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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퇴직교사들
사랑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퇴직교사들 ⓒ 안양볼런티어 제공
수업 시작은 오전 9시 50분부터 오후 3시 10분까지(월요일~금요일). 교사들은 교육 경력 30여년의 베테랑으로 학생지도는 손바닥 보듯 훤했지만, 첫 만남은 생각처럼 순탄하진 않았다.

초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관심은 물론 인사조차 할 줄 몰랐다. 교사들은 "처음 받은 불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학생들은 교사가 오거나 말거나 잠만 잘 뿐,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로 무관심했다.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상태였기에 이미 세상살이를 체념한 상태였다고.

학생들은 "부모님이 계시냐"는 물음에 아무 반응이 없거나,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했다. 어머니 얼굴조차 기억 못하는 한 학생에겐 술주정뱅이인 아버지와 교도소에 복역중인 형이 있을 뿐이었다.

교사들은 이들에겐 관심과 사랑만이 묘약이라고 판단,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가지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오전 수업을 마치면 호주머니를 털어 김밥이나 쫄면, 만두에 이어 닭튀김까지 학생들과 함께 먹으며 유치할 정도로 무지하게 칭찬하는 호의를 베풀었다.

수업시간에는 "할 수 있다"를 끈질기게 강조했다. 아주 쉬운 기초적인 문제를 "이 거 무지하게 어려운 문제인데 네가 해냈구나"라며 칭찬으로 일관해 나갔다. 기초가 없는 상태였기에 혼신을 다해도 여전히 이해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예상 못한 검정고시 합격

검정고시를 두 달 앞두고 오전 수업 후, 오후에는 학원에 등록시키고 강력하게 예상문제풀이로 밀어붙였다. 국어 모의고사 40점짜리 학생이 92점으로 성적이 부쩍 오르며 자신감을 회복해 나갔다.

인터뷰 중인 필자와 퇴직 교사들
인터뷰 중인 필자와 퇴직 교사들 ⓒ 안양볼런티어 제공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학생들은 묻지 않아도 스스로 마음 문을 열고 인생 상담을 해오기 시작했다. 학원시간보다 자원봉사자 선생들을 더 갈망하며 기다리게 되었다. 학원에서는 친구랑 탁구도 치며 사회성을 터득하고 후배랑 어울릴 줄도 알게 되었다.

언제나 1:1 수업이지만, 학생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느끼며 미리 따끈한 차를 준비해 놓고 선생을 기다릴 정도로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금년 4월, 고입검정고시 시험장으로 향하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은 "경험 삼아 치르는 시험이니 안 되더라도 실망은 하지 말라"고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선생님! 시험에 합격했어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학생들은 말했다. 교사들도 감격하긴 마찬가지였다. 현재 학생들은 새벽에는 전철역에서 정보지를 돌리고 오전에는 대입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학원으로 향한다.

30년 교직, 최고의 보람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자원봉사자 선생들과 끈끈한 정이 묻어나는 공부는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이 없는 시간 틈틈이 헌옷을 판매한 수익금을 고스란히 교회에 헌납한 후 차비와 식대 정도를 받고 있을 만큼 성실하다고 한다.

검정고시를 치르기 전 "맛있는 거 사먹어라"고 교사들이 얼마의 돈을 손에 쥐어 주었지만 일주일 후까지 학생들은 그 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고. 금년 스승의 날에는 용돈을 아껴 카드와 함께 가슴에 꽃을 달아 드리기도 했다. 교사들은 "30여 년 교단에서 무수한 제자를 길러냈지만 그날처럼 보람된 날은 없었다"며 그 감격을 회상했다.

자원봉사지만 교사들은 99마리 양보다 잃었던 1마리 양을 찾아 헤매는 심정으로 인간교육의 선구자요, 참 스승이 되어 주었다. 학생들은 공부를 마치고 기술을 배워 반듯한 직장을 갖는 게 꿈이라고. 비록 교단은 떠났지만 손자를 대하듯 사랑의 빵 봉지 사이로 넘나든 퇴직 교사들과 불우했던 학생들의 만남은 훈훈한 인간 승리며 삶의 쾌거였다.

덧붙이는 글 | 계간 안양볼런티어에도 실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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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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