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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지정 필수 쇼핑코스를 헤매다

여행객을 태운 버스는 어느새 중국 패키지여행의 필수코스인 쇼핑코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중국의 지정된 쇼핑코스라면 중의원 내지는 약방, 민물진주 공장, 실크공장, 비취 공장, 중국차 가게 등으로 중국을 패키지로 여행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번씩 거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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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에서 패키지 관광객들은 꼭 들려야 한다고 규정해 놓은 지정코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가는 곳마다 품질보증과 정찰제를 강조하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물건을 팔고 있어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들의 눈은 하나라도 더 팔겠다는 각오로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여기가 정말 사회주의 국가 맞아?"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서커스 같은 엽기 약장사

더욱이나 요즘에는 별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충동 구매하지 않으려는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서커스나 묘기대행진을 연상시키는 엽기상술과 동정심을 유발하는 상술까지, 실로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그네들의 상술을 볼 수 있었다.

모 파스 제조 회사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이 회사의 연구원이라며 깔끔한 흰색 가운을 입고 등장한 예의 조선족 청년은 약의 효능을 보여주겠다며 갑자기 손으로 발갛게 달궈진 쇳조각을 사정없이 만진 후 데인 상처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엽기쇼(?)를 펼치더니 문제의 약을 손에 잔뜩 바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던 어머니는 상처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는 그 연구원이 가여웠는지 청년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쯧쯧, 그냥 얌전히 약을 팔면 되지 왜 손을 가지고 그러누."
"저도 그러고 싶지만 이러지 않으면 이곳에서 쫓겨나게요?"

"그럼 매일 이런 식으로 약을 파우?"
"아이구 할머니, 매일 이러면 제 손이 남아나지 않게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합니다."

일주일에 한번이라… 아무리 약이 효과가 좋다고 해도 과연 화상이 그네들이 주장하는 약품효능만큼 일주일 만에 말끔히 나을 수 있을까?

그 청년의 말을 듣고 순간 의심이 들었지만 나의 의심은 그들이 약을 파는데 애당초 아무런 장애요소가 되지 못했다. 그 청년의 엽기모드와 동정심에 호소하는 상술은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우리 어머니의 마음까지 움직이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잠자코 날 흘긋 쳐다보시던 어머니는 순식간에 나 모르는 새 꼬깃꼬깃 챙겨온 한국 돈 만원자리 지폐 3장을 꺼내 안티 프라민 냄새가 약간 나지만 화상과 알레르기에 특효약이라는 그 약을 끝내 사시고야 말았다.

진정한 장사꾼이 되려면 북극에서 가서 냉장고를 팔고 적도에 가서 밍크코트를 팔 수 있어야 한다더니 세계 3대 상인으로 유명하다는 중국인 특유의 '여행객 지갑 열게 하기 상술'은 여행객들이 점점 약아질수록 그에 상응해 점점 더 업그레이드되고 있었다. 마치 손님들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온 몸을 다 이용하는 서커스처럼 말이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북경 서커스

▲ 종합선물세트같은 북경 서커스
ⓒ 김정은
쇼핑일주가 끝난 후 찾아간 북경 시내 서커스 공연장에서는 서커스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만 보아왔던 소림 무술과 변검 공연이 뒤섞인 일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이 시작되었다.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라서 이것저것 많이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앞서서인지 좀 산만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나름대로 볼거리는 많았다.

▲ 하늘을 향해 끝도 없이 의자를 올리며 불안불안하게 물구나무를 서는 공연자의 최고의 묘기에 감탄하다 보니 문득 약 하나를 더 팔기 위해 자신의 손을 혹사시켰던 조선족 연구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때 느꼈던 소름끼칠 정도의 놀라움과 씁쓸함이 뒤섞인 감정이 지금의 느낌과 신기하게도 일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김정은
특히 하늘을 향해 끝도 없이 의자를 올리며 불안하게 물구나무를 서는 공연자의 최고의 묘기에 감탄하다 보니 문득 약 하나를 더 팔기 위해 자신의 손을 혹사시켰던 조선족 연구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때 느꼈던 소름끼칠 정도의 놀라움과 씁쓸함이 뒤섞인 감정이 지금의 느낌과 신기하게도 일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중국인들의 상술 같은 서커스와 서커스 같은 상술… 중국인들의 독특한 상술을 지겹도록 목격하다보니 자연스레 내 나라가 생각난다. 과연 우리도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패키지여행을 왔을 때 이들처럼 악착같이 여행객의 지갑을 열게 끔 할 수 있는가?

하지만 무엇이든지 도가 지나치면 체하는 법… 중국인의 지독한 상술에 이리저리 휘둘려 멀미가 날 무렵 어느새 중국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어머니와 함께 한 3박 4일 북경여행 3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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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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