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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드 수족관 앞모습
셰드 수족관 앞모습 ⓒ 윤새라
시카고 시내에서 볼 일을 보고 셰드 수족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다. 6시에 문을 닫는 시간표라 4시경이면 한산하리라 예상한 것은 나의 순진한 바람이었다. 수족관 입구에 줄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그래도 지하철역에서부터 거기까지 꽤 걸어 들어간 발품도 아깝고 해서 기다리고 섰는데 '바람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게 시카고 바람이 매섭다. 그리고 보자하니 줄이 바깥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안에도 뱀 형상으로 구불구불 또 한바탕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투덜거리며 가야겠다고, 다음 기회를 도모해야겠다는데 같이 간 동행이 그런다. 자기는 지난 번 여름에 왔을 때 이보다 몇 배나 긴 줄에서 두어 시간 기다리다 더위 먹고 포기했다고.

아닌 게 아니라 지나가던 수족관 직원도 보통 때에 비하면 줄 길이가 짧은 편이라는데 할 말이 없었다. 살아 있는 고래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결의를 다지며 결국 40분 정도를 기다려 수족관에 입성했다.

셰드 수족관은 몇 개의 관람관으로 나뉘어 있다. 수족관 전부를 돌아보는 표가 경제적이긴 하지만 한 시간 반도 채 남지 않은 관람시간에 다 돌아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두 전시관만 들어갈 수 있는 표를 샀다.

벨루가 고래
벨루가 고래 ⓒ 윤새라
벨루가 고래는 '태평양 북서부' 관에 있다. 미시간 호수에 바로 맞닿아 있는 이 거대한 벨루가 고래 집은 이층으로 관람객에게 개방돼 있다. 지하에서는 통유리를 통해 물 속에서 움직이는 고래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위층에서는 지상의 시점에서 고래를 볼 수 있다.

지하층에서 유리 너머로 본 고래 집은 벨루가의 서식지인 북극해 연안 모습이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그냥 커다란 통에 물을 가득 채워 놓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적이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위층에서는 대여섯 마리의 흰 고래들이 수족관 직원들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이나 등에 있는 코로 물을 뿜어내며 숨을 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여기 보이는 구멍이 고래의 등에 있는 코(영어로는 blowhole). 고래가 바다 표면으로 나와 숨을 쉬면서 코로 물이 안 들어가게 물을 뱉는게 바로 우리가 고래 등에서 바다 물이 뿜어져 나오는 걸 보게 되는 연유이다.
여기 보이는 구멍이 고래의 등에 있는 코(영어로는 blowhole). 고래가 바다 표면으로 나와 숨을 쉬면서 코로 물이 안 들어가게 물을 뱉는게 바로 우리가 고래 등에서 바다 물이 뿜어져 나오는 걸 보게 되는 연유이다. ⓒ 윤새라
벨루가 고래는 다 자란 길이가 5m에 몸무게는 1500kg 정도이니 덩치가 큰 고래인 향유고래(16-18m에 5만kg)에 비하면 아담한 편이다. 생김새도 대단히 귀엽다.

러시아 이름 '벨루하(белуха)'의 어원이 '하얗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희디흰 피부에 여타 고래와는 달리 목을 움직이고 얼굴은 마치 웃는 표정이다. 모비딕의 모델이 된 향유고래와는 여러모로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벨루가 고래가 내는 고음의 소리가 전혀 날카롭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나만의 느낌이 아닌 듯, 고음으로 내는 소리 때문에 벨루가 고래에 붙은 별명이 '바다의 카나리'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벨루가 고래를 지켜보다가 문 닫으니 나가라는 재촉을 받고 수족관을 나와 안내 책자를 다시 들여다봤다. 읽다보니 한 구절이 눈에 걸린다. 북극해에 사는 벨루가 고래를 전시 목적으로 수족관에 옮겨놓은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셰드 수족관에서는 벨루가 고래가 두 마리 태어났다. 아무리 수족관에서 잘 해준다고는 하지만, 또 관람객들이 즐거움뿐 아니라 배운다고는 하지만 역시 야생으로 살아야 하는 동물을 사람들 좋자고 가둬놓는 것은 논란이 될 만하다.

5월 27일부터 울산에서 약 한 달 간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가 열린다. 고래의 앞날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회의라는데 아직도 고래는 대부분 멸종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벨루가 고래도 원래 서식처인 북극해와 그 연안에서 예전처럼 인간의 위협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됐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고래는 종류별로 내는 소리도 다릅니다. 인터넷으로 좀 찾아보니 밍크 고래가 벨루가와 아주 닮은 소리를 내네요.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4584101

낮에는 근처의 배 엔진 소리와 섞이기도 하지만 밤이 되면 고래들만의 소리가 넓디넓은 바다에 메아리치지요. 이 뉴스에 나오는 연구자 말이 고래 소리는 고래가 소리의 반향을 듣고 먹이도 찾고 위치도 가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요즘 배들이 내는 소음이 고래의 생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걱정하는군요. 

북극 지방에 사는 벨루가 고래의 경우도 겨울철에는 북극 얼음 밑에서 오래 지낼 때가 많은데 소리의 반향을 통해 얼음 중에 깨진 틈을 찾아내서는 숨을 쉬러 올라가고는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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