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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책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토지공개념 부분 도입, 공공개발, 보유세 강화, 주택담보대출 제한, 중대평형 아파트 공급 확대 등등. 각 대책간의 상관성을 따지기는커녕 개별 대책의 내용이 뭔지를 파악하기에도 역부족일 정도다.

여야가 모색하는 대책이 ‘종합판’이라고 하니 대책의 가짓수가 많은 걸 이해 못할 것도 없다. 혹여 발생할 수 있는 구멍을 틀어막을 수 있다면 가짓수 늘리는 게 뭐가 문제겠는가.

과제는 ‘종합판’이 ‘백화점식’, 즉 대책간의 보완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나열식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경계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민간건설업체인 포스코건설의 ‘파격 행보’가 끼친 순기능은 적지 않다. 포스코건설은 서울 송파구에서 다음 달에 분양할 예정인 ‘더샵 스타파크’의 100평형 분양가를 애초에 평당 3450만원으로 책정했다가 며칠 만에 2950만원으로 낮췄다. 며칠 사이에 아파트 분양가를 5억원이나 깎아준 포스코건설의 ‘파격’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자명하다. “분양가를 얼마나 높게 책정했기에”라는 궁금증을 새삼 불러일으켰고, “그러니까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여론을 재조성했다.

포스코건설이 ‘몸을 던져’ 여론을 조성해 놨으니 정치권도 못 이기는 척 슬쩍 받으면 될 터인데 그렇지가 않다. 포스코건설 뿐인가. 노무현 대통령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협의해 처리하라고 길을 열어줬는데도 정치권은 발을 떼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원혜영 정책위 의장은 공공개발 하면 되지 무슨 분양원가 공개냐고 되묻고 있다. 원혜영 의장의 이런 인식이 그대로 관철된다면 정부여당의 부동산 ‘종합’ 대책에서 분양원가 공개는 빠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입수해 보도한 열린우리당 부동산 기획단의 내부 보고서에는 공공개발 방안은 다수 포함됐지만 분양원가 공개는 빠져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정책위 의장보다 더 힘이 센 대표가 직접 나서 분양원가 공개를 막았다. 당 부동산 특위가 공공택지의 민영아파트도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박근혜 대표는 ‘공공부문만 공개한다’는 총선 당론을 꺼내 보이며 한사코 말렸다고 한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종합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어제 박근혜 대표가 부동산 특위의 한 의원에게 “(분양원가가 아닌) 택지 개발 원가만 공개하기로 한 거 맞죠? 사고 나면 안 돼요”라고 다짐까지 받았다고 한다. 박근혜 대표의 ‘몸을 던진’ 저지 노력 덕에 오늘 발표되는 한나라당의 부동산 종합대책에는 공공택지의 민영아파트는 분양원가가 아니라 택지 개발 원가 방안만 포함된다고 한다.

여야가 앞 다퉈 부동산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최대 민생과제로 떠오른 부동산 대책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민심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민심을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만큼은 한사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왜일까?

<한국일보>는 박근혜 대표가 당 부동산 특위 위원을 붙잡고 “사고 나면 안 돼요”라고 신신당부한 사실을 전하는 한편 “이한구 의원 등 보수파 경제통 의원들이 (박대표와 특위 위원들의 식사 자리에) 참석, 분양원가 공개 확대의 위험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의 보도대로라면 박근혜 대표와 보수파 의원들은 분양원가 공개를 ‘위험을 자초하는 사고’로 간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분양원가 공개를 폭탄 대하듯 하는 정치권의 태도 이면에 뭐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부작용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강제할 경우 건설업체들의 ‘사보타지’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건설업체가 ‘사보타지’에 들어갈 경우 주택 공급물량 부족과 일자리 축소 등의 부작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염려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설득력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여당이 적극 검토하고 있고 야당의 상당수 의원들도 동조하는 토지공개념의 부분 도입 방안, 즉 개발이익 환수제는 시행자에게 개발이익의 25%를 부담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건설업체 입장에선 ‘장사할 맛 안 나는’ 제도다. 그 뿐인가. 열린우리당은 공공택지 개발은 물론 재개발 재건축 사업도 공공개발 방식으로 시행한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건설업체 입장에선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매 한가지’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체가 유독 분양원가 공개에만 목 내놓고 달려들 것이란 전망은 기우에 가깝다.

그럼 뭔가? 여야 공히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뭔가? 이런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분양원가가 전면 공개된다면? 아파트 분양가 폭리 실태가 드러나고 그 여파가 주변 아파트값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그래서 신규 주택, 기존 주택 가리지 않고 가격 폭락 도미노가 연출된다면? 덤터기 쓴 사실을 안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거리로 나선다면?

오늘, 한나라당은 부동산 종합대책을 확정해 발표하고, 여권은 당정회의를 갖고 종합대책의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한다. 여야가 국민에게 내놓을 ‘종합선물세트’에 ‘팥소’가 들어있는지를 우선 챙겨야겠지만 ‘챙기나 마나’일 공산이 크다. 그럼 이렇게 물어야 할 것이다. “왜 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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