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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설명하는 한홍구 교수와 청중들
자료를 설명하는 한홍구 교수와 청중들 ⓒ 권오재
지난 5월 28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자료전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이 열리고 있는 홍대 앞 아트스페이스 '휴'(烋)에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의 병역거부 강연회가 열렸다.

항일무장독립투쟁을 전공한 자신이 집총거부운동을 하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한다는 우스개로 강연을 시작한 한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역사적인 당위성,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진보를 가로 막고 있는 군사문화의 모습 등을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를 따라 설명했다.

총 투옥 기간 28년, 옥지준 일가
독립운동사로 기록된 등대사사건

일제치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당시 치안유지법위반 및 불경죄로 구속 수감된 여호와의 증인 수형자들 중에 옥지준 일가가 있다. 옥지준 일가는 1939년 병역거부로 촉발된 등대사(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일제 검거당시 투옥되었으며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에도 그 자손들은 동일한 이유로 계속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리하여 옥지준 일가의 총 투옥 기간은 28년이나 된다.

조선 총독부 고등법원 검찰국 사상부에서 발행한 사상휘보에는 등대사 사건이 실려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경성지역에서 총31명의 여호와의 증인들이 검거되었음을 알려준다. 이 등대사 사건은 독립운동의 한 부분으로 평가되어 이 사건의 예심종결결정문이 독립운동사 자료집에 포함되어 있다.

- 양심적 따른 병역거부 자료전 전시 중에서
한 교수는 일제 시대의 병역거부가 독립운동사에 독립운동으로 기록되어 있는 반면 주권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그때와 똑같은 신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병역거부가 범죄 행위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을 설명했다.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거부자들이 겪게 되는 고통을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3대가 계속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감옥에 가야 하는 양심의 억압 상태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 실현의 역사적인 당위성을 설명하며 이에 가장 큰 걸림돌로 우리 사회의 군사적인 문화를 들었다. 그는 삼성의 총 매출이 북한의 경제 규모보다 큰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을 근거로 병역 수급 인원의 0.2%에 지나지 않고 더군다나 집총을 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총과 관련 없는 어떠한 일이라도 하겠다고 자원하는 병역거부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국가 안보의 걸림돌로 비난하는 것은 아직 냉전의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에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 공부 모임에 참석했던 학생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한 학생은 "많은 친구들이 오고 싶어했는데 자신이 대표로 '총대'를 메고 왔다"고 말해 한 교수가 "우리 모두 평화주의를 향한 '전의'로 평화의 '전사', '총폭탄'이 되어 평화주의를 향해 '진군'"하자고 받아넘겼던 일화를 소개했다. 우리 사회에 군사문화가 얼마나 깊이 일상에 뿌리내리고 있는지 지적하면서 군사문화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큰 과제임을 강조했다.

전시된 자료
전시된 자료 ⓒ 권오재
한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과 대체복무의 도입에 있어 걸림돌 몇 가지를 지적했다. 그는 "국방부나 군도 두렵지 않고, 한기총도 어렵게 생각되지 않는데 예비역들의 반감은 정말 어렵고 설득이 힘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자신의 군 생활 경험을 이야기하며 예비역들의 반감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도 나라가 위태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젊은이들이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는 것이 고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외면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이러한 예비역들의 반감은 열악한 군대의 복무 상황과 인권 현실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들의 비판과 분노의 대상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되어서는 안되며 이들이 분노를 배출하는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한 교수는 전시된 자료들을 돌아보며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를 설명했다. 전 세계 병역거부자들이 지역별로 표시되어 있는 자료 앞에서 한 교수는 전세계 1156명이 집총 거부를 이유로 감옥에 수감됐고 이중 1077명(2005년 3월 현재)이 한국에 수감되어 있다며 이는 전세계 병역거부 수감자들의 93%, OECD 31개국 중 유일한 병역거부자 처벌국이라는 오명으로 남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자료전 '총을 들지않는 사람들'
6월 4일까지 홍대 앞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후원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자료전 '총을 들지않는 사람들'이 6월 4일까지 홍대 앞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자료전은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를 정리하여 보여주고, 대표적인 사례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또한 역사적 사실들을 알려 주는 자료 외에 수감자가 입었던 수의와 옥중 수기도 볼 수 있다. 또 응답자들의 총 수감 기간이 1만5675년에 달하는 2001년에 있었던 7000명의 여호와의 증인들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회에 대한 문의와 전시장 약도와 행사등에 대한 안내는 연대회의 홈페이지 www.corights.net 또는 아트스페이스 휴 02-333-0955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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