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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레미콘 노동자 여러분, 힘내세요~"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행운분회 단결의 밤에 참가한 노동자들
"행운레미콘 노동자 여러분, 힘내세요~"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행운분회 단결의 밤에 참가한 노동자들 ⓒ 김용한
14일 저녁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행운레미콘 정문 앞에서는 이색적인 문화행사가 열렸다.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행운분회 단결의 밤'이었다.

전국 건설운송노동자들과 평택 지역 노동자들을 합쳐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의 행사는, 164일간의 투쟁 기간 동안 95일째 천막에서 투쟁하고 있는 행운레미콘 노동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건설운송노조가 주최한 문화행사였다.

"오늘 레미콘 노동자 한 분이 구사대의 폭력에 운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건설운송노동자의 울분으로 열창하는 가수 지민주씨, "내 사랑 건설노동자~"
"오늘 레미콘 노동자 한 분이 구사대의 폭력에 운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건설운송노동자의 울분으로 열창하는 가수 지민주씨, "내 사랑 건설노동자~" ⓒ 김용한
문화행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초대 가수 지민주씨의 노래와 두원정공 노동자 몸짓패와 또 다른 노동자 몸짓패 '들꽃'의 몸짓 공연이 중심을 이루었다. 보통 노동자 집회와는 달리, '장' 자 붙은 사람들의 연설 대신, 평범한 분회원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듣는 순서가 많았다.

초대 가수 지민주씨는 힘찬 노래 두 곡을 잇달아 부른 뒤, 잠시 뜸을 들이던, 이렇게 말했다.

"오늘 충주에서 레미콘 노동자 한 분이 구사대의 레미콘 차량에 깔려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그리고는 '내 사랑 건설노동자'를 불러,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행운 레미콘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늦은 밤까지 계속된 뒷풀이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행운 레미콘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늦은 밤까지 계속된 뒷풀이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 김용한
참석자들은 행운 분회 노동자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고 모금함도 돌리며, 밤늦도록 뒷풀이를 했다.

"생활비가 없어 새 차 팔고, 헌차 산 뒤 차액으로 살림을 한다."
[인터뷰] 전국건설운송노조 박대규 위원장, 이종욱 행운분회장

▲ "행운레미콘 노동자 단결의 밤"에서 함께 선 박대규 위원장(왼쪽)과 이종욱 행운 분회장

14일 밤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에 있는 행운레미콘 정문 앞에서 열린 '단결의 밤' 행사에서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박대규 위원장과 이종욱 행운레미콘 분회장을 만났다.

-먼저 이종욱 분회장님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오늘이 며칠 째인가?
이종욱 분회장: "사측의 계약해지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 것은 164일째고, 천막을 친 것은 95일째다."

- 제일 큰 문제가 무엇인가?
박대규 위원장: "행운레미콘의 경우, 정말 말이 안 통한다. 머슴이 돈 좀 모았다고 해서 다른 머슴들을 사람 취급 않는 꼴이다."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이 분회장: "집에 돈 한 푼 못 가져 간 지가 벌써 1년이 넘었다. 파업 투쟁 기간이 164일이지만 실제로는 집에 제대로 된 월급을 가져다 준 게 작년 4월이 끝이었다. 그것도 1, 2월은 겨울철 비수기라서 수입이 없었다. 5월 9일 생활비를 대려고, 레미콘 차량을 헌 것으로 바꾸겠다고, 그토록 아끼던 애마 레미콘 차량을 판 분도 있겠는가! 지난 5월 23일에는 모든 조합원이 차량 번호판을 떼서 평택시청 차량 등록 사업소에 반납까지 했다. 보험료도 낼 수 없고, 차량 검사비도 없어서 그런 것이다."

-대화는 이뤄지고 있나?
이 분회장: "전혀 안 이뤄지고 있다. 사측에서 모든 것을 법원으로 가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회사에서는 행운분회에 업무방해와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이란 걸 했고, 법원이 그걸 받아들였다고 오늘 들었다. 당장 내일부터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박 위원장: "내일은 충주에서 돌아가신 한국노총 충북지역본부 김태환 의장 빈소를 찾을 것이다. 레미콘 노동자들은 이렇게 처절하게 죽어가는데, 사장은 '투자한 돈과 부채를 합쳐도, 땅값이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익'이라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 더구나 이 행운레미콘 터가 경부고속철 역사 부지로 수용되면 떼돈을 챙기고 직장 문을 닫을 생각만 하는 것 같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투쟁해 나갈 것인가?
박 위원장/이 분회장: "노동자가 뭔 힘이 있나? 가진 게 몸뚱이뿐이니, 맨몸으로라도 단결해서 싸워 이기는 길밖에 없다."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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