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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바야흐로 여름이 초입에 들어가자,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더욱이 7월부터 시작되는 주 5일 근무는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세상바깥으로 끌어낸다.

집안에 있자니 찜통더위이고, 밖에 나가자니 경제적인 사정이 뒤따르는 요즈음, 어디 알뜰한 피서지는 없을까? 7월 3일 제주시내 대형마트, 대형마트 입구에는 수레를 끈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바깥에서 이미 더위에 묻혀 있던 사람들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별천지다. 이만큼 시원한 동네가 또 어디 있을까?

이곳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곳은 서점코너다. 이 서점코너에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하여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다. 벌써 책방에는 독서삼매경의 열기가 후끈하다.

ⓒ 김강임
책을 좋아 하는 사람들의 피서지, 그들의 아지트를 살짝 훔쳐보았다.

아이들이 모인 세상은 왁자지껄할 것 같은데 이곳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만화책을 읽는 친구, 동화책을 읽는 친구, 땅바닥에 주저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엄마와 함께 시장을 보러 온 친구 지혜( 한라초등학교 3년)는 이곳이 바로 공부방이다. 자신의 공부방은 지금 찜통더위인데 이것은 에어컨이 팡팡 돌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알싸한가? 엄마가 시장을 볼 동안 지혜는 대형마트의 서점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 김강임
특히 이 책방에서는 책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재미도 고소하지만, 평소 자신이 보고 싶었던 책을 꺼내서 볼 수 있는 특혜도 주어진다. 평소에는 1시간 정도를 읽어야 다 읽을 수 있는 동화책도 웬일인지 이곳에서는 40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으니 이보다 훌륭한 아지트가 어디 있으랴!

아이들에겐 주인장이 누구인지, 서점의 안내자는 누구인지도 고려치 않는다. 그 누구도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거나 못 마땅해 하지 않는다. 더욱이 바깥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인데도 이곳 대형마트의 서점의 온도는 18도, 딱 책을 읽기에 알맞은 온도다.

개구쟁이 친구들도 이 책방에만 오면 조용하다. 옆에 친구들이 이미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으니 잘못하여 기침소리라도 내면 행여 친구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심, 조심이다. 여름이 아무리 덮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 하는 일을 즐기는 것 또한 더위를 물리치기 위한 피서방법이다.

개구쟁이들의 아지트, 이보다 더 좋은 피서지가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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