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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고 있는 내 김치
익어가고 있는 내 김치 ⓒ 고성혁
김칫국이 그처럼 전라도 사투리로 '개미'가 있었던 것은 아마 젓갈 때문이었을 것이다. 배추로부터 비롯되는 물기에 마늘과 젓갈 등 양념이 발효되면서 생기는 그 고유한 맛. 그 신 듯하면서도 고소하면서 뒤가 깔끔한 맛. 난 지금도 밥상에 앉으면 나만의 김치를 찾아 주저 없이 김치가닥과 함께 국물을 넣어 비빈다. 숟가락을 완전하게 잡고 부득부득 비벼 와구와구 먹는다. 뉘 있어 이런 나를 나무라랴.

한 가지 문제는 있다. 이 김치를 나만 먹는다는 것이다. 고향이 바닷가가 아닌 아내와 아직 어리다고 할 아들이 함께 먹어주지 않는다. 김치에서 젓갈냄새가 너무 난다는 이유에서다. 솔직히 서운하다. 그래도 굳세게 먹을 것이다. 아내를 독려하여 계속 이 풋김치를 담그고 밥상 위에 올리고 먹어 댈 것이다. 그리고 내 아들들이 이 김치의 맛에 익숙해질 때까지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할 것이다.

"이 놈들아, 내가 먹고 자란 이 김치의 오묘한 맛을 어찌 쉬이 알겠느냐. 그러나 이것이 내 인생의 본 바탕이고 나와 끝까지 함께 할 인생의 철학이다."

오늘따라 어머니가 바가지에 무쳐 주시던 생새우 비빔밥 또한 먹고 싶다. 살아 있는 새우에 초를 치고 풋고추와 간장, 깨를 섞은 다음 마지막으로 한 방울의 참기름을 똑 떨어뜨린 생새우 비빔밥. 그 이름만 떠올려도 침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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