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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서강훈

"야 너네 M이 야자 시간에 방귀 뀌었던 거 기억하냐?"
"당연 기억나지. 근데 더 웃기는 건 걔가 그거 감추려고 기침했다는 거 아니냐."

"에취. 에취 뿌웅!"
"M이 그 때 이후로 학교 다니기 참 싫었을 거다 으하핫!"

이야기는 더욱 깊어져 우리네가 학창시절 야한 동영상을 밝혔던 치기어린 모습까지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앗! 그 아이들 다 모였네."
"아 이런 더러운 녀석들. 변태 클럽 자식들. 너네 아직도 야한 거 보지!"

"아니야 우린 새 사람이 됐어. 이젠 안 봐. 그런 얘기 좀 그만해."
"그런 얘기 하면서 이 자식이 공급책인 거 알지?"

"아냐 저기 J가 더 웃겨. 쟤는 수학책에 얼굴 파묻고 만날 조용히 '크큭'하고 웃었어."
"한심한 자식들 언제 철들래?"

뒤이어 이발소에 가서 스포츠로 머리 잘라 달라 했더니 아예 삭발을 해 놔 교실에서 수도승처럼 더플코트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어야 했던 S군의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들 박장대소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또 탁자에 소주 병 쌓이는 줄 모르고 본분을 망각한 송별회는 추억을 되새기는 웃음으로 가득하다.

ⓒ 서강훈

"사람이 정말 그립다"

그러나 자리가 자리인 만큼 모든 시간을 웃음으로 일관할 수는 없었다. Y가 막상 간다 하니 다들 씁쓸한가 보다. 얼마 안 있어 따라갈 녀석들의 경우에는 거의 남일 같지가 않다. 웃음의 한편에서도 Y와 한 자리에 모인 친구들은 그가 이틀 후 입대 한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다.

"군대 가니까 기분이 어떠냐?"

Y에게 있어 가장 식상한 말이고 듣기 싫은 질문이겠지만 그냥 알고 싶어 물었다. 나도 얼마 안 있으면 군대에 간다. 그래선지 마음이 가끔 요동칠 때가 있다. 군 입대를 목전에 둔 Y는 어떨 것인가?

내 질문에 Y는 그야말로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굉장히 우울하지. 하하 농담이고 다른 거 무엇보다도 사람이 정말 그리워."

고등학교에 성당이며 대학교며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 놓았을 Y. 그런 그가 군대로 떠나며 작별인사를 고해야 할 사람도 정말 많을 것이다. 그는 "요새 사람들 만나느라고 하루 두 시간 밖에 안 잔다"며 애련한 마음을 표출했다.

기다리는 사람도 군대로 떠날 사람도 서로를 그리워하며 추억하기에 훗날에 다시 만날 수 있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떠나갈 즈음에 Y처럼 사람이 몹시도 그립다고 말하며 떠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남 같지 않은 마음으로 Y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얼마 전 읽었던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가 마음 한 구석을 쿡 하고 찔렀다.

ⓒ 서강훈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의 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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