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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사진)은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귀국'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통해 "대우그룹의 해체는 정책당국자들의 판단에서 초래된 결과라기보다는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김우중 회장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였던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 해체 당시인 1999년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강 수석부의장은 특히 대우해체 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력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김우중 회장이 제일 잘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다음은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13일 올린 글의 일부이다.

4. 대우그룹의 해체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당시 국민의 정부가 김우중 회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아닌가? 또는 당시 중요직책을 맡고 있던 사람들이 김 회장을 미워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시각들이다.

이러한 의문들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잘못 이해하는데서 비롯된다. IMF 경제위기는 우리나라 대기업들과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에서 비롯된 것 이었다. 재벌기업들이 무리한 차입재원으로 방만한 투자사업을 확대하여 부실경영을 초래하였는데 그 배경에는 관치금융이 있었다.

따라서 IMF위기극복은 관치금융의 폐해를 치유하는 것이었다. 부실대기업을 정부가 선별적으로 구제하는 것은 바로 관치금융의 부활을 의미하였기 때문에 당시 정부로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선택은 시장의 신뢰를 잃은 부실기업이 부도를 내고 파산하게 하느냐 아니면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경영주를 퇴진시키고 채무구조를 재조정(소위 워크아웃) 해서 채권금융단의 관리체제로 가느냐의 길 뿐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당시 김우중 회장은 대우그룹이 점차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들자 정부가 나서서 유동성위기를 극복해 주기를 바랐다.

왜 정책당국자들은 이런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던가?

첫째로 만약 정부가 금융기관장들을 소집해서 대우그룹에 정책금융을 지시했다면 국제금융사회에서는 한국정부가 외환위기의 원인을 치유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국제적 금융지원을 중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 당시 세계언론들은 한국정부가 특정재벌기업에게 정책적 금융지원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경고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로 만약 당시 정부가 국제적 경고를 무시하고 국내 금융기관들에게 대우지원을 지시했더라도 금융기관들이 이를 받아드릴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국내 금융기관들도 부실채권을 정리하지 않으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우그룹의 해체는 정책당국자들의 판단에서 초래된 결과라기보다는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김우중 회장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였던 것이다.

5. 우리나라 5대재벌 중에서 왜 유독 대우그룹만 해체의 운명을 맞게 된 것인가? 정치적 요인은 전혀 없었던 것인가? 하는 의문도 있을 것이다.

IMF 위기 당시 5대재벌의 구조조정은 전경련을 중심으로 자율적 추진을 원칙으로 하였다. 부채를 줄이는 노력,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노력과 과잉중복투자를 정리하는 노력들이 정부의 간섭보다는 재계 스스로 해결토록 맡겨진 것이었다. 5대 재벌들은 자체구조조정계획을 채권금융단에 제출하고 그 이행 상황을 점검받도록 하였다.

김우중 회장은 바로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모든 과정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었던 인물이다. 따라서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장관들과도 가장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간의 오해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재벌구조조정과정에 정치권이 개입해서 재벌들 간에 차별적 조치를 하는지의 여부도 김우중 회장이 제일 잘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6.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대우의 계열회사들은 경영을 정상화시켜 가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GM대우’로 변신하여 수출역군이 되었고 건설, 전자, 조선, 대우인터내셔날 등은 좋은 경영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대우맨들의 피나는 노력과 함께 막대한 규모의 부채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대우그룹을 존속 시키면서 채무조정을 해 주지 않았는가?

그것은 부실기업에 대한 채무조정은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IMF 당시 부실금융 기관들이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룩해서 지금은 이익을 내게 되었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모든 금융기관의 행장과 임원들은 예외 없이 퇴출당하고 직접적인 부실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게 되었던 것이다.

7. 이제 우리국민들은 IMF 외환위기의 악몽을 거의 잊어가는 시점에 있다. 따라서 김우중 회장의 귀국은 그 당시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대우그룹의 부실책임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의 판단도 내려진 상황이다. 남은 것은 김우중 회장과 관련된 사항들의 진위를 가려내는 일이다. 그것은 여론으로 재판할 일은 아닐 것이다. 본인 스스로의 진실고백과 사법당국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 후에 국민적 관용여부는 그 분의 연령과 건강상태 그리고 기업인으로서의 사회적 공헌도 등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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