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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개 '스너피' 탄생 3일 오전 서울대 수의대학앞 잔디밭에서 기념촬영중인 (왼쪽부터) 이병천 서울대 교수, 황우석 교수, 오연주 연구원, 제럴드 섀튼 교수와 타이(세포공여), 스너피(복제개), 심바(대리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어! 똑같네' 세포를 공여한 '타이'(왼쪽)가 복제 개 '스너피'를 쳐다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96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지 9년만에 복제개도 태어났다.

개 복제의 주인공은 서울대학교 수의대학의 황우석·이병천 교수팀. 황·이 교수팀은 4일 새벽 2시 "3년간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개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4월 24일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서 태어난 이 복제개의 이름은 '서울대학교(Seoul National University)에서 최초로 태어난 복제개(Puppy)'라는 의미의 '스너피(Snuppy)'로 지어졌다.

2002년 8월부터 이 연구를 시작한 황·이 교수팀은 수컷 개의 체세포를 암컷 개의 난자에 이식해 복제 수정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황·이 교수팀은 '타이'라는 이름의 3살배기 아프간하운드 수컷 피부에서 체세포를 채취한 뒤, 보통 개에서 얻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체세포를 이식했다. 교수팀은 이 복제 수정란을 암컷 개의 자궁에 착상시켜 출산하게 했다.

황 교수는 "핵만 추출해서 난자에 주입했던 복제양 돌리와 달리 우리가 복제한 동물들은 모두 체세포 자체를 이식한 것이며 스나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 뒤 "체세포 이식 방법이 더 효율성이 높으며 세계적으로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난자의 체외배양, 체세포 복제과정 등이 어렵고 ▲발정기가 1년에 두번 정도로 번식과정이 독특한 개 복제의 난점을 극복한 것이다.

스너피, 체세포 공여한 개와 유전적으로 정확히 일치

황·이 교수팀은 스너피 탄생 과정과 관련 "복제 수정란 1095개를 123마리의 대리모에 이식해 그 중 3마리의 임신을 확인했다"며 "이중 2마리가 출산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교수팀은 이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발정·배란을 유도하지 않았고 자연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다려 성과를 거뒀다.

이어 교수팀은 "2마리 중 지난 5월 29일에 태어난 두 번째 복제개는 생후 22일만에 사망했지만, 태어난 지 101일 된 스너피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스너피는 탄생시 몸무게가 530g이었는데 현재는 11kg으로 자랐다.

교수팀은 스너피가 체세포를 공여한 타이의 형질을 이어받았을 뿐 대리모 개와는 아무런 유전적 연관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교수팀은 "타이가 수컷인 만큼 그 체세포를 그대로 이어받은 스너피도 당연히 수컷"이라면서 "스너피와 두 번째 복제개, 타이는 모두 유전적으로 100% 동일하며 혈액형도 일치했다"고 밝혔다.

▲ 황우석 교수가 3일 오전 서울대 수의대학 합동강의실에서 복제 개 '스너피'의 탄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활발한 '스너피' 복제 개 '스너피(Snuppy)'가 많은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대 수의대학 건물앞 잔디밭에서 활기차게 뛰어 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인간과 유사해 개 복제, 최종 목표는 질병모델 동물 개발"

질병모델 동물이란?

질병 치료법을 발견하기 위한 연구 및 실험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동물모델로 질병을 연구하려 했지만 특정질병에 걸린 동물모델을 대량확보하는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체세포복제 기술은 동일한 유전형질을 지닌 실험동물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를 풀 수 있는 열쇠로 간주되고 있다. 가령 암, 당뇨병, 파킨슨씨병 등 특정 질병을 지닌 생쥐를 만든 뒤 이를 체세포 복제하면 질병모델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모델 동물로 원숭이와 개 등이 선호되는데, 인간과 생리학적 유사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이 교수팀은 "인간과의 생리학적 유사성이 높고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이 많다는 점 등 때문에 개를 연구 대상으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개의 다양한 유전적 난치질병 치료법 연구에 활용될 뿐더러 향후 사람의 질병모델 동물도 생산할 수 있고, 신약 및 세포치료제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이 교수팀은 "개 복제는 환자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약제·치료법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다"며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의 복원 가능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개보다도 더 인간과 생리학적 유사성이 높은 원숭이를 복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미국의 제럴드 새튼 교수와 논의한 결과 현 단계에서는 원숭이 복제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대안으로 개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교수는 이번 성과와 치료용 줄기세포 기술 개발의 상관 관계, 멸종위기 동물복원 문제 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 기술개발과의 상관 관계는 실험의 보안 문제도 있고 하니 나중에 밝히겠다"면서 '한국 호랑이 복제 가능성'을 언급했던 이전 발표가 거론되자 "훗날 답변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황·이 교수팀의 이번 연구 성과는 영국의 학술지 <네이처> 이번 호에 실리며 표지에도 부분적으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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