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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6월 4일)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에코포럼에 참석하여 주제발표를 하고 고속열차로 부산 구포역에 도착한 시간은 밤늦은 시각이었습니다. 열차 좌석은 많이 불편했습니다. 고속버스나 새마을호 열차의 좌석보다도 훨씬 더 불편한 것 같았습니다. 이리저리 몸을 아무리 뒤척여도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고속열차 천장에 매달린 TV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화면만 바뀝니다. 새마을호 열차에 비치된 이어폰도, 이어폰을 꽂을 자리도 없습니다. 승객에 대한 서비스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듯합니다.

어제의 여행으로 많이 피곤했던 탓인지 오늘은 아침 늦게까지 푹 잠을 잤습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나갔더니, 기억에서도 아물거리는 아주 반가운 손님이 나를 반겼습니다.

피곤이 확 달아나면서 나는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찾아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내가 다시 나올 때까지 제발 떠나지 말고 기다려 줘' 기도하는 마음으로 찾아 바깥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나의 기도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 나의 피곤을 싹 가시게 하고, 나의 옛 어릴 적 추억을 반추시켜준 바로 그 반가운 손님의 당당한 자태입니다.

▲ 손님의 당당한 자태
ⓒ 강재규
우리집에 찾아온 이 특별한 손님은 훌륭한 모델 못지않게 카메라를 든 필자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해 주었습니다. 나의 머리 위로 살짝 날아올랐다 사뿐히 내려앉기를 반복했습니다. 나는 손님의 포즈를 따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 잔뜩 긴장을 한 모습입니다.
ⓒ 강재규
오늘 아침 나는 본의 아니게 멋진 모델의 모습을 나홀로 특종하는 우쭐한 사진 기사가 되었습니다. 온갖 포즈를 선보이고는 잠시 눈을 파는 사이, 나의 손님은 UFO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 포즈, 셋!
ⓒ 강재규
나는 이제 왔다가 그냥 가버린 카메라 안에 담긴 특별한 손님의 모습을 환영처럼 멍하니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멋진 포즈를 취해 준 떠나버린 그 손님에 대한 원망은 없습니다.

▲ 자전거 위에서도, 짠!
ⓒ 강재규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돌아간 것일까요. 빈 하늘만 멍하니 올려다 보았습니다. 손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 더 자세히, 더 크게!
ⓒ 강재규
도회의 환경이란 우리가 어린시절 자연과 더불어 뒹굴던 옛 고향처럼 안전하지 않을 텐데 걱정입니다. 어디서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을 찾아 무사히 알도 낳고 일생을 마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브레이크 줄 위에서도 짠, 포즈 여섯!
ⓒ 강재규
지금은 떠나버렸지만 포근히 내려 앉아 포즈를 취해 주었던 이 자전거의 주인들에게도 영원히 추억으로 간직되는 친구로 오래오래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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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상임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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