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일 간에는 독도영토권,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6자회담 등 대북문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다. 한일 간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것은 두 나라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한쪽은 가해자, 한쪽은 피해자라는 정반대의 입장은 둘 간의 거리를 좁혀 문제를 해결할 틈을 주지 않는다.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야스쿠니는 일본의 자존심, 존재 이유를 상징하는 곳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에 참여한 모든 일본인의 전쟁 영령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그들을 신으로 받들고 있다.

▲ 전쟁터에서 사라진 영혼들
ⓒ 김재영
위의 사진은 전쟁터에서 사라진 영혼들의 사진이다. 국제연합 재판에 의해 A급 전범이 된 전쟁 책임자들 중의 1인인 '도조 히데끼'의 영혼도 그곳에 있다. 특공대의 신분으로 목숨을 바쳐 미군의 항공모함으로 비행기 돌격을 한 영혼도 있고, 고등학생 신분으로 전쟁터에 끌려가 목숨을 빼앗긴 어린 영혼도, 다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참여한 전쟁터에서 자신의 목숨마저 잃어 버린 어린 간호사, 한국인, 타이완인, 전쟁 포로가 되느니 집단 자살을 강요당한 오끼나와의 어린 여학생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스스로 원해서 목숨을 버린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군인이었기에 그들의 상관이 자살하라고 명령했기에 행했을 뿐이다. 그들도 피해자일뿐이다.

▲ 자살특공대의 미군 항공모함 공격
ⓒ 김재영
위 사진은 미군의 항공모함에 자살특공 비행기가 로케트를 싣고 돌격하는 사진이다. 그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까?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버릴 정도로 전쟁의 정당성을 확신했을까? 적을 죽이고 싶어 자신의 목숨을 던질 정도로 미쳐 있었을까?

아니다. 한 가정의 아들이었고 한 가정의 가장이었을 그들은 우연히 그 미친 전쟁이 일어난 시대에 태어나 우연히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고 우연히 그들의 목숨을 바치기를 강요 당했을 뿐이다. 그들이 자살특공대에 참가한 이유는 단 한가지다. 군인이었기에 상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 한 일본인 병사의 유서
ⓒ 김재영
위의 사진은 전쟁터에서 사라진 군인의 유서의 일부분이다.

"괌에서의 유서

- 해군군속 이시다 마사오

어젯밤 아이의 꿈을 꾸었다. 아버지로서 이 언덕에 무엇을 하러 왔을까? 이대로 육지의 땅을 밟지 못하는 날이 온다고 해도, 모든 걸 숙명이라고 포기해도 괜찮을 것인가. 어리석은 아버지에게도 슬픈 숙명이 있고, 너에게도 슬픈 운명이 있을 뿐이다. 강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의 정반대의 성격의 사람이 되기를 절실히 기원한다. 삼월 모일 육지의 상황을 알고 싶다. 듣고 싶다. 매일 정세의 급박함이 들려올뿐...

우리들은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왔다. 용기 있는 죽음을 바란다. 요즘 상황이 위험하다는 소식뿐이다. 몸을 던져 부서져, 그것으로 인해 조국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생을 편안해 사는 것이 이루어진다면, 조국의 국위가 조금이라도 강하고 빛나기를 절실히 바란다.

멀리 있는 조국의 젊은이들이여 강하고 멋있는, 밝게 살기를 바란다. 그리운 멀리 있는 조국의 젊은 여인들이여, 청아하고 아름답게, 건강하기를 바란다."


이 유서를 남긴 병사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도 이 전쟁의 이유를 단지 숙명이라는 말로 정리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정리하려고 노력한 것이 분명하다. 머리로는 분명히 명분이 없음을 알고 있었고 이것이 목숨을 걸고 지켜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것에 고민을 하였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군인이었기에 목숨을 던져야만 했다. 그의 가족은 미망인과 아버지없는 아들이 되었을 뿐이다. 그것도 그는 숙명이라는 단어로 정리하고 있다.

▲ 도조 히데끼가 직접 쓴 글이 들어가 있는 일장기
ⓒ 김재영
위의 사진은 A급 전범 도조 히데끼가 일장기에 쓴 마지막 글이다. 사진에서는 읽을 수 없지만 엷고 촘촘한 글이 깃발에 가득 쓰여있다. 도조 히데끼는 연합군이 연 전쟁 재판에 의해 전쟁 책임자로서 A급 전범이 됐고 사형 당했다.

"나는 미국에 의해 A급 전범이 되었다. 전쟁에 진 것에 대해선 미안하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나는 일본에 의해 전범으로 판결이 난 것이 아니다. 일본에 있어서 나는 전범이 아니다."

도조 히데끼의 말이다.

"그들은 일본을 사랑한 사람이다. 그들은 결정을 하고 그것을 실행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판단할 자격이 연합국 측에 있는가? 단지 전쟁에 졌을 뿐이다."

당시 전범 재판을 변호한 영국인의 말이다.

도조 히데끼는 전범이다. 최종 전쟁 결정권을 행사한 사람이었다. 그것이 연합군에 의해 이루어진 일방적인 전쟁 재판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명확한 사실이다. 전쟁에서 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승리를 했다 하더라도 그는 전범이다. 그가 사형 당한 것은 연합군의 일방적인 의도적인 책략이 아니라 그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 야스쿠니 신사 정면
ⓒ 김재영
위의 사진은 야스쿠니 신사의 정면의 모습이다. 저 신사의 안쪽에는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의 영혼도 전쟁에 참가해 이슬처럼 사라진 영혼들도 있다.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은 가해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가 본 대부분의 영혼들은 그들 또한 철저한 전쟁의 피해자였다. 그들은 지금 아무 말도 못한다. 그들은 지금의 세상을 볼 수 없다. 그들은 이 세상에 없다.

야스쿠니를 방문하는 고이즈미는 단지 일본의 전통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라는 변명을 하고 있다. 그런 속이 다 드러나는 거짓말로는 일본인들조차 납득할 수 없다. 사라진 병사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라는 말은 해도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전범 책임자들을 위로하려는 마음이라면 이쯤에서 관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