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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로 나라가 시끄러운 판에, 민족의 명운이 걸린 6자회담이 한창 진행 중인 이때에 또 연정론을 꺼내느냐고 묻고 싶지만 일단 접어두자. “지역주의 극복은 정치 생애를 건 목표이자 대통령이 된 이유이기도 하며 정권을 내놓고라도 반드시 성취해야 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게 노무현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하니 일단 존중하자.
정작 궁금한 것은 “정말 실현될 수 있다고 보는가?” 라는 점이다. 연정 상대로 지목된 한나라당은 “황당하다”고 했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도 했다.
구애에도 한도가 있는 법이다. 싫다고 등 돌리는 사람에게 연서를 보내봤자 우표 값만 날릴 뿐이다.
노 대통령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연정을 제의하는 편지에서 “한나라당도 당장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걸 보면 ‘지금 당장’을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다.
‘풀이’는 이 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노 대통령이 ‘지금 당장’을 염두에 두는 게 아니라면 그 시점은?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우리가 진지하게 설득하고 점차 국민들의 이해가 넓어지면 결국 우리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연정 지지 여론이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시기를 적기로 보는 것 같은데 연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한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그 시기는 기약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참여정부의 임기는 흘러갈 것이며, 그만큼 한나라당의 연정 수용 실익은 감소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기간 내에 연정을 실현시키려 한다고 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자연스레 시선은 ‘차기’로 돌려진다.
한나라당이 돌아설 때를 기다리다 보면 해를 넘기고 지방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 그렇게 1년 세월을 흘려보내고 나면 정치권이 꼽고 있는 개헌 논의 시점이 도래한다. 때맞춰 차기 대권주자들도 몸을 풀게 된다. 계파의 득실을 따지고, 세의 유불리를 따지는 시기가 전면적으로 도래하는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은 새 국면을 맞게 된다. 연정 제안의 핵심인 선거제도 개편이 권력구조 개편 문제와 맞물린 채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논의 주체도 달라질 것이다. 현재의 당 대 당 구도가 아니라 차기 대권주자를 머리로 하는 계파 대 계파 구도 속에서 개헌과 연정 문제가 논의되게 된다.
승자 독식구조가 판치는 정치구조가 지속되는 한, 대통령 자리를 ‘따 논 당상’ 쯤으로 여기는 유력 후보가 아닌 한, 권력 분점 제도를 외면할 사람은 많지 않다. 정상 등정의 일보를 내디디면서도 중도 야영을 대비하는 대권주자에게 권력 분점 제도는 흡입력이 큰 보험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차기 대권 구도는 이 가능성을 더 높이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영남 대 수도권의 갈등구조가 지속되면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개혁 대 실용의 대립구조가 거듭되면서 어느 한 주자가 세를 완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가 난립하면 당의 지도력은 급격히 약화되고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방안은 계파의 득실 차원에서 모색되게 된다. 개헌 논의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압도하던 구도에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가 강력히 치받고 올라오는 구도로 재편되고, 선거제도도 이 구도 속에서 새롭게 모색될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 여론이 ‘나눠먹기’에 대한 비난으로 흐를 수도 있겠지만 그 양상은 이전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과거에도 정권 후반기가 되면 개헌 얘기가 나오곤 했지만 그것은 정치권에 한정된 논의였다. 그래서 밀실 야합을 경계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이슈화에 성공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입장에선 먼저 입을 떼야 하는 부담 없이 논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이 정말 ‘차기’를 염두에 두고 연정론을 제기하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청와대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정을 개헌과 연결 짓는 언론의 분석에도 한사코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청와대의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한나라당 흔들기’로 규정했다. “정권 교체라는 미래의 불확실한 ‘어음’보다는 정권 참여라는 ‘현찰’을 찾으려는 한나라당내 일부 세력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고려”가 깔려있다는 게 <한겨레신문>의 분석이다.
<한겨레신문>의 이런 분석을 앞서 짚은 ‘차기’ 구도에 대입하면 이런 얘기도 성립한다. “정권 교체라는 미래의 불확실한 ‘어음’보다는 정권 참여라는 ‘현찰’을 찾으려는 일부 세력”이 과연 한나라당 안에만 있을까? 아닐 것이다. 열린우리당 안에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겨레신문>은 “한나라당의 동요보다는 열린우리당의 내분이 먼저 터져나오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이 시간이 흐른 후 힘을 받게 된다면 그건 정권 재창출, 또는 정권 ‘탈환’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여러 정치세력의 불안감의 발로일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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