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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하면 아파트 가격 안정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지방건설업체 제일건설의 정인식 소장
"후분양하면 아파트 가격 안정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지방건설업체 제일건설의 정인식 소장 ⓒ 오마이뉴스 박수원
그는 대형 건설업체와 중소건설업체의 다른 점과 비슷한 점을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디자인 등에서 대형건설업체가 중소건설업체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 보일 수 있다. 왜냐? 대형건설업체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수준의 벽지를 써도 조화가 잘 되게 하는 능력을 대형건설업체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재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은 비슷하다."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는 교촌 지구 8개동 405세대 아파트의 분양 원가는 어느 정도 인가.
"405세대 가운데 285세대인 34~35평(전용면적 25.7평)기준층 분양가가 1억 5300만원이다. 평당 450만원이다. 물론 화장대, 식기세척기, 가스오븐레인즈 등 옵션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택지를 평당 180만원 정도에 구입했기 때문에 용적률 200%(용적률은 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건평의 비율을 의미한다. 풀어서 말하면 대지가 100평이고 용적률이 200%이면 건물 면적은 200평으로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로 계산하면 아파트 평당 원가는 9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건축비를 평당 288만원(세금과 기타 공용시설 건축비 포함)으로 잡으면 원가는 378만원이다. 기타 비용을 10만원 정도 잡아도 388만원이다. 그래도 마진율이 15% 가까이 된다."

- 2년 전과 지금 원가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땅 값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건축비는 288만원 정도 잡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속된 말로 썼다 벗었다 다 할 수 있다. 최상급으로 지어도 300만원이면 모두 가능하다.(주택협회는 2004년 한 토론회에서 분양원가의 건축비는 470만원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장 바로 뒤에서 공사하는 A사가 우리 보다 1년 늦은 2004년 9월에 분양을 했다. A사는 34평(전용면적 25.7평)기준층을 1억 9900만원에 분양했다. 평당 분양가가 585만원이다. 분양가에 옵션이 포함되면 2억원이 넘는다. A사가 우리와 비교해 평당 35만원 정도 땅 값에 더 투여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감안해도 마진율이 높다. (A사의 원가는 땅값 125만원 + 건축비 288만원 + 기타 10만원 = 423만원) 대형건설업체들은 30%이상 많게는 50%까지 마진을 남기고 있다고 보면 맞다."

- 그렇다면 시공 과정이 대기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하도급 체계가 다른가.
"대기업과 똑같이 우리도 하도급을 주고, 다시 분야별로 재하청에 들어간다. 공사 과정 역시 대동소이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인건비가 다르다. 그리고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 규모에 차이가 있다. 현재 우리는 본사에서 직원 8명 정도가 나와 근무하는데, 이 규모면 대기업은 15명 정도가 나와 있다."

- 아파트 건설에 있어서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기술력 차이가 큰가.
"아파트 건설하는 방식은 다 거기서 거기다. 대형건설업체나 중소건설업체나 거의 차이가 없다. 플랜트나 터널 공사 같은 특수 공사면 모르겠지만."

400만원대 분양가가 가능한 이유

제일건설이 유성 교촌 지구에 평당 450만원에 분양한 제이파크. 마감재나 디자인, 구조가 대형 건설업체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제일건설이 유성 교촌 지구에 평당 450만원에 분양한 제이파크. 마감재나 디자인, 구조가 대형 건설업체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 대형건설업체들의 분양가가 높은 이유가 뭔가.
"시행사와 시공사가 따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는 땅 사는 일을 하고, 시공사는 주로 아파트 건설을 한다. 예를 들어 땅을 사고, 집을 지어 100원을 남긴다고 가정해 보자.

시행사와 시공사가 같으면 100원을 다 가질 수 있지만, 시행사와 시공사가 다를 경우 100원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150원 정도는 남겨서 각각 70원, 80원 정도는 가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분양가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99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땅을 공급하는 시행사들이 우후죽순 처럼 생겨났다. 땅 한번 잘 팔면 큰 돈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금 3억원 이상이면 누구나 시행사가 될 수 있고, 거기다 가격도 높게 쓰는 사람을 선정하다 보니 당연히 아파트 분양가가 뛸 수밖에 없는 거다. 정부의 현재 택지공급 방식은 문제가 많다."

- 대전 동구 낭월지구에 제일건설이 평당 400만원대 아파트를 공급겠다고 밝혔는데 그게 가능한가.
"우리는 시행과 시공을 함께한다. 낭월 지구의 경우 시행사를 통한 택지공급의 문제가 여실히 나타난 지역이다. A라는 부동산투자회사는 낭월지구에서 2003년에 땅 1만 3300평을 241억원에 구입하고 계약금 10%만 내놓고 시공사를 찾지 못해서 계속 연체 이자만 물고 있었다.

땅을 300억원에 내놓았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우리가 260억원에 매입했다. 시행사가 결국 손을 든 경우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하나로 돼야 아파트 분양가가 안정될 수 있다. 이 지역의 경우 아파트 평당원가 90만원(용적률 200% 적용시), 건축비와 기타비용을 300만원 잡아도 490만원 선에서 공급하면 15%이상 마진을 남길 수 있다. 그 가격으로 9월쯤에 분양을 할 계획이다."

- 후분양이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 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맞는 말이다. 투기를 없애려면 후분양제를 실시해야 한다. 논산 신도시 계룡지구에 ㅅ,ㅇ사가 2년 전쯤 분양할 당시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았다. 건설사에서 떴다방을 모집해서 경쟁률을 끌어올렸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경쟁률이 높아지니까 프리미엄이 계속 붙었다.

그러나 지금 실제 입주 비율은 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33평 분양가가 1억 7000만원 정도였는데, 전세는 4000만~5000만원에 불과하다. 후분양을 하면 프리미엄이 붙는 단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선분양하면 입주까지 전매 등을 통해 계속 프리미엄이 올라간다. 후분양을 하면 입주민들과 건설업체와의 분쟁도 줄어들 수 있고, 가격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분양제가 되면 아파트가 투기 대상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바뀔 수 있다."

-아파트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땅도 싸게 공급 받는 주공이 주택 가격을 내려야 한다. 주공이 나서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민간건설업체들은 주공을 기준으로 삼는다. 주공의 기준을 올리지 않으면 된다. 주공에서 가격을 내리면 민간건설업체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택지 공급 방식을 지금처럼 시행사에 넘기고, 다시 시공사에 되팔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27년 동안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인식 소장은 논란이 되는 분양원가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33평을 지으면 평당 100만원 정도만 남기면 되는데 200만원 이상을 남겨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소장에게 마지막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할 경우 민간건설업체들이 분양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거시기'라는 표현을 동원해 답을 내놓았다.

"참 거시기한 이야기다. 건설회사가 건물을 안 지으면 뭘 가지고 먹고 살겠다고. 99년 이전 분양가 규제를 받았을 때도 아파트는 공급됐고, 건설사들은 서로 아파트를 지으려고 했다."

대형건설사와 제일건설의 분양가 차이는?

대전 동구 낭월, 가오 택지개발지구 분양가 비교(전용면적 25.7평 기준)

건설사

제일건설

B사

C사

분양지역

대전 동구 낭월지구

대전 동구 가오 지구

대전 동구 가오 지구

분양시점

2005년 9월 예정

2004년 10월

2004년 9월

땅 값(평당)

180만원

130만~160만원

130만~160만원

분양가

1억 6100원 예정

1억 8700만원

1억 8200만원

평당 분양가

490만원

567만원

510만원

평당 이익 (추정치)

100만원

187만~202만원

130만~145만원

ⓒ 박수원
정인식 소장은 2004년 분양한 대전 동구 가오지구의 아파트를 예로 들면서, 대형 건설업체들이 중소업체에 비해서 높은 마진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 9월 낭월 지구에 분양 예정인 제일건설과 비교해 B사와 C사의 경우 땅은 더 싸게 공급 받았지만, 분양가는 제일건설에 비해서 평당 20만~77만원 정도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비와 기타비용을 300만원으로 책정할 경우 B사와 C사의 평당 이익은 130만~202만원 선이다. 마진율은 25~35%로 추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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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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