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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일이 뜻대로 되시길….스프레이 마감까지 끝난 상태
ⓒ 조선희
도자기공장은 간혹 본적이 있었지만 평판 세라믹만을 구워내는 곳은 처음이었다. 식당에서 사용할 세라믹판에 직접 글씨를 쓰는 것이 워낙 드문 일이라 그저 모든 상황들이 궁금증과 설렘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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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광 세라믹공장과 내부
ⓒ 조선희
▲ 장마로 인해 초벌이 깨진 도판들이 보인다.
ⓒ 조선희
경기도 여주에 있는 공장 안으로 먼저 들어간 일행들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도판에 글을 쓰기 위해 멀리 포항 그리고 서울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막상 글을 써야 할 도판이 날씨 탓으로 거의가 깨진 상태였던 것이다.

어렵게 움직인 터라 그냥 포기하고 갈 수는 없었다. 초벌 상태의 도판 중에서 적절한 크기로 잘라서 쓸 수 있는 도판을 준비하였다.

▲ 초벌 상태의 세라믹에 안료가 흡수되는 속도를 설명 중
ⓒ 조선희
세라믹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무토 전성근 선생이 솔뫼 정현식 선생에게 초벌 상태의 세라믹 도판이 안료를 흡수하는 정도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고 솔뫼 정현식 선생은 실제 그 정도를 감지하기 위해 몇 자 글을 써 보았다.

모든 준비가 끝난 뒤 우리는 어떤 글을 쓸 것인가를 결정하자 솔뫼 선생은 신중하게 글을 써 내려갔다. 식당주인 장영옥 사장은 먹의 자연스러움을 잘 살려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고, 솔뫼 선생은 완전히 구워진 후의 글씨 색을 감안하여 옅은 톤으로 글을 유연하게 써 내려갔다.

▲ 마지막 낙관 작업 중
ⓒ 조선희
그림과 같은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난 소름 돋듯 전율을 느꼈다. 글을 실수할까 하는 염려도 아니었고 커다란 신비감도 아니었을 텐데….

혹시나 방해가 될까 숨을 죽이고 글을 써 내려가는 모습을 설레는 맘으로 지켜보았다.

그날 쓴 글 중 아름다운 메시지를 옮겨본다.

사랑…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는 목숨…

기도…
나를 위하여 기도하는 당신의 그 음성 속에서 나를 살게 하여 주십시오. 나를 잠들게 하여 주십시오.


▲ 완성된 글에 스프레이 작업이 진행되고….
ⓒ 조선희
글이 완성이 되자 무토 선생은 신기하게 생긴 도구에 푸른 색 물감을 넣고 입으로 스프레이 작업을 하였다.

균일하게 뿌려져야 하기 때문에 호흡에 있어 난이도가 높은 작업으로 보였다. 사용된 스프레이용 도구는 우리나라에는 없고 일본에서 특별히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세라믹 제품 중에 스프레이 방식의 문양을 표현한 것들은 보기 드물지 않을까 싶다.

▲ 정말 아름다운 글이다….
ⓒ 조선희
▲ 또 한번의 스프레이 작업 중인 무토
ⓒ 조선희
두 가지 컬러로 상하에 스프레이 작업을 하고 나니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지면서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이 도판이 구워지면 색상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까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5가지의 모든 작업을 끝낸 솔뫼 선생의 얼굴도 그 과정을 지켜보았던 우리 일행들도 기대감에 상기된 모습이었다.

▲ 완성된 글들은 가마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 조선희
마지막 가마에 들어갈 준비를 끝내고 우리는 서둘러 이동하였다.

그런데 며칠 전 여주에 다녀 온 장 사장으로부터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5개의 도판 중에 하나가 최종 굽는 과정에서 깨졌다고. 평면의 세라믹판이라 간단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나의 완성품이 나오기까지는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8월 15일 오픈 되는 식당에 장식될, 생활의 아름다운 메시지들이 담긴 세라믹 도판이 은근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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