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큰 놈이 작은 놈을 잡아 먹었는데, 지금은 빠른 놈이 느린 놈을 잡아 먹는다. 스피드(Speed)가 중요한 키워드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사진)이 최근 강조하는 두 가지 단어는 '스피드'와 '차별화'다. 스피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차별화는 최근 경제계의 화두로 떠오른 '블루오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차별화 전략으로 고부가가치 분야를 선점하고, 스피드를 내 후발로 따라오는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일 언론사 경제부장 및 논설·편집위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진 장관은 발언 시간의 반 이상을 '중국 이야기'에 할애했다. 지난주 IT산업 시찰차 중국을 다녀온 탓에 일부 간부들도 추임새를 넣듯 진 장관의 이야기를 거들었다. '무슨 분야든 중국이 일단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가 뒤처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위기감을 부인하는 이들은 없었다.
진 장관은 2010년께면 중국 제품은 '싼 브랜드'라는 인식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형편없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벗어던지기까지는 한 10년쯤 걸리는데, 중국이 2000년부터 이런 노력을 해왔다고 봤을 때 앞으로 5년 후면 '싸구려 중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이 기간 동안 '차별화' 분야를 발굴해 '스피드'를 내야만 중국과의 무시무시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 장관은 반도체 분야도 더이상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도체의 제작 단가가 갈수록 높아지는데다 블루오션적인 가치도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능(intelligence)을 기반으로 하는 로봇 산업이나 지능에다 서비스까지 가미된 유비쿼터스(Ubiquitous) 등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진 장관이 이처럼 스피드·차별화와 함께 '저성장 산업' 활용론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산업은 빨리 털어내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점차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산업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더이상 쓸모가 없어졌을 때 그만두면 된다. 브라운관도 지는 산업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이익을 내고 있다."
진 장관의 '저성장 산업' 활용론은 '고용'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경제 정책에서 성장이나 분배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문제가 '고용'"이라고 주장한다. 아무리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이 불안하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점에서 수많은 가게의 문을 닫게 한 유통의 대형화도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산업 모델이었는지도 곱씹어봐야 한다고 되묻는다.
진 장관은 향후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산업이 정착되기까지 저성장 산업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주고,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고용 문제가 장애로 작용하면 안된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중국이 한국 축구에 대해 공한증(恐韓症)을 갖고 있듯이, 한국은 중국 경제에 공중증(恐中症)을 갖고 있다. 그 공중증이 진 장관으로 하여금 스피드를 내게끔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일화나 미담을 후일담 형식으로 쓰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