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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금발협 해체' 등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날 대회장에서는 첨예한 감정 대립이 이어졌다.
14일 금융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금발협 해체' 등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날 대회장에서는 첨예한 감정 대립이 이어졌다. ⓒ 금융노조
"뭐야 XX야", "에이 XX", "욕하지 마"

'위원장 직무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금융노조가 사태의 돌파구를 찾았다. 금융노조는 14일 오전 제일은행 본점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지난 1월 위원장 선거로부터 시작된 갈등을 형식적으로나마 봉합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조직화합 및 산별노조 강화를 위한 특별결의문'을 채택한 뒤 중앙집행부와 금융노조발전협의회(금발협, 회장 마호웅 우리은행지부장)간 대립을 점차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금융노조발전협의회를 발전적으로 해체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법원의 '위원장 직무정지' 판결을 이끌어낸 서울은행지부의 소송 취하에도 양측 모두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또 이병철 전 신한은행지부장을 금융노조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14일 '금발협 해체' 등 결정을 내리면서 금융노조 내분 사태는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중앙집행부와 금발협으로 대표되는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간부들 사이에 남아있던 감정의 앙금들이 욕설과 야유로 터져 나왔다.

"차라리 금융노조 해산하자" 일부 대의원 격앙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금융노조 임시대의원대회는 처음부터 격앙된 분위기로 출발했다. 특히 조흥은행지부나 농협중앙회지부, 한국자산관리공사지부 등 대의원들은 금발협과 서울은행지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일부 대의원들은 임시대의원대회가 "중앙집행부와 금발협의 야합"이라고 비판했으며, 몇몇은 "차라리 금융노조를 해체하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펼쳤다.

한국자산관리공사지부의 한 대의원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발언권을 얻어 금발협을 성토했다. 그는 금발협을 지목해 "조직 화합이라는게 인사 몇 명 한다고 마무리 되는거냐"며 "결국 금융노조를 쪼개자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모든 안건에 앞서 금융노조 해산에 대한 안건을 긴급동의 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의 한 대의원도 "도대체 금발협의 실체가 뭐냐"고 흥분하며 나섰다. 그는 "집행부가 왜 실체도 없는 금발협과 야합해서 집행부를 나누냐"며 "금발협 대표가 누군지 얼굴 좀 보자"고 성토했다.

자산관리공사지부와 농협중앙회지부 대의원들의 발언이 끝나자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옳소"라는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대회장 한쪽에서 "뭐야 새X야"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농협중앙회지부쪽에서도 "시X", "욕하지 마"라는 맞대응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일순간 깨졌다.

욕설 사태는 임시의장을 맡은 양정주 부위원장의 제지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설전은 임시대의원대회 내내 이어졌다. 또 "임시대의원대회 의사 진행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대의원들의 항의와 의사진행 발언이 계속되면서 회의는 갈팡질팡 진행됐다.

전북은행지부의 한 대의원은 "보고안건을 정식안건으로 채택하자"는 자신의 의견이 묵살되자 "작은 지부라고 무시하는거냐, 조합원들 보기에 X팔려서 못하겠다"며 한때 퇴장하기도 했다. 곧이어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에이 시X", "왜 욕을 하느냐"는 고성이 오갔다. 한 대의원은 좌중에서 욕설이 나오자 "주먹으로 하려면 앞에 나와서 하라"고 비꼬기도 했다.

한 대의원은 몇 명이 계속해서 발언권을 독점하자 "발언권을 제한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대의원은 "노동조합 회의에서 발언을 못하게 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하는 등 대의원대회 내내 감정의 갈등은 계속됐다.

김기준 위원장 '눈물'... "조직 통합 필요성 뼈저리게 느꼈다"

김기준 위원장과 중앙집행부에 대한 비난 수위도 상당히 높았다. 자산관리공사의 대의원은 "지금 금융노조는 스스로 민주성과 자주성을 침탈 당하고 버렸다"며 "지도부는 70, 80년대 정치인들이 국민의 이름을 팔아먹은 것처럼 조합원의 이름을 팔고 있다"고 맹렬히 성토했다. 다른 대의원들도 '야합'이나 '미봉책' 등의 용어를 써가며 지도부를 비판했다.

반면 지방은행과 특수은행 대의원들은 극단적인 표현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수협 소속의 한 대의원은 "금융노조 정상화를 위해 서로의 감정을 누그러뜨리자"고 주문했다. 제주은행 대의원도 "부부싸움을 할 때도 '이혼하자'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며 "누가 감히 금융노조를 깨자, 말자고 얘기하느냐"고 비판론자들을 반박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금융노조 임시대의원대회는 상정된 안건을 모두 결정한 뒤 3시간만에 폐회했다. 김기준 금융노조위원장은 이날 발언 도중 "조직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사용자측이나 정부, 언론 관계자들을 만날 때였다"며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내분을 끝내자는 호소였지만, 이 같은 '눈물의 호소'도 끝내 깊어진 감정의 골은 메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임시대의원대회는 오히려 금융노조 내부의 갈등이 얼마나 큰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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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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