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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전태일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와 <오마이뉴스>는 '전태일 거리'에 들어갈 '전태일 이어달리기' 시민참여 캠페인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0일 위원회와 오마이뉴스는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서 협약식을 가졌다.
청계천전태일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와 <오마이뉴스>는 '전태일 거리'에 들어갈 '전태일 이어달리기' 시민참여 캠페인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0일 위원회와 오마이뉴스는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서 협약식을 가졌다. ⓒ 강이종행

'전태일 거리,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

35년 전 동대문 평화시장 피복공장 재단사로 일하다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고 전태일 열사. 그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는 '전태일 거리'가 오는 10월 청계천 복원과 함께 시민의 참여로 만들어진다.

전태일기념관추진위원회와 <오마이뉴스>가 펼치는 공동캠페인 <전태일 거리,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를 통해 조성될 전태일 거리는 청계천 6가와 7가에 걸쳐 평화시장 앞 버들다리(전태일 다리로 명명 예정)를 중심으로 자리한다. 거리 바닥에는 참여하는 시민들의 이름과 '참여의 글'들이 새겨진 동판 블록이 설치된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과 누리꾼(네티즌)들은 전태일기념사업회 명의로 개설된 통장에 1000원 이상의 참여금을 내고 <오마이뉴스>에 '참여의 글'을 남기면 된다. 이와 관련, 전태일기념관추진위원회와 <오마이뉴스>는 20일 오후 전태일 거리 예정지인 청계천 버들다리 앞에서 협약식을 갖고 '전태일 거리 만들기 공동캠페인'에 들어갔다. 캠페인은 20일 시작해 오는 9월 15일까지 진행될 예정.

이 자리에서 김동완 위원회 상임대표는 "전태일 거리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꾸며진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많은 내·외국인들에게 의미 있는 장소로 자리매김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전태일 열사를 잘 모르는 10대, 20대의 젊은 네티즌과 전태일에 큰 영향을 받았던 30대 이상의 세대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세대결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보내온 글귀는 이처럼 새롭게 가공돼 동판에 새겨진다.
시민들이 보내온 글귀는 이처럼 새롭게 가공돼 동판에 새겨진다. ⓒ 전태일기념사업회
이런 가운데 사회 각계 인사들이 이미 전태일 이어달리기 행사에 참여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참여의 글과 금일봉을 보내왔다. 또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등 양대 노총 수장을 포함해 이돈명 변호사와 강원용 목사, 윤공희 대주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원로들도 참여했다. 이밖에 소설가 조정래씨, 방송인 김미화, 가수 안치환, 영화배우 오지혜씨 등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까지 총 44명의 인사들이 함께 한 상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 전태일! 영원한 우리들의 영웅 전태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자유,인권을 향한 고귀한 희생"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글귀를 보내왔다.

윤공희 대주교는 "새 하늘 새 땅!" 이돈명 변호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몸으로 알려준 사람", 백기완 소장은 "이 길은 태일이의 등을 밟고 가는 역사의 새벽길, 막히면 뚫어라", 조정래 소설가는 "노동자들의 예수, 인간의 인간다운 세상을 위하여 산화한 아름답고 거룩한 영혼"이라고 전 열사에 대해 고백했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웃기고 싶다. 당신이 맘껏 웃게, 그러나...", 영화배우 오지혜씨는 "잊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가수 안치환씨는 "내 가슴 늘 푸른 소나무 전태일"이라고 썼다.

 



"35년 지났지만 더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미니인터뷰]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 여사

▲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 여사
"35년 됐는데도 더 생각납니다. 힘없고 약해지니까 더 생각나요."

20일 오후 '전태일 이어달리기' 캠페인을 위한 전태일건립추진위원회와 오마이뉴스 협약식에 참석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말. 그는 '전태일 거리 추진'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전태일 거리를 위해 애쓰시는 분들게 너무 감사해요. 사실 태일이는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는 얘길 자주 했어요. 그런 말하지 말라고 하면 '만약 죽는다면 올바르게 살다 죽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대꾸했죠."

전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자신의 몸을 산화했던 그날 아침, 전 열사는 어머니께 "엄마 오늘 1시 평화시장 구름다리(육교·청계천 복개공사 전에는 분신 자리 앞에 육교가 놓여있었다) 밑으로 꼭 오세요"라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내가 갈 일이 없었죠. 오후 2시쯤 사람들이 나를 데리러 왔어요. 무허가 집들이 대부분이었던 우리동네에 스피커로 방송이 계속 나왔죠.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섭씨 30도를 훌쩍 넘은 후텁지근한 날씨, 잠시 말문이 막힌 이 여사의 볼에 흐르는 게 눈물인지 땀이지 구분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태일이 분신 자리에 동판을 만든다고 해서 갔었는데 사람들이 밟고 다니고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려 지저분해 진 것을 보고 마음 아팠어요. 한편으론 그렇게 될까봐 걱정도 됩니다."

전 열사가 (명동)성모병원에서 숨을 거둔 뒤 이 여사는 15년 동안 절대로 병원 근처에 가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평화시장 앞에도 거의 오지 못했다. 근처에만 가면 그날 아침 아들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기 때문. 하지만 이제 전태일 거리가 조성되면 가끔 이곳을 찾겠다고 한다.

이날 짧은 인터뷰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하늘에 있는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태일아, 너는 간지 오래 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너를 기억하고 있구나.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너의 죽음이 헛되지만은 않은 것 같다. 30여년 이상 노력한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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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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