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EBS TV의 <비밀은 없다, 통신감청망 에셜론>
ⓒ EBS

지금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개인정보 침해 위협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이른바 'X파일'로 불리는 옛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 내용이 일부 공개되면서 큰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국가권력이 안보를 명분으로 개인사생활을 얼마든지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도·감청 실태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의 도·감청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떤 배경에서 시작된 것일까. EBS가 세계 최대의 첩보·감시 네트워크로 알려진 '에셜론'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BS는 오는 3일 밤 10시 방영할 <비밀은 없다, 통신감청망 에셜론>을 통해 통신감청망의 가공할 위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프랑스 CARRERE사가 지난해 제작한 이번 다큐멘터리는 영국과 뉴질랜드, 캐나다, 프랑스 전직 정보부 요원들의 증언과 함께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애셜론의 실체를 파헤쳤다.

미국 NASA, 5개국에서 수집한 자료 취합... 한국참여도 의혹

에셜론은 미국과 영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비밀암호 체계를 풀기 위해 체결한 협정에서 시작, 오늘날까지 운영되고 있는 거대 첩보조직이다. 88년 영국 언론인 던컨 캠벨의 추적폭로로 세간에 모습을 드러낸 '에셜론'은 처음엔 공산권국가 감시·추적이 주 목적이었지만 공산주의가 붕괴된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 감시범위는 지구 전역을 커버한다. 첨예한 논쟁에 휩싸기도 했던 에셜론 존재는 2001년 5월 유럽연합의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미국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은밀하게 운영을 주도하는 전자스파이시스템”으로 공식 언급되면서 비로소 그 실체를 인정받은 바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에셜론 전화, 핸드폰, 컴퓨터 통신 등을 감청할 수 있다. 감시대상도 일반 시민에서 사회단체, 민간기업, 정치권 등 다양하다.

'딕셔너리'라는 정보검색 시스템도 있어서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 단어가 포함된 통신을 골라낼 수 있으며 음성추적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각국은 수시로 수정, 보완이 가능한 주제, 키워드의 목록을 보유하고 있고 컴퓨터는 이에 따라 작동한다. 에셜론은 이메일 내용을 분석, 분류할 수도 있는데, 이를 ‘의미론적 정보수집’이라고 부른다

5개국 정보기관의 에셜론이 수집한 자료는 미국 국가안보국 NSA에서 통합, 목적에 따라 분류돼 각국으로 전송된다. 특히 5개국 이외 미국을 도우며 감청망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존재하는데, 한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이 가장 위험"

캐나다 정보부 전직 요원 마이크 프로스트씨는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음성인식 장치 능력은 매우 놀랍다"면서 "목소리가 특이한 사람이라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목소리 샘플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명령을 내리리면 핸드폰, 전화통화 등 모든 통신을 찾아낸다"고 증언했다.

87년부터 93년까지 통신센터에서 메시지 송수신과 자료수신 업무를 맡았다는 캐나다 통신보안국 전직 요원 프레드 스톡씨. 그는 당시 국제적십자사, 그린피스, 국제사면위원회 등과 대인지뢰금지운동을 하는 다이애나 전 영국 황태자비, 교황까지 감시했다고 털어놨다.

미국 국가안보국 전직 요원 웨인 메드슨씨는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며 "숨길 것 없이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에셜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르몽드 랑세이느망> 편집장인 기욤 다스키씨는 “미국은 세계를 감청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의존을 유도, 독자적 첩보망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 이득도 얻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독자적 정보수집 능력이 없는 정권은 장님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미국은 각국에서 요구하는 정보의 90%만 제공함으로써 중요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정보독점에 대해 프랑스 전 방첩기관 국장 이브 뽀네씨는 "미국은 정보를 넘겨줄 때 알리고 싶은 부분만 넘겨준다, 자신들의 입장과 이익에 부합하는 정보만 주고 나머지는 폐기해버린다"고 말했다.

ⓒ EBS

덧붙이는 글 | .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