이 런던이 로마나 파리보다 더 멀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두 도시보다 가깝다는 사실이다. 지구를 너무 평면적으로 인식해서 생긴 오류일까?

또 서울을 중심으로 남북한의 도시들을 놓고 보았을 때 북한의 대도시들이 남쪽의 도시들에 비해 서울과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고 지낸 터였다. 북한지역은 직선거리로, 우리쪽은 도로를 이용한 거리라서 수평비교에 약간의 가감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수치상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서울과 유럽도시 간의 거리를 적은 동판
서울과 유럽도시 간의 거리를 적은 동판 ⓒ 이덕림
몇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오슬로와 아테네는 어디가 더 멀까? 아테네가 더 멀다. 서울에서 오슬로까지는 7730km, 아테네까지는 8522km이니까. 스톡홀름까지는 7466km. 시험에 출제됐더라면 나로선 틀림없이 틀렸을 것이다.

유럽 각국의 수도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먼 곳을 들라면 폴투갈의 리스본을 꼽아야할 것이다. 1만423km로 케냐의 나이로비(1만100km)나 뉴질랜드의 웰링턴(1만24km)보다 멀다.

싱가폴과 방콕은 어느쪽이 가까울까? 방콕까지는 3718km, 싱가폴까지는 4666km이니 방콕이 훨씬 가깝다. 도쿄와 베이징을 비교하면 도쿄(1158km)보다는 베이징(954km)이 200km이상 가깝다. 서울에서 베이징까지는 서울에서 제주를 왕복하는 거리보다 짧다.

중동의 예루살렘(8084km)과 바그다드(7242km), 남미의 부에노스아이레스(1만9428km)와 산티아고 (1만8356km), 브라질리아(1만8129km)까지의 거리 차이도 새롭게 알았다.

한반도에서 서울로부터 가장 먼 곳은 어디일까? 650km 떨어져 있는 함경북도 온성(穩城)이다. 영토의 동쪽 끝 독도는 435km, 남쪽 끝 마라도는 579km 밖에 있다. 청진(531km)과 제주(530km)는 등거리, 원산(180km)과 대전(166km)도 거의 비슷한 거리이다.

서울 도로원표의 원점은 광화문 네거리 차도(車道) 한가운데 중앙점이다. 도로원표 상에 표시된 서울과 국내외 각 지역 간의 거리는 바로 이 중앙점을 기점(起點)으로 계산한 것이다. 원점으로부터 151m 떨어진 현재의 위치에 도로원표를 세운 것은 2002년 월드컵을 마치고 나서이다. 일제시대인 1914년 처음 광화문 네거리 한복판에 세워졌던 도로원표는 1930년 흔히 '기념비각'이라고 부르는 교보빌딩 앞 '칭경기념비각'(稱慶紀念碑閣) 경내로 옮겨져 지금까지 보존돼 있다.

무심히 지나치면 단지 화강암 조형물로 밖에 안보이는 도로원표지만 서울과 세계를 이어주는 지리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면 한 번쯤 발걸음을 멈추게 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국정넷포터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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