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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을 맞아 가수 조관우는 통일의 의미를 담은 '직녀에게'를 리메이크해 선보일 예정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가수 조관우는 통일의 의미를 담은 '직녀에게'를 리메이크해 선보일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1일 오후 5시 서울 삼성동의 한 녹음실. 문병란 시인의 가사와 김원중의 노래로 대중에게 익숙한 곡, <직녀에게>가 잔잔하게 흐른다. 친숙한 가사와 멜로디지만, 오늘은 뭔가 좀 다르다. 원래부터 애절한 곡인데도 지금 들리는 노래는 좀 더 슬프다. 그동안 들어왔던 낮게 깔리는 목소리도 아니다. 높고 가느다란 미성(微聲).

잠시후 두세 차례 노래를 마친 가수가 스튜디오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온다. 조관우(40)씨. 지난 1994년 <늪>으로 데뷔한 이후 <꽃밭에서>, <님은 먼 곳에> 등 리메이크 곡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한 가수다.

그런 그가 이번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노래를 재구성해 새 앨범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9월 마지막 정규앨범(8집) 'Impression'을 낸 뒤, 무려 2년만에 준비하는 앨범에서 일종의 '모험'을 시도하는 셈이다. 일단 노래의 주제부터가 무겁다. 분단 현실과 통일 염원을 담은 <직녀에게>라는 노래. 서정성 짙은 곡만을 만들고 불러온 그가 이렇게 무거운 노래를 부르려는 뜻은 뭘까.

"광복 60주년, 남과 북이 하나돼야 진정한 독립이 이뤄진다고 봐요"

"올해가 광복 60주년이라는 걸 얼마 전에야 알았죠. 그것도 국가보훈처에서 광복 60주년 기획 사업으로 준비한 독립군가 CD앨범 작업에 참여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 내가 정말 애국자가 아니었구나'하는 반성도 하고…."

이날 녹음실에서 자리를 마주한 조관우씨는 막힘 없는 답변을 내놨다. 국가보훈처에서는 올초 광복 60주년 기념 음반을 만들면서 그에게 참여를 부탁했고, 가수 조관우씨는 흔쾌히 독립군가 한 곡을 불렀다. '거국행'이라는 일제 말기 독립군의 노래다. 이 앨범 제작에는 조관우씨 외에도 소리꾼 장사익씨와 크라잉넛, 가수 김장훈과 서문탁 등이 참여했다.

"사실 '거국행'이라는 노래를 이번에 준비하는 새 앨범에 넣을까 고민했죠. 광복 60주년이라는 의미를 실어서. 그런데 독립군가는 이미 100년 전에 불렀던 군가고, 우리 주변에 있는 쉬운 노래를 찾아보자…. 생각 끝에 '직녀에게'를 꼽았습니다."

'원래부터 <직녀에게>라는 곡을 좋아했느냐'는 질문에 조관우씨는 "잘 몰랐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광복 60주년에 어울리는 노래를 스태프들과 함께 찾다 보니 고른 노래라는게 그의 답이다. 하지만 음반 작업을 하면서 크게 느낀 것이 있다고 한다.

"올해가 광복 60주년이기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요. 분단이 사라지고, 남과 북이 하나가 돼야만 진정한 독립이 이뤄진다고 봅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새삼 통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죠."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분단이나 통일 같은 무거운 주제뿐만 아니다. 이어지는 조관우씨의 얘기.

"우리 사회가 남과 북만 갈라져 있는게 아니잖아요? 남북으로, 동서로, 때로는 이웃끼리도 서로 헐뜯고 싸우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죠. 광복 60주년이라는 의미가, 또 이 노래의 의미가 이제 더 이상 서로 싸우고 헐뜯지 않고, 용서하겠다는 뜻으로 다가섰으면 합니다. 옆에 있는 담도 좀 허물고…."

한국인으로서 광복 60주년이라는 뜻을 음반에 담고 싶어하는 그의 뜻은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가수 조관우'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금껏 걸어온 길, 불러온 노래들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 자칫 광복의 의미조차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오해도 받을 수 있다.

"그런 비판도 받을 수 있죠. 그렇게 말씀하셔도 들어야죠(웃음). 근데 저는 (이 노래를 통해) 과거사의 아픔을 직접 저의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뿐이에요. 이렇게 좋은 노래가 왜 금지곡이 돼야만 했을까 하는 문제 같은 것…. 판단하시라고, 그 외에는 저도 드릴 말씀이 없어요."

"과거사의 아픔을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 뿐"

조관우씨는 자신이 '갑작스럽게' 사회성 짙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랫동안 자신을 '언더 가수'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의 부조리한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가수 조관우씨는 알려진 음악만큼 방송에서 유명세를 타지 않았다. 데뷔 12년 동안 그가 방송에 출연한 것은 고작 13∼14번. 음반이 900만장이나 팔리고 골든디스크상까지 받은 가수로서는 상당히 빈약한 숫자다.

"스스로가 중앙무대를 고집했던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가수이면서 투쟁 아닌 투쟁을 했던 사람인데(웃음)…. 언더그라운드에서, 어두운 곳에서 노래를 많이 했죠. 현재의 공연 문화도 대형기획사의 힘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방송에)잘 나가지 않았죠. TV에 많이 나와야 가수라는 고정 관념도 버릴 필요가 있어요."

조관우씨는 '카우치'의 알몸공연도 이 같은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봤다.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크죠. 잘못됐다고 봐요. 하지만 일면으로는 그만큼 자유스럽게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지 않나…. 인디 문화도 이해해야 한다는 거죠."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가수 조관우씨가 부르는 <직녀에게>는 올해 9월 발매되는 비정규앨범에 실린다. 이 노래가 처음 불려지게 될 곳은 국내가 아니라 국외. 오는 20일 재독한인연합회가 주최하는 광복 60주년 기념 '한독뮤직페스티벌'에서다. 조관우씨는 이 행사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게 돼 있다.

"독일에 가서 뭔가를 남기고 오고 싶어요. 이 노래를 부르면서 가사 중에 나오는 '연인'을 '동포'로 바꿔 불러볼까 생각 중이고…."

조관우씨의 이번 앨범에는 <직녀에게> 외에도 <술의 미학>, <무심>과 같은 새 노래들이 있다. 조관우씨는 새 앨범이 "옛날보다 젊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옛 팬들은 이미 30대로 들어와 있다.

"이제부터는 3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팬들이 현실에서 겪는 아픔 같은 걸 노래하고 싶죠. 듣고 나면 좀 위로가 될 만한 노래들을 부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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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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