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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슈어뱅킹' 도입 추진에 따른 논란이 크게 일자 감독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최근 '어슈어뱅킹' 도입 추진에 따른 논란이 크게 일자 감독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최근 금융권에 '어슈어뱅킹'(보험사의 신탁업무 등 은행업 겸업) 도입 논란이 커지자 감독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9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어슈어뱅킹'(보험사의 신탁업무 등 은행업 겸업) 도입 여부에 대해 "금감원 차원에서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 설명에 따르면, 최근 보험업계의 요구로 '어슈어뱅킹' 도입이 논의된 바는 있으나 감독당국 차원에서 검토한 적은 없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이날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동북아금융허브 추진을 위한 금융규제 완화' 사항으로 건의된 바 있는 은행 소유규제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의견이 제시돼 논의된 바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어슈어뱅킹'은 재경부가 최종 결정할 사항으로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많아 금감원에서는 현재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거듭 해명했다. 보험사의 은행 소유를 불허하고 있는 현행 제도와 정부 방침을 사실상 재확인한 셈이다.

"어슈어뱅킹, 국민경제가 몇몇 재벌총수에 좌우되는 결과 낳을 것"

애초 논란이 일게 된 것은 지난 2일 금감원과 보험업계가 공동 작업중인 '보험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속에 '어슈어뱅킹' 도입 추진 방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금감원은 당시에도 "'어슈어뱅킹' 도입 방안을 발전방안 작업반이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논란이 확대되자 금감원은 일주일만에 "금감원 차원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감독당국이 이처럼 해명에 나선 것은 '어슈어뱅킹' 도입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우려가 금융권 안팎에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를 제외한 금융권과 정치권은 '어슈어뱅킹' 도입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어슈어뱅킹' 도입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지금까지 정부가 금지해 왔던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자본 지배를 정부 스스로 허용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어슈어뱅킹'은 명목상 보험사를 종합금융사로 육성한다는 것이나 실제로는 재벌이 계열보험사를 통해 은행을 지배하는 것이 골격"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이는 현 정부가 주장하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나라의 경제력이 소수재벌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을 더욱 심화시켜 결국에는 국민경제 전체가 몇몇 재벌총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불행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일부에서는 '어슈어뱅킹'이 도입될 경우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은행업 진출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을 들어, 이 제도가 삼성그룹을 위한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감독당국이 '어슈어뱅킹'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현행법상 법적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가 은행을 자회사로 두려면 자산운용 비율 규제 등 법적 요건을 맞춰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같은 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 비율 등 법적 제약... "은행업 겸업할 보험사 현재로선 없다"

현행법상으로 보험사가 은행을 자회사로 두려면 은행이 발행한 채권 및 소유 주식의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60% 혹은 총자산의 3% 중 더 낮은 수준으로 제한된다.

지난 7일 한국투자증권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럴 경우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은 각각 2조7000억원과 1조1000억원의 은행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또 교보생명은 6090억원 규모의 은행지분 소유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은행법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은 '비금융주력자'로서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소유할 수 없게 돼 있다. 또 교보생명의 경우 은행지분 소유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은행을 소유할 만한 지분을 확보할 만큼의 자본이 되지 않는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교보생명에 허용된 6090억원 자본 규모로는 시중은행 중 규모가 가장 적은 외환은행 전체 지분의 20%도 확보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보험업법은 물론 은행업법을 수정하지 않는 이상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는 보험사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외에도 지급결제기능(Narrow Banking)을 보험사 업무영역에 포함시켜 은행 겸업을 유도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는 자칫 지불불능 사태를 불러올 수 있어 허용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감독당국이 '어슈어뱅킹' 도입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이유는 이처럼 반대 분위기가 우세한데다 법적으로도 복잡한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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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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