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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한나라당 주도 대연정' 관련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실현가능성 0%'라는 입장인데.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지 않나?”

- '우리가 어떻게 한나라당이랑...'이라는 반감이 강한 것 같다.
"민주당과 경쟁관계에 있는데 민주당에 호남을 뺏긴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당도 차분히 이 문제를 풀어 가는 것에 대해 고민이 충분치 않은 것 같다."

- 학자 출신으로 1년 반동안 정치를 경험해 보니 어떤가.
"개방적 의사소통 안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물론 정치라는 게 일정한 노선을 가지고 권력을 쥐려하는 것이기 때문이지만 당 대 당, 당내 그룹과 그룹 사이에서도 상당한 벽을 느낄 때가 많다.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을,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보는 태도에 상당한 적개심이 깔려 있다. 이성적인 비판보다는 감성적 분노가 깔리고 그 위에서 논쟁이 진행되다 보니 대부분 정치적 공방이 된다. 결국 누가 더 상대를 흠집내는가의 문제로 귀착이 되고 생산적인 정치가 힘들어진다."

- 그 적개심의 바탕이 지역주의라고 보나.
"지역주의만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딱지가 있다. 민주화 과정에서 투쟁대상이었던 집단이자 그 수신정당이라고 하는 딱지. 한나라당이 3당 합당한 YS정권의 성격만 갖는 건 아닌데…. 그렇게 딱지를 붙여놓고 대하니까 한나라당 나름대로의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볼 때 뚜렷한 정체성도 없이 국정을 마음대로 농단하는 세력이라는 시각이 있다."

"열린우리당도 준비가 안돼 있다"

- '민주화'와 '지역주의'라는 틀에 한국 정치가 갇힌 듯 하다.
"87년 체제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1987년 대선에서 양김 분열 뒤에 평민당과 민주당으로 분화되면서…. 지금의 지역주의 뿌리는 거기에 있다. 그게 87년 체제의 태생적 한계다. 통합된 민주정당을 만들었으면 그 이후 3당 합당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한계가 민주화 비용을 많이 지불하게 만들었다.”

- 보다 본질적인 것은 지역주의 아닌가.
"두 개가 겹쳐 있다. 어쨌든 한쪽은 반민주화 세력이라는 딱지가 붙어있지만 발전을 이끌어왔던 산업화 세력이고 다른 한쪽은 민주화 세력이다. 한국 현대사를 이끄는 두 축의 에너지인데 산업화와 민주화가 동시에 진행되지 않음으로써 이분법적 구조를 만들었고 거기에 지역주의가 결합되면서 여러 가지 폐해를 낳고 있다."

- 여전히 그 한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나.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력은 많이 이뤄져 왔다. 1995년 초반부터 DJ가 꾸준한 동진정책으로 영남에 정치적 투자를 해왔다. 그에 비해 한나라당은 호남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다. 한나라당은 그래서 열린우리당에 비해 호남에 둥지조차 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한나라당에 민주세력 결합했으나 '반민주세력'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17대 들어오면서 젊은 의원들 중심으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치적 투자를 통해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데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에 대한 인식에 동의하나.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지역주의가 낳은 고질적인 병폐가 많다. 그러나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건 지역주의 때문에 정치를 제대로 못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집권세력 실패를 지역주의 문제로 전가하려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어떤 대통령이든 두 가지 욕구가 있다고 본다. 업적을 통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이고, 또 권력을 어떻게 재생산할 것인가의 욕구가 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경우 전자의 경우가 강한 것 같다. 다른 부분을 다 희생해서라도 지역주의를 해소한 대통령으로 확실한 족적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지역주의 문제를 잘 못 제기하면 권력연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한나라당은 호남에 발도 못 붙이는데 열린우리당은 영남에 기본이 깔려 있다. 각 지역의 지역주의 해소속도가 불균형하게 이루어지는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 그런 의도가 있다해도 지역주의가 해소되면 좋은 것 아닌가.
"맞다. 우리 정치의 안정적 기반은 필요하다. 선진화, 고령화, 통일. 감당하기 벅찬 의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전환기를 슬기롭게 못 넘기면 위험하다. 동아시아에서 주변화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가 분열적 모습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두 개의 세력 존재하고, 국민 의식상에서도 시각에도 두 가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문제제기는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묶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프랑스식 동거정부? 논의해 볼만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인식의 배경은 다르지 않지만 방법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지역주의 문제를 떼놓고 해결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제대로 논의하려면 개헌부터 논의해야 한다. 개헌을 통해 정치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선결돼야 하는 작업은 1987년 이후 2005년 현재까지 민주화 이후 정치구조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87년 체제는 지역주의를 포함해 정쟁, 부패 등 여러 문제들을 낳았다. 그것이 사람의 문제인지 구조의 문제인지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 사람, 구조 어느 쪽이 크다고 보나.
"구조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현행 대통령제는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 하는 정치제도임에 틀림없다. 자칫하면 극단적인 대결의 정치를 부추긴다. 대선을 치를 때마다 반쪽의 국민이 상처를 입는다. 이를 완화시키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계속해서 적대적인 구조가 갈 것인지, 현행 대통령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내각제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 시기적으로 미룰 여유가 없다.

논의 방식도 중요하다.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것보다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을 모아 과거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현재의 과제들을 설정하고 87년 헌법적 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놓고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 선상에서 정치권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한 나라의 최고 집권자가 문제제기를 계속하는데 '나 몰라라' 하는 건 문제다. '정략적이다'라고 욕하는 것은 한국정치에 바람직하지 않다."

- 지역주의 등으로 양극화된 정치 폐단을 해소하기 위해 노 대통령은 내각제적 요소가 가미된 프랑스식 '동거정부' 구상을 밝혔다.
"개헌의 한 방식으로 논의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총리가 내각 통할권을 갖고 있는 점을 들어 현행 헌법에 내각제적 요소가 있다고 말하는데 논의가 더 필요하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주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내치에 개입하지 않는 프랑스와는 다르다. 결국 운용을 프랑스식 동거정부 형태로 하자는 것인데 헌법의 대통령제 정신과 맞지 않다. 맞지 않으니까 고쳐서 해야 한다. 개헌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가능하다."

- 개헌논의의 시기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앞으로 5년, 10년 사이 한반도에 급격한 변화가 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발' 변수가 크다고 보는데 우리가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 통일을 위해서도 남한의 선진화가 굉장히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그게 앞으로 5년 내에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을 차차기 정권에서 하자는 것은 한가롭게 들린다. 하려면 올해, 내년에 해야 한다. 지방선거 후에 시작하면 바로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려워진다. 정당과 정당 사이에 차별화 욕구가 커지고 후보 개인의 욕심도 있기 때문에 합의가 어려워진다." 

"개헌 논의 올해 안에 시작해야"

- 한나라당은 공식적으로 노 대통령이 결국 내각제 개헌을 노리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실제 당 내부에선 내각제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지 않나.
"나는 아직 판단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만약 변화를 준다면 대통령제 유지하면서 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순수대통령제에서 정국안정 잘 되는 나라가 미국 말고는 없다. 하지만 순수내각제로 갔을 때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내각과 대통령이 협조하는 체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결정치가 아닌 책임정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 노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도 좋다. 연정 후 선거구제 개편을 해도 좋다'며 한발짝 양보했는데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선거구제 개편은 불가피하지 않나.
"어느 정도 변화를 줄 필요는 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지역 대표성의 문제도 있지만 표의 과도한 쏠림 현상도 문제다. 1등, 2등 후보 사이에 30∼40퍼센트의 차이가 있어도 똑같은 대표성을 가진다는 것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중대 선거구제는 또한 호남 기반이 약한 한나라당이 수용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에 유리한 제도밖에 안된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독일식 정당명부제도 좋다고 그러는데 그렇더라도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주어야 한다. 특정정당이 어느 정도 이상은 가지지 못하게 규제하고 소수정당은 어느 정도 설정해주고, 우리 상황에 맞게 고쳐야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 16대 때 한나라당 중진들 사이에서 도농복합선거구제에 합의한 적도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편은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기술적 장치이다. 보다 큰 문제는 개헌이다. 개헌을 전제로 논의하면 어떤 선거구제가 맞는지 나올 것이다. 또 정당간의 관계도 달라지지 않겠나."

-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우리를 마치 지역주의의 수혜자로 매도한다'며 불만스러워 하는데 의지가 부족한 건 사실 아닌가. 갈수록 인사에서 영남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인재충원구조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현재로서는 수도권이나 영남쪽 인사를 쓸 수밖에 없다. 호남쪽 인재풀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한나라당이 호남에 정치적 투자를 해서 비전과 정책, 인재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그 동안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따져보면 반성할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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