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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세계여성행진과 함께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 포스터.
7월 3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세계여성행진과 함께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 포스터. ⓒ 여성행진 조직위
1995년 5월말 캐나다 퀘백시. 850여명의 여성은 최저임금 인상,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주 여성노동자의 권리, 공공복지 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 등을 요구하며 10일 동안 거리행진을 벌였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벌인 '빵과 장미의 행진'을 잇는 큰 사건이었다. 그것은 2000년 3월 8일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의 기원이 되었고 올해로 5년째를 맞고 있다. 그 행진 대오가 7월 3일 한국에 도착한다.

세계여성행진은 전세계 161개국 6000개 이상의 여성조직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적인 여성운동조직으로 해마다 전세계를 돌며 각국에서 제작한 퀼트(조각보)를 이어 붙이고, '인류를 위한 세계여성헌장'을 전달하며 여성들간의 차이와 연대를 확인한다. 최근 막을 내린 세계여성학대회가 학술대회라면, 여성행진은 '실천가들의 행동'으로 여성운동판 세계사회포럼에 가깝다.

브라질에서 부르키나파소까지...7개월 간의 대장정

지난 3월 8일 브라질 상파울루를 출발한 '2005 세계여성행진'은 53개 나라를 거쳐 세계빈곤철폐의 날인 10월 17일 최종 도착지인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닿게 된다. 빈곤과 폭력을 주요 의제로 내세운 세계여성행진은 중남미를 거쳐 북미, 유럽, 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에서 막을 내리게 된다.

세계여성행진에 참여한 여성들은 중남미 초국적 기업농장의 여성노동자에게 연대를 표시했고, 유럽으로 건너가서는 전통을 앞세운 터키의 여성 인권유린을 고발했으며, 포르투칼에선 동성애자의 권리와 낙태금지 해체를 요구했다.

6개월 전부터 이 행사를 준비해온 한국의 '세계여성행진과 함께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 조직위(womenmarch.jinbo.net/02-778-4001)'는 반세계화운동에 앞장서온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축이다. 광주민중행동,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문화연대,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 세계화반대여성연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인천사회진보연대, 장애여성공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연대회의 등 시민사회학생 단체들이 결합되어 조직되었다.

조직위는 세계여성행진의 한국 도착에 앞서 지난달 30일 '성노동자운동을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7월 1일에는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세계여성행진을 통해 본 세계회 반대 국제연대의 방향과 전망’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잇달아 열었다.

그리고 3일 오후 4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세계각국의 여성운동가들과 함께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이라는 주제로 대규모 집회를 연 뒤 종묘공원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조각보 릴레이로 펼치는 여성들의 국제연대

한 아르헨티나 여성이 퀼트를 연결하고 있다.
한 아르헨티나 여성이 퀼트를 연결하고 있다. ⓒ 여성행진 조직위
아무래도 이 행사의 백미는 퀼트 퍼레이드. 세계 각국 여성들의 연대의 뜻이 담긴 거대한 조각보에 한국도 '한 조각'을 보태게 된다. 아울러 조직위는 이들이 들고 온 세계여성헌장에 더해 '권리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권리선언에는 여성의 노동권, 빈곤의 여성화, 장애여성의 권리, 이주여성의 권리, 성매매 여성들의 권리, 여성들이 출산기계가 아님을,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조직위는 세계여성행진에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나라별로 매우 다양한 여성의 현실이지만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일 수밖에 없는 빈곤과 폭력 등의 문제를 국제적 수준에서 모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기존의 한국 여성운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조직위의 정주연씨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기보다 오히려 정권의 정책에 조응해 기층여성들의 삶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번 행사가 상층 중심, 국제회의 중심의 국제연대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한국 여성운동에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성연합은 일본으로부터 퀼트와 헌장이 도착하는 다음날인 7월 4일 '여성 폭력과 빈곤 추방 그리고 일상에서의 평화 실현'을 주제로 기자회견과 퍼레이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세계여성행진을 통해 제작되는 패치워크의 모습.
세계여성행진을 통해 제작되는 패치워크의 모습. ⓒ 여성행진 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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