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복응답 결과임(출처: 통계청 사회통계조사보고서)
중복응답 결과임(출처: 통계청 사회통계조사보고서)
하지만 희망하는 여가활동 1위가 여행(23.0%), 2위가 등산/낚시(10.8%)라고 대답하는 걸 보면 현실과 차이가 크다. 이렇게 꿈과 현실이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 경제적 부담(49.5%), 시간부족(23.7%), 시설부족(9.2%)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시간부족과 경제적 부담이 비슷한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반면 월급쟁이들에게는 시간부족보다 경제적 부담이 여가활동의 걸림돌이었다.

출처: 문화관광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문화향수실태조사>
출처: 문화관광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문화향수실태조사>
2003년 가구당 한달 평균 여가생활 지출비용은 평균 23만1천원으로 조사되어 2000년의 16만9천원보다 3년 동안 37% 정도 상승했었다. 이제 주5일제 본격 실시 이후인 올 하반기에는 정확히 얼마일진 모르겠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액수가 될 것만은 확실하다.

그럼 "어디로 떠나볼까"라는 마음을 '돈' 때문에 접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에 가거나 문화원에서 하는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어떤가? 그냥 신나게 공이나 한판 찰까? 아니면 더위도 피할 겸 수영장은? 등등 궁리를 해보자. 집 근처에 지방문예회관이나 체육관이 있는 좋은 동네에 산다면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에게, 특히 지방 중소도시 거주자들에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차를 타고 천리만리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손잡고 걸어 갈만 한 거리에 괜찮은 문화·체육시설이 있는가? 입장료나 회원권이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몇 십, 몇 백만원 하는 놀이공원이나 스포츠센터 말고, 비교적 저렴한 공공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은 어디에 있는가?

2003년 현재 우리나라는 1인당 공원면적 24.1㎡(7.3평)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전국통계이고, 서울의 경우는 10.47㎡(3.2평) 정도이며 전체 국토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겨우 2.3%밖에 안 된다. 뉴욕이나 도쿄 같은 초대형 도시와 비교하면 넓은 편이지만 외국의 예와 국민 1인당의 소유 면적에 비하면 결코 넓지 않은 편이다.

체육시설은 이보다 심각한 수준이어서 운동장, 체육관, 수영장을 모두 포함한 면적으로 계산하면 독일은 1인당 4.3㎡, 프랑스는 6~11㎡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겨우 0.33㎡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있는 시설도 지역편차가 심하여서 서울에는 36개 있는 공공수영장이 부산에는 단 2곳밖에 없다.

이른바 간이체육시설이라고 불리는 동네체육시설의 경우 전국의 5596곳 중에 3013곳(56%)이 수도권과 광주, 부산 등 5대 광역시에 몰려있어 지방의 읍면 단위에 가면 단 1곳도 없는 곳이 많다.

문화시설은 어떠한가? 2003년 현재 공공문화시설(도서관, 박물관, 문예회관 등)은 전국에 총 1083곳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484곳(45%)이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몰려있다.

박물관도 수도권과 광역시에 편중되어 있다.(출처: 문화관광부)
박물관도 수도권과 광역시에 편중되어 있다.(출처: 문화관광부)
갈만한 곳 찾기가 이리도 힘드니 다 때려치우고 책이나 빌려다가 편안하게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은 어떤가?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도서관 숫자는 OECD 국가들 중에 최하위다(2001년 현재). 독일은 4천명, 핀란드는 3200명, 미국은 2만6천명에 하나씩 있는 도서관이 우리나라는 11만5천명에 하나 꼴이다.

아~ 비참하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은 휴일이 늘어나도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낼만한 곳이 이토록 없구나! 꼬박 꼬박 내 월급봉투에서 털어간 세금은 다 뭐하는데 썼단 말인가.

우리 정부의 총예산 중 문화예산의 비중은 대략 1% 정도이다. 가장 나은 수준이라는 서울이 1인당 2만7천원 수준이다(2005년 현재). 이렇게 문화·체육 기반시설에 투자가 인색하다보니 주5일제 전면 실시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시민적 요구를 어떻게 감당할지 무척 걱정스럽다.

휴일은 단순히 남는 시간(free time)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을 위한 자아실현과 재창조(re-creation)시간이다. 그래서 독일은 이미 1960년부터 15년간 '모든 국민이 걸어서 5분 거리 내에 체육시설과 프로그램, 지도자를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골든플랜'을 실천했다. 오늘날 독일은 전국의 스포츠클럽 회원이 2100만이며 이는 독일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제 막 본격적인 주5일 근무제 시대로 접어드는 우리나라에서 여가시간은 늘어났지만 참여할만한 프로그램과 시설이 없다면 결국은 주로 텔레비전과 인터넷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러면 오히려 늘어난 여가시간은 '기능적 문맹'만을 더욱 양산시킬 것이다. 늘어나는 여가시간만큼 문화·체육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형 골든플랜'의 실천을 미룰 수 없다.

한국형 골든플랜 조감도: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도 복합체육시설을 학교 부지에 건설하면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출처: 문화관광부)
한국형 골든플랜 조감도: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도 복합체육시설을 학교 부지에 건설하면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출처: 문화관광부)
'한국형 골든플랜'은 무엇인가? 필자는 작년 국정감사 때 학교는 운동장 등 부지를 제공하고 지자체와 정부가 시설비용을 충당해 체육시설을 마련하고 방과 후 지역주민에 개방해 시설활용도를 100%로 높이는 '학교- 지자체-정부' 3자 연계방안을 제안했었다. 이런 시설을 중심으로 학생과 주민의 유럽식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지난 5월 문화관광부는 내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한국형 골든플랜'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제는 체육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시설에 있어서도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연계하여 '골든플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독일과 같은 걸어서 5분 거리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는다. 제발 걸어서 30분 거리 안에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갈만한 문화·체육시설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소득의 격차가 사회적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늘어난 휴일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삶의 질을 높이라는 주5일제 때문에 가정불화가 생기면 되겠는가.

덧붙이는 글 | 안민석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으로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입니다. 

홈페이지(http://www.osan21.or.kr)에도 올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