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항날씨는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날 정도로 덥다. 그래서 눈이라도 즐겁게 하기 위해 오어사를 찾았다(6월24일).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절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먼저 호수(오어지) 쪽으로 갔다. 이럴 수가! 눈을 의심했다. 그 시원했던 풍경은 어디로 가고 먼지만 날리고 있는가?
최근 가뭄이 심하다 하더니 호수 물이 다 말라버리고 호수바닥은 사막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눈을 즐겁게 하기는커녕 도리어 가슴에 불만 지피는 꼴이 되었다. 그 많던 자라(남생이 인가?)와 물고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물이 마르기는 절집도 마찬가지였다. 주체할 수 없이 철철 넘치던 약수물도 완전히 말라버렸다. 물을 마시러 왔던 참배객들이 도리어 약수터의 동자승을 어루만지며 달래는 풍경이 연출되는 지경이 되었다.
오늘 오어사는 이름값을 못하고, 그 흔하디 흔한 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해우소도 문을 닫았다. 물이 귀해서 마시지를 못하니 해우소를 찾는 이도 거의 없어보였다.
이제 물은 포기하고 절집이나 구경해야겠다. 오어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원효대사와 혜공대사 등 4대 조사를 배출한 큰 가람이다. 오어사는 신라26대 진평왕(585)때에 창건된 사찰로 당초에는 항사사(航沙寺)라 불렸다. 그 후 원효대사와 혜공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서로 법력을 겨루고자 개천의 고기를 한 마리씩 삼키고 변을 보았는데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살아서 힘차게 헤엄치는 것을 보고 서로 자기 고기라 했다 해서 나 '오(吾)', 고기 '어(漁)'자를 써 '오어사'라 명명되었다는 조금 우스운 역사를 가진 절집이다.
현재의 대웅전 건물은 조선 영조(英祖) 17년(1741)에 중건된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多包) 형식의 팔작집이다.
어느 절집이나 비슷한 현상이 하나 있다. 사찰의 중심이 대웅전이고 절의 가장 높은 어른이 대웅전에 모셔져 있지만 신도들은 대웅전 부처님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웅전은 항상 넓고 한가롭다. 실제로 그 사찰에 신도증이라도 있는 고정신도들은 대웅전이 만만하지만 외지에서 참배 온 신도나 관광객에겐 어려운 장소다.
특히 오어사와 같이 이름난 사찰들은 외부 참배객이 많기 때문에 언제 봐도 대웅전보다는 산령각이나 응진전에 참배객이 많이 몰린다. 오늘도 넓은 대웅전은 조용하고 좁은 산령각은 참배객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몸을 부딪쳐 가면서 소원을 빌고 있다.
정말 더운 날씨였다. 인공폭포가 있는 환호해맞이공원으로 갈까 하다가 그래도 시원한 호수가 있는 오어사를 찾았는데 허탕(?)을 쳤다.
오어사는 포항에서 오천행 102번, 300번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이 되고, 또 오천 구종점에서 하차 후 오어사행 버스가 있으므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단, 가뭄이 심한 지금 가면 짜증만 더 할 뿐이다(주: 외관상 보기에 가뭄으로 물이 마른 것 같아 보였음. 실제로 저수지 공사 등 다른 사정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이제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장마가 끝나면 오어사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