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인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웃일뿐 아니라 같은 언어인 독일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서로 연결과 경계의 교집합에서 만난다.
세계대전이 한참이던 1900년에서 1938년 사이, 이 두국가의 목적과 운명은 동일했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종(種)의 우수성을 위해 그 무엇이든 파괴하고 희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국가이념과 나치를 떠나서 일반 국민들, 자연인들, 그 시대를 살아간 예술인들의 얼굴속에는 전쟁의 그림자를 벗어난 다른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산업화를 이야기하는 얼굴, 신여성상을 대변하는 얼굴, 순수예술을 이야기하는 얼굴, 그리고 그 얼굴들을 사실적으로 혹은 왜곡된 시선으로 아름답게 포착한 사진작가의 얼굴….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알베르티나뮤지움(Albertina Museum)에서는 올해 10월 9일까지 사진전 '나이의 초상'(Portraits of an Age)을 개최한다. 이 사진전은 1900년부터 1938년까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찍혀진 사진,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람들을 찍은 사진, 두 나라의 대표적인 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들이 전시된다.
제 1,2차 세계대전으로 정의되는 시대덕분에 언제나 이 시기를 표현한 사진전에는 전쟁의 아픔을 드러낸 어두운 작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알베르티나뮤지움의 사진전은 전쟁이면의 또 다른 세계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색다른 가치가 있다.
이 시기에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왕실체계는 붕괴되었다. 산업화가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경제는 무너져 내렸다. 또한 이 시기는 사진기술의 발달 및 예술의 부흥이 점차적으로 일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영국,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이시기의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사진과 관련된 기술적인 진보가 이루어졌으며 오스트리아에서는 특히 '유겐드스틸'이라는 예술형태가 꽃을 피웠다. 여성들의 사회적인 지위도 상승했으며, 특히 사진과 관련해서는 언제나 사진에 찍히기만 했던 여성들이 직접 사진을 찍는 여성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쟁 이면의 이야기들을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들을 수 있다.
이 전시회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에서부터 작곡자이자 음악가인 구스타브 말러, 천재 화가인 구스타브 클림트의 얼굴 등도 전개된다. 좀 더 알려진 얼굴, 즉 예술가들의 사진은 몇몇 다른 사진작가들에 의해 색다른 방법으로 찍혀져 그 사진속에 숨겨진 사진작가 개개인의 개성까지 읽어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전시회에는 또한 그 시대에 사용되었던 사진기 등도 전시된다. 피르마 아(Firma A)에서 1900년도에 제조된 아틀리에 카메라에서부터 피르마 헬랑고(Firma Helango), 보익트랜더사에서 제조된 20세기 초의 옵젝티브 카메라도 함께 전시된다.
덧붙이는 글 | 전시문의 : www.albertina.at (43 1 534 83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