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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록도병원 중앙리 휴게실에 설치된 인권위원회 상담실
국립소록도병원 중앙리 휴게실에 설치된 인권위원회 상담실 ⓒ 김성철

아 아!
팔순 전 이곳
작은 사슴섬에 자혜의 나래가 내려 오늘에 이르며,
무릇 기만(幾萬)의 한혼(限魂)을 달랬음이랴
해지면 날새도 둥지 찾아 든다는데,
사람되여 한세상 살고도 고향산천자락
부모형제 품안에 눕질 못하고
구천을 맴도는 넋이 일만이라
한의 눈물을 뿌리며 몸을 병마와 싸우다 찢기고 지친 육신
머리만 고향쪽에 하고 이곳에 설잠드시니,
이름하여 만령당(萬靈堂)이라.
그 넋인들 어이 편히 잠드실까!
하여 이곳 사슴의 가슴패기에 한서린 돌비하나 세우노니
오 가는 사람들아
오늘도 눈비 맞으며 흐느끼는 일만 넋의
명복을 함께 합장코자 함이 어이다. - <만령당 앞에 세워진 비문>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이 인권위 관계자들과 함께 만령당 앞에서 추모묵념을 하고 있다.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이 인권위 관계자들과 함께 만령당 앞에서 추모묵념을 하고 있다. ⓒ 김성철

국가인권원회는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인권순회상담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9일 오후 2시부터 국립소록도병원 자원봉사회관 강당에서는 한센인을 위한 '편견과 차별을 넘어 하나로 지역공동체 토론회'가 열렸다.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 소록도 방문록에 서명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 소록도 방문록에 서명 ⓒ 김성철

이날 주제토론에 앞서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래 전 병을 앓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센인들은 그 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해왔다"며 "단지 그 병(한센병)이 남긴 신체의 후유증이 '흉칙하다'고 하여 우리는 우리의 이웃을 외면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는 절망감'이었다는 어느 한센인의 희한 맺힌 고백처럼, 이들에게는 정작 병마와 싸우는 일보다도 주위의 외면과 냉대가 더 큰 마음의 상처와 그늘 이었다"고 마음아파 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소록도를 방문했다는 것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제 한센인의 인권보장을 위해 첫 걸음을 내 디딘다"며 "그동안 국가는 무관심했으며, 저는 국가기관의 책임자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그리고 정중히 국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데 대하여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함께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국가인원위원회 활동을 소개하는 박찬운 변호사
국가인원위원회 활동을 소개하는 박찬운 변호사 ⓒ 김성철

이번 소록도 한센인을 위한 인권순회상담사업에 대해 박찬운 국가인권위원회정책국장은 국가인권위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한센인 및 그 가족들이 해원과 인권침해 및 차별을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하겠다"면서 "지역사회로부터 한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불식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한센인의 인권 및 복지 증진에 기여 하겠다"고 말했다.

한센병에 대해 설명하는 채규태 가톨릭의대교수
한센병에 대해 설명하는 채규태 가톨릭의대교수 ⓒ 김성철

토론주제발표에 나선 채규태 가톨릭대교수는 한센병에 대해 "한센병은 지속적 홍보가 필요한 제3군 전염병이라 해도 수많은 환자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년에 15명 내지 20명 정도의 신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나 6개월 내지 2년 치료하면 완치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팜피신 4알만 1회복용 하여도 전염력이 없어지는 어느 병보다 치료가 쉬운 병이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만 말초신경이 마비되어 눈, 손, 발 등이 변형이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30일 소록도를 방문한 한국과 일본 변호인
지난 4월 30일 소록도를 방문한 한국과 일본 변호인 ⓒ 김성철

한편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영립 변호사, 박찬운 변호사, 장철우 변호사, 장완익 변호사 등은 한센병인권소위원회 소속으로 현재 소록도에 거주하고 있는 한센인들을 위해 일본정부를 상대로 117명의 원고단 소송을 위한 변론을 맡고 있으며, 재판은 진행 중에 있다.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은 2001년 5월 일본 정부가 일본인 한센인들을 상대로 그 동안의 강제수용, 구금, 단종 등 갖가지 인권탄압을 저지를 행위에 대해 특별법을 통해 모두 보상을 해주기로 결정이 되었다.

지난 4월 30일 소록도를 방문한 일본측 변호인 단장
지난 4월 30일 소록도를 방문한 일본측 변호인 단장 ⓒ 김성철

이를 계기로 2003년 11월경 소록도 한센인 117명(소송 기간 중에 7명 사망)은 일본 후생성에다가 한센병 보상법에 의거, 소록도 한센인들도 이와 똑같이 보상해 줄 것을 요청 했으나, 2004년 8월 16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소록도 갱생원이 일본에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이때부터 일본 한센병위헌국국배소송변호단이 소록도를 방문하여 1917년 1월 1일부터 1945년 해방이전까지 소록도 갱생원에 거주했던 한센인 117명(최고령자 104세)을 상대로 증언녹취와 진술서 작성 등 변론을 맡았다.

2004년 10월 25일 1차 소송에 이어 지금까지 5차(5월 23일) 소송이 진행되었고, 오는 7월 19일 마지막 결심공판이 남아있다.

지난 4월 30일 소록도를 찾은 대만 변호인과 한센인
지난 4월 30일 소록도를 찾은 대만 변호인과 한센인 ⓒ 김성철

이번 마지막 결심공판을 앞두고 일본 변호사 65명, 한국 변호사 63명, 대만 변호사 15명 등 삼국 변호사들이 서로 연대하여 변론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5월에 특별법 한시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국내 한센인 정착촌(89개소)에 살고 있는 300여명과 대만 락생원 소속 22명 등이 소송 준비 중에 있다.

이 밖에도 소록도에서 발생한 '이춘삼 사건''84인 학살사건' '오마도 간척지사건'등은 과거사 진상규명 차원에서도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 해방이후에 한센인들이 받은 갖가지 인권탄압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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