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지난 7월 28일 건교부는 2005년 시공능력평가 결과 삼성물산이 시공능력평가액 5조 9360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 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해 건설교통부가 매년 7월 31일 공시하는 제도다.
건교부는 시공능력을 화폐단위로 환산해 순위를 발표하고, 조달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은 이 결과를 입찰기준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교부의 시공능력 평가 순위는 업계에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삼성물산의 시공능력평가 1위 발표는 회사 입장에서는 경사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41년간 업계 1위를 기록한 현대건설을 밀어내고 삼성물산이 2년째 1위 자리를 지킨 것은 의미있는 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시공능력평가 1위 발표 전후로 언론에 공개된 소양강댐 보조 여수로(물길) 터널 공사 지반 사고는 삼성물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나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는 "터널 공사 과정에서 지반 약화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일 뿐, 하자가 있어 생긴 사고는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전체 1.2km 터널 2개를 뚫는 과정에서 일부 토사가 쏟아져 내린 것에 불과하다"면서, "사고가 아니라 공사의 과정에서 생긴 일을 너무 부풀려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소양감댐 보조 여수로 터널 공사 지반 사고가 3, 4월에 연이어 터진데다 건설사의 구조적 병폐가 그 원인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소양강댐 보조 여수로 터널 공사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턴키(설계, 시공 일괄 입찰 방식)로 1600억원에 발주했으며 삼성물산은 경쟁사를 근소한 차이로 물리치고 91.49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입찰 업체로 선정됐다.
가장 뛰어난 설계점수를 받아 공사를 수주했는데도 하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설계가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셈이다. 건교부 2005년 시공능력평가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토목 댐 부분에서 388억원의 기성액을 지급해 이 부분에서 1위를 기록했다.
공사는 하지 않고 감독만 하는 건설사들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이 시공능력평가라는 게 코미디다. 왜냐하면 이들은 공사는 하지않고 구경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사는 하도급업체가 모두 한다. 이 때문에 시공능력이 곧 로비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소양강댐 여수로 터널 공사도 마찬가지다. 설계를 최고로 잘 했다고 평가를 받아서 공사를 수주했지만, 두 차례 사고가 나지 않았나."
경실련 공공예산감시팀 박정식 국장은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의 사고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실제 소양강댐 보조 여수로 공사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시공사는 삼성물산이지만 하도급은 성보개발이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보개발은 홈페이지를 통해 2004년 10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소양강댐 보조 여수로 설치공사를 진행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직접 시공을 하지 않는 시공회사는 공사 수주를 할 수 없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 전 부터 나오고 있다.
지방의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재 정부기관의 발주 시스템은 직접 시공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로비에 따른 공사 실적이 기준이 되다 보니 불합리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면서, "실력을 갖춘 시공업체들이 직접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공사가 관리감독을 맡고 하도급이 직접 공사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업체 하도급 시스템은 단순히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라 전체 건설업계의 관행"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