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오늘의 백천사도 아주 유명한 사찰이다. 사천시청의 관광안내에도 다솔사와 더불어 사천의 대표적인 사찰로 소개되고 있다. 다만, 다솔사가 사천팔경에 포함이 되지만 백천사는 빠져 있다. 하지만 관광객이 선호하기는 다솔사보다 백천사가 훨씬 앞선 것 같다. 가끔 들러보아도 다솔사엔 주일에 등산객과 관광객이 모이지만 백천사는 휴일이던 평일이던 항시 관광버스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오늘도 평범한 수요일인데도 버스 주차장에는 벌써 몇 대의 버스가 어르신들을 모신 4대의 버스들을 환영한다. 오늘도 백천사 입구는 공사가 한창이다 백천사는 언제나 공사 중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갈 때 마다 새로운 것이 눈앞에 나타난다. 신라시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것 같다.
백천사는 '세계최대의 목와불(木臥佛)'로 유명한 사찰이지만 대웅전 앞의 마당에 모인 부처님 세계의 모습도 좋다. 사찰 곳곳에 도우미 역할을 해 주시는 보살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예불은 물론이고 관광에도 전혀 불편이 없다.
대웅전 마당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쌍탑'이 있다. 탑신 아래를 수많은 부처님들이 빙 둘러앉아 계시는 탑이 둘이다. 얼마 전에는 만드는 중이었는데 오늘 보니 완성이 된 모습으로 예불객과 관광객들을 차별 없이 맞이하신다. 대웅전 앞에는 번쩍이는 황금 부처님들이 많이 계신다. 하나의 좌대에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광배로 삼은 부처님들이 둘러 앉아 계시기에 어느 곳이던 부처님께 예를 올릴 수 있다.
좀더 과학적이고 신기한 모습의 부처님도 마당 한가운데를 지키고 계신다. 조각된 황금광배와 몸과는 달리 얼굴은 그림이다. 하지만 그냥 보기에는 한 몸으로 보이는데, 이 그려진 부처님의 얼굴은 조각된 광배와 몸과 함께 어우러져 중생이 움직이면 인자하신 얼굴도 함께 움직여 조각된 부처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과히 과학과 종교의 어울림의 절정을 보는 것 같다.
또 어느 사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포대화상(布袋和尙)도 대웅전 마당 한쪽엔 뚱뚱한 몸집에 인자한 미소를 띠고 풍선 같은 배를 자랑하고 계신다. 미륵보살의 화신이라는 포대화상께서는 반석 위에 단정히 앉은 채로 입적을 하셨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찰에서도 큰 반석위에 앉아계신다. 백천사에서도 복덕원만(福德圓滿)한 상을 갖추신 포대화상은 자손을 번창시켜 준다는 소문에 오늘도 많은 어르신들이 자손들의 번창을 기원하면서 풍선 같은 포대화상의 배를 만지고 있다.
'약사와불전'(藥師臥佛殿)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의 약수터에도 황금 동자불과 인도계 화상인 듯한 분과 함께 포대화상이 자리를 잡고 목마른 중생들이 갈증을 해소하는 것을 웃으면서 인자한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계신다.
백천사는 여느 사찰과 달리 절의 중심이 대웅전이 아니라 약사와불전(藥師臥佛殿)이다. 그곳엔 자랑으로 내세우는 '세계최대의 목와불(木臥佛)'이 모셔져 있다. 모셔진 와불(臥佛)은 큰 소나무를 통째로 깎아서 만든 부처님으로 몸은 금색으로 도금이 되어 있고 와불의 몸 속에 법당을 조성해 약사여래의 유리광 세계를 표현해 두었는데 이를 '몸속법당'이라고 한다.
백천사에 오는 신자들이나 관광객의 특징은 다른 사찰에 비해서 유달리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포대화상을 통하여 후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것도 그렇고 와불전에 어르신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누워계신 부처님보다는 부처님 앞에 서 있는 '약사동자'가 들고 있는 약병 때문일 것이다.
전해오는 말(?)로는 약사동자의 약병을 한번 만짐으로 해서 만 가지 병고의 고통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나이 많은 우리네 어르신들, 이래저래 아프고 험한 일이 많다보니 자연히 백천사의 '누운 부처님 앞의 약사동자 약병'에 관심을 많은 것은 인지상정일지라.
약사와불전을 나오면 쌍탑 위에 아름다운 자태의 옥색의 여래상이 자리 잡고 있고, 반대편에는 금불상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사찰 경내에 계신 대부분의 부처님들께서 황금불로 되어 있어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다.
특히 경내에 임한 신도와 관광객들 대부분이 자신의 건강과 자손의 번창과 안녕을 기원하시는 어르신들이라서 어수선하지만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론 관광지화 되어 있는 다른 사찰과 마찬가지로 백천사에도 곳곳이 불전함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약사동자의 약병은 만져봐야제~" 하는 정성에 황금빛 부처님의 표정은 한층 인자해 보인다.
솔직히 백천사는 '약사와불전(藥師臥佛殿)'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사찰이다. 옛날 백천사의 절터를 짐작하여 새로 만들 절이라 다른 사찰에서 흔히 가지고 있는 국보 같은 것은 없지만 매일 수 십대가 넘는 관광버스가 신도와 관광객을 실어 나를 정도로 유명한 사찰이다.
백천사가 있는 와룡산은 옛날부터 전하는 말로 팔만구암자(八萬九庵子)가 있었다고 하니 수많은 사찰들과 정자와 누각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와룡산은 경치나 백천사의 확실한 절터 여부를 떠나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는 물론 이순신 장군까지 전투지휘를 하는 등 임진왜란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